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재난의 시대에서 읽는 '지금, 만화 6호' [도서]

만화와 맞물리는 현실
글 입력 2020.09.1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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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지금, 만화> 6호 : 재난+만화

 

 

지금 만화 3D_L.jpg

 

 

2018년 1호를 발간한 만화 전문 비평지 <지금, 만화>는 웹툰 전성기 시대에서 더나은 웹툰의 발전과 지속적인 부흥을 꿈꾼다. 만화를 다루는 잡지다운 표지에 책을 보자마자 눈길이 갔다.

 

6호는 올해 가장 큰 사회적 이슈인 코로나19사태를 다룬다. 예상치 못한 전염병의 창궐로 전 세계가 팬데믹 세상에 빠졌다. 영화, 만화에서나 등장했던 혼란과 붕괴 상황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러한 재난을 만화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만화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지금, 만화>는 만화가들의 놀라운 통찰과 비평가들의 예리한 분석으로 다루고 있다.

 

 

 

재난만화에서 캐릭터는 어떻게 영웅화되는가?


 

잡지는 재난만화에서 영웅화된 캐릭터를 다섯가지 유형으로 정리한다. 특수한 능력을 타고난 유형도 있지만 대부분의 유형은 평범한 인물이 위기 상황에서 재난을 헤쳐 나가며 영웅으로 탈바꿈하는 인물이었다.

 

특히 자기희생을 통해 타인을 구하는 그리스도 이미지의 유형이 기억에 남는다.

 

 

이타적 행동을 단순히 사회적 정의감이나 종교적 숭고만으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만큼 이타주의에는 자기 생명의 희생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p.32)

 

 

이 구절을 보고 감염병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수많은 의료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시대에는 특별한 돌연변이나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들이 아니라 한여름 폭염속에서도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살피는 의료진들이 진정한 영웅이다.

 

 

 

언택트 시대의 콘택트하기


 

코로나19는 전염병에 대한 공포뿐만 아니라 사회의 해체도 가져왔다.

 

감염을 막기위해 언택트라는 신개념이 등장했고 재택근무, 온라인수업,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었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심리적 거리도 멀어지게 된 듯하다. 뉴스에는 분노를 이기지 못한 충동적인 범죄들이 자주 등장하고,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아 비난을 쏟아내며 답답함을 해소한다.

 

웹툰 <스위트홈>과 <좀비딸>에서도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스위트홈>은 고립된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재난을 그린 만화다. 제목 그대로 '스위트홈'이었던 공간이 정체모를 식인괴물이 등장하며 재난지역으로 변하는 순간, 사람들에게 밀려오는 공포는 어마어마했다.

 

<스위트홈>의 김칸비, 황영찬 작가는 재난(식인괴물)의 원인을 바이러스 감염이 아닌 극단적인 분노와 열등감으로 설정했는데, 이 부분에서 엄청난 통찰이 느껴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격리와 거리두기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또다른 질병을 만들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반면 <좀비딸>은 감염된 타인의 공존 가능성을 제시한다. 좀비바이러스에 걸린 딸을 보호하기위해 정환은 끊임없는 사회화 교육으로 수아(딸)을 사회에 투입한다. 수아의 친구들은 수아를 '조금 특별한'친구로 받아들이며 거리낌없이 잘 어울린다.

 

하지만 수아의 정체가 탄로나자 이어지는 상황은 지금 현실과 아주 흡사하다. 이웃이었던 사람이 정환의 집에 돌을 던지고 맹목적 비난의 어조를 담은 인터뷰를 한다. 이윤창 작가는 이 인터뷰의 내용을 자신의 만화에 달린 댓글에서 발췌했다고 하니 현실이 씁쓸해지는 순간이다.

 

웹툰 <스위트홈>, <좀비딸> 뿐만 아니라 <지금, 만화> 6호는 여러 만화들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단순히 재난의 유무로만 분류되는 줄 알았던 재난만화를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앞으론 재난만화를 볼 때 단순하게 이야기의 결말에만 집중하지 않게 될 것 같다.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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