[Opinion] 창작의 후원자가 되어보기, '텀블벅 프로젝트'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9.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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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걸 누가 해?’ ‘구매면 구매지 후원은 뭐야?’ ‘긴 시간을 어떻게 기다려?’ ‘사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사면 되잖아’ 오래전, 크라우드 펀딩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나의 반응이었다. 사고 싶은 물건은 일주일 내로 받아봐야 직성이 풀리는 참을성 없는 성질머리를 가진 내가 크라우드 펀딩의 구조와 의의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기에 가능한 발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했던 내가 올해 우연찮은 계기로 몇몇 친구들과 ‘펀딩’ 자체만을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되었고 무지했기에 수없이 많은 프로젝트를 읽고 분석하며 공부해야 했다. 그리고 이제는 크라우드 펀딩이 무엇인지, 창작자와 후원자는 무얼 주고받는지, 콘텐츠의 실물을 보고 만질 수 없는 상황에서 후원을 이끌어내는 스토리들은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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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이란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개인 또는 팀이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Crowd)로부터 돈을 모금(Funding)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중에 많은 온라인 플랫폼이 존재하지만 나는 텀블벅에서의 프로젝트를 준비했기에 텀블벅을 기준으로 펀딩 방식을 설명하자면, 창작자는 만들고자 하는 창작물에 대한 소개, 제작을 위한 예산과 계획, 선물 설명 등을 담은 프로젝트 페이지를 작성하여 게시하고 그의 취지와 계획에 공감하는 사람은 밀어주기(후원)를 통해 펀딩에 참여하여 후원자가 되는 것이다.

 

결제는 즉시 진행되지 않고 사전에 설정한 마감일 기준 목표 금액을 달성한 경우에만 진행되고 총 모금액이 목표 금액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프로젝트는 무산되며, 예약된 결제는 취소된다. 밀어주기(후원)란, 창작자들이 구상하는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여 돕는 것이며 창작에 지지와 도움을 보내고 그의 아이디어를 함께 완성해 나가는 일이다. 그 보답으로,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후원자는 창작자가 약속한 리워드(선물)를 받아보게 된다.

 

꽤나 의미 있고 흥미롭다. 어디서도 공개된 적 없는 미지의 창작물이 세상 밖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니. 그리고 내가 그 창작물을 가장 먼저 받아볼 수 있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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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의무적이긴 했지만 펀딩 기획에 관해 공부하는 동안 텀블벅에 등장했다가 성공하거나 무산되는 많은 프로젝트를 보며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인데, 누군가가 땀을 쏟고 공을 들여 보듬었을텐데, 개성 있고 유익한 스토리텔링인데, 더 많은 사람에게 닿아 더 많은 후원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싶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오늘은, 좋은 건 같이 나누자는 마음에 몇가지 프로젝트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크기변환]안경.JPG

 

'어떻게 하면 부담 없이 매일 쓸 수 있는, 합리적이면서도 담백한 디자인의 품질 높은 안경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안경 프레임부터 렌즈까지 유통단계를 줄이고 직접 디자인, 생산, 판매를 구상하고 실천하는 브랜드 YUN(윤) 의 프로젝트이다.

 

우리는 바이러스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전 세계 사람들의 일상을 바꿀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이전과 달리 코로나를 겪으면서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안전을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를 위해 윤은 향균 뿔테 안경을 제작했다.

 

향균 뿔테 안경에 사용되는 바이오 아세테이트는 미생물 성장을 억제하여 박테리아, 곰팡이, 효모, 조류 및 심지어 바이러스까지 억제하거나 죽일 수 있다. 윤은 특히 평소 안경세척이 어려운 사람, 평소 남들보다 안경을 더 자주 만지는 사람, 피부가 민감한 사람, 깨끗한 안경을 원하는 사람, 윤과 함께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싶은 사람에게 본 안경이 더욱 유용할 것이라고 어필한다.

