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부질없는 생각들을 떨쳐내기 위한 방법 [사람]

나에 관한 것들을 기록함으로써 알게 되는 사실
글 입력 2020.09.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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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종종 깊은 생각에 빠질 때가 많다. 걱정거리 하나 없이 항상 "인생 뭐 있어. 즐겨!"를 외치던 나. 그때의 나는 어디로 가버린 건지. 코로나 19로 인해 완전히 뒤바뀌어버린 세상 속에서 여전히 우울함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쓸데없는 수많은 고민들로 힘들어하면서 말이다.

 

여러 번 마음을 다잡아보려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하기 일쑤.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처음 겪는 암울한 상황이라서? 혹은 앞길이 막막해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반복되는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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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사랑을 꿈꾸는 나는 하루 하루가 동화 같길 바란다. 그 때문인지 소설이나 영화 속에 나올 법한 이야기들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온갖 상상을 하기도 한다. 감명 깊은 작품을 본 날은 잠들기 전까지 그에 관해 생각의 보따리를 풀어놓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동화 같은 일은 밖에서 이루어진다. 집 안에 백마 탄 왕자가 등장할 일은 없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 또한 바깥 활동을 하며 얻고 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무언가를 행하며 그 시간을 보내는 게 즐겁다. 낮에는 푸른 하늘을 감상하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밤에는 예쁘게 빛나는 별들과 캄캄해진 거리 속 저마다의 하루를 마무리하며 집에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그 사람들과 같이 나 역시 내 하루를 되돌아보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계획한 일정대로 흘러가지 않았거나 딱히 무언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상상 이상으로 큰 뿌듯함을 준다. 그러다 보니 나는 하루 중 집에 돌아가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10시에서 12 사이, 그 언저리 쯤 말이다.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대부분을 시내에서 보낸다. 그렇게 시내에서 놀다가 집으로 향하는 시간은 길어봤자 30분 남짓이다. 그러나 감성적인 R&B 팝송 혹은 트랩이나 붐뱁 등의 힙합 음악으로 가득 찬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그날의 분위기에 취해 걷는 그 순간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마치 나 혼자 다른 세상에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몇 달 동안은 포레스텔라나 라포엠의 음악을 돌려 들었는데, 이렇게나 황홀할 수가 없다. 갑자기 나만을 위한 4중창 공연이 길 한복판에 펼쳐진 듯했달까? 그 감동적이고 짜릿한 공연을 감상하고 나면 몸이 저절로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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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밖에서 얻은 에너지를 다 쓴 후 집에 돌아오면 곧바로 잠에 든다. 다른 무언가를 할 겨를도 없이 잠든다는 건 그만큼 하루가 만족스러웠다는 걸 나타내주는 증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하루의 반복은 나에겐 삶의 원동력이자 활력소이다. 매번 다른 방식으로 행복감을 선물해주며 근심거리 따윈 저만치 날려버린다.

 

몇몇 사람에게는 이 역시 '반복되는 일상'에 속하겠지만, 나에게는 아니다.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냐에 따라 수백 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는 모두 다를 것이다. 어느 하나 겹칠 수도, 같을 수도 없다. 그러니 나에게는 그 하루하루가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해 언택트 생활이 시작된 후는 달랐다. 온종일 집에 갇혀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게임을 하고, 유튜브를 보는 삶의 반복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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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에는 코로나 19가 차츰 접어드는 듯했다. 덕분에 그동안 쌓여왔던 무력감을 없앨 기회를 잡았다. 감사하게도 합격하게 된 에디터, 문화생활 동아리까지... 그야말로 기쁨의 연속이었다.

 

더 이상 반복되는 하루를 참을 수 없던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열정을 불태웠던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 도전의 성공은 낮아져 있던 나의 자존감을 한층 높여주었다.

 

덕분에 문화와 관련해서 참으로 많은 경험을 쌓았던,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날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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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순간 급증해버린 확진자 수로 인해 2.5단계가 시행되면서 또 한 번 비극이 찾아왔다. 여름방학 전의 생활,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만 것이다. 약간의 희망이라도 보였던 그 당시와는 달랐다. 심지어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사회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이제는 집 밖으로 나가기가 정말로 힘들어졌다. 그로 인해 에디터, 동아리를 통해 해오던 문화생활 역시 더는 즐길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찾아온 두 번째 '반복되는 일상'. 이는 나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항상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하는 ㅇㅇㅇ입니다."라는 소개 멘트를 입에 달고 살았던 나는 이 문장이 왠지 거짓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이에 완전히 반대되는 걱정, 불안, 초조라는 감정들이 가득 찼다. 그리고 그것들은 나에게 무언가라도 해야 한다며 끊임없이 속삭였다. 그러한 일상을 벗어나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 관념이 생기고 만 거다.

 

예전의 나는 어떤 고민이 있다면 바로바로 해결했고 그에 관해 더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현재의 나는 달랐다. 고민(진로, 취업, 미래 등에 관한 섣부른 걱정들)은 쌓여만 갔고 그것들은 머릿속에 가득 차서 나를 괴롭혔다. 결국, 이는 내 일정을 무리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에 대해 후회는 없다. 원체 바쁜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만 꽉꽉 채워놓았기 때문이다. 허나 이가 앞서 말한 강박 관념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점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

 

이 글을 적게 된 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도 아니고 푸념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며 써내려간 이 생각들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직접 깨닫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반복되는 일상'을 만들었던 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걸.

 

주어진 삶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해 발생한 결과라는 걸.

 

그리고 이러한 부질없는 생각들로 나의 인생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걸.

 

이제 과거의 기억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억들을 써내려가야 한다는 걸.

 

그러니 나를 믿고, 앞으로 달려나가야 한다는 걸...

 

 

생각은 끊임없이 다른 생각을 낳는다. 그 한계점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글은 다르다. 분명히 마침표가 존재한다. 완성된 글 속, 차근차근히 정리된 생각들. 막상 마주한 진실은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는 나를 불행의 길로 이끌거라는 걸. 그럼에도 돌아갈 마음이 나지 않아 부정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명확해진다. 나의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를 치우고 진실을 보여준다.

 

어찌 보면 이 모든 과정이 성장통이었을지도 모른다. 단지 '부질없는 것'이 아닐 수도? 그만큼 무언가에 극도로 진지하게 고민해 본 경험이기도 하니 말이다. 다만 그 성장통이 지극히도 아프고 끔찍했을 뿐이다.

 

이 글은 나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열쇠다. 열쇠를 찾았으니 이제 문만 열면 된다. 이를 통해 나의 소중한 시간을 앗아갔던 모든 생각과 이별하려 한다. 이제는 근심과 걱정 따윈 없는 일상을 보내는 내가 찾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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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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