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18년 여름, 뉴욕에서의 기억 [여행]

글 입력 2020.09.0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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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예전에 다녀온 여행사진을 SNS에 마구 올린다. 코로나 19로 떠나지 못하는 애환이 묻어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오늘 아침 네이버 블로그에서 오랜만에 알람이 울렸다. 필자의 이전 여행게시물에 댓글이 달린 것이다. 그 게시물들을 보며 “아 그랬었지. 다시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여름의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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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의 장소는 2018년 여름 미국이다. 사실 자유로운 여행이라기보다 대학교에서 가는 연수 프로그램이 주된 목적이었다.

 

약 한 달 동안 오하이오주에 있는 대학교에서 기존 학생들과 같이 노래, 무용, 공연이 완성되는 과정들을 배운다. 마냥 이론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어서 더 매력 있었다. 그래서 동기 두 명과 바로 지원을 했고 다행히도 같이 떠날 수 있었다. 그전 부푼 마음으로 뉴욕에 며칠 머물기로 했다.

 
당시에 해외여행은 일본으로 두 번 간 것이 전부였기에, 하루를 꼬박 비행기에서 보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필 생리하는 날이었고 90도로 맞춰진 좌석에서 옴짤달짝못했다. 점심 기내식을 먹고 영화를 보고 저녁 기내식을 먹고 잠을 자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20시간 이상을 보내고 마침내 미국 JFK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시차가 정반대인 미국의 낮에 첫발을 내디뎠다. 몸이 자유로워진 탓인지 마냥 기쁨으로 가득 차 있어서인지 이유 모를 해방감이 느껴졌다. 날씨는 너무 화창했고 맑았다. 분명 한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도시였다. 넓지 않은 도로의 양옆으로 빽빽하게 빌딩들이 우거져있었고 그들을 관통하는 대교는 감각적이었다.
 
 
 

일상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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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계획대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모마 미술관 등에 들렀고 유명한 음식들과 시장들을 둘러보았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도시 이게 여행을 떠나는 이유임이 틀림없었다. 몸 상태도 좋지 않았고 시차도 맞지 않는 문제점도 있는데, 지나고 보면 이조차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떠나지 못하는 지금에서야 더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일상을 벗어나는 것은

다양하고 쉬운 방법도 있는데,

여행이 더 따스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낯선 분위기와 문화가 주는 매력일 것이다.

 

 

 

분위기의 차이를 느끼다(인사/공연장)


 

필자가 느꼈던 가장 새로움은 일상의 분위기에서 와 닿았다. 이것은 인사로 쉽게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낯선 이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이 예의로 여겨진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길에서 눈을 마주치면 부드럽게 웃고 인사를 건넨다. 살짝 부딪히면 바로 “sorry”라며 사과를 하는 게 당연해 보였다. 그래서 길을 걸으며 “sorry, thank you”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대단하게 큰일도 아니고 어쩌면 당연하지만, 이것은 어려운 일임을 안다.
 
어느 날은 늦은 밤에 산책하고 있었다. 순찰을 하시는 건물의 경비원분께서 멀리서 무슨 말을 하셨다. 처음에는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는 것인지 훅 두려움이 다가왔다. 하지만 알고 보니 “좋은 밤이네요! 날씨가 참 좋아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이었다.
 
순간 낯선 이에게 안부를 질문받은 것과 행운을 빌어주는 경험이 처음이어서 몸이 굳었다. 상대방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말일지라도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그 덕분에 정말로 훨씬 좋은 밤이었고 낭만적인 기억으로 자리잡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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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새로움을 느낀 장소는 뉴욕의 한 공연장이었다. 그때 본 작품은 이미 한국에서도 유명한 <왕 키부츠>엮다. 우선 들어가는 처지부터가 새로움 그 자체엮다. 뮤지컬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특정 시간대마다 매표소 앞에 줄을 선다. 족히 30분 이상은 할애되지만, 이것은 곧 이 나라가 뮤지컬에 향한 애정을 반증한다. 그렇게 줄을 서서 표를 구매한 후 공연장에 들어갔다.
 
이때 순간 일행들과 서로의 눈을 의심했다. 관람객들은 영화관에 온 듯 슬리퍼 등 격식 없는 차림을 하고 내부에서 먹을거리를 사고 있었다. 간단한 과자부터 시작해서 포도주(술)까지 무척이나 다양했다. 공연장에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그 풍경은 정말이지 충격이었다. 마치 집 앞