 

 

[크기변환]모빌.JPG

 

 

창작자 HYM은 일상 속 디테일을 재해석하여 그 안에서 새로움을 이끌어내는, 파리에서 공예, 그래픽, 순수미술을 전공한 세 명의 디자이너의 취향을 기반으로 오브제를 만드는 브랜드이다. 텀블벅을 통한 이번 프로젝트가 그들이 브랜드로서 처음 선보이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모빌을 택하게 된 건 집, 실내 공간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는 코로나 시대에 집을 둘러보다 문득, 평행한 시선이 아닌 시선 위의 공간에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했고 움직이는 모빌이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단조로운 일상 공간을 새롭게 느낄 수 있도록 이들이 준비한 모빌은 2종류이다. Petit mobile은 공장 풍경 속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쌓여 있는 듯한 나선 호스의 모양, 흙과 맞물려 드러난 자동차 바퀴 모양 자국, 낡은 도시 풍경 속 녹슬고 벗겨진 페인트의 색감 등에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고 Grand mobile은 바위 위의 작은 포인트, 바퀴가 지나간 자국의 흔적, 공사장 파이프에 호스가 끼워져 있는 모양, 오래된 계단의 형태 등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모빌의 오브제는 섬유, 금속, 도자기로 100%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크기변환]북퍼퓸.JPG

 

 

문학에, 문학의 향기를 더하는 Wearingeul, 글입다는 문학 작품을 일상 속에서 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만날 수 있도록 공감각적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디자인하는 디자인 브랜드라고 소개되어있다. 여러 차례 문학 잉크 프로젝트를 선보여왔고 그 이전부터 북퍼퓸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고 한다.

 

북퍼퓸은 문학 작품의 표현, 분위기, 정서, 그리고 심상을 향기로 해석하고 조향한 문학 프로젝트로 문학 작품에서 대표적인 이미지를 그려내고, 눈을 감고 향기를 맡았을 때 그 장면이 펼쳐질 수 있도록 조향 되었다고 한다.

 

이번 북퍼퓸 시즌3에서 모티브가 된 20세기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10명의 작가들과 작품들은 이상의 날개, 한용운의 님의 침묵, 김유정의 만무방,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중략) 정지용의 유리창,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이다.

 

 

[크기변환]잡지.JPG

 

 

창작자 이름, 'GUJIFF' 를 풀어쓰면 GUJI PALETTE이다. 구지 팔레트, 한 대학의 작은 영화 상영 동아리에서 시작된 "굳이 극장을 가서 영화를 봐야 할까?"라는 물음으로 탄생하여 상영관이 적어 쉽게 극장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작품의 판권을 직접 구매하고 장소를 대여해 매년 영화 상영회를 개최해왔다고 한다.

 

시작은 상영이었지만 디자이너 크루들과 콜라보 작업을 병행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왔고 지난해 3월, 새로운 도전으로 에디터와 아트워크를 창작해내는 아티스트가 모여 아트 영화 잡지 1호가 제작, 발간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텀블벅 펀딩을 통해 2호의 발간을 알렸다.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GUJI MUSE-UM은 오롯이 당신만의 예술 박물관이 된다는 소개에 걸맞게 첫 번째 목차 Lobby 로비를 지나면 두 번째 목차 Permanent 상설 전시관 - 전시 1, 전시 2, 전시 3, 전시 4, 전시 5 를 관람할 수 있다. 각 전시에는 큐레이터와 아티스트가 풀어낸 영화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이후엔 Exit 비상구, Temporary 기획 전시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박석영 감독의 인터뷰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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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텀블벅을 둘러보면 익숙한 것에서 조금씩 변형되었다는 인상을 주는 아이디어들도 존재하고 아예 생소한, 낯선 아이디어들도 눈에 띄곤 한다. 무엇도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익숙한 것은 창작자의 시선으로 인해 달리 보여서 새롭고 낯선 것은 호기심을 자극해서 신선하니 말이다.


난 15년째 안경을 착용하는 좋지 않은 시력의 소유자지만 요즘 같은 나날에 손과 휴대폰의 청결에만 신경을 곤두세웠지 안경테의 위생까진 고려하지 못했다. 윤의 안경은 내 사고의 폭을 확장시켜주었고 그들이 지향하는 공생의 미덕은 호소력 짙은 스토리텔링 통해 나로 하여금 공감을 끌어냈다.


HYM의 모빌, 글입다의 북퍼퓸, GUJIFF 영화 아트 잡지 역시 마찬가지이다. 모두 저마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읽는 이를 매료시킨다. 이 매력적인 프로젝트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나의 작은 후원이 창작자들에게 큰 동력이 된다면 보람차지 않을까?


여러분도 기회가 되어 수많은 프로젝트 중 당신을 사로잡는 아이디어를 마주하게 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후원자가 되어 보길 바란다.

 

 



[강안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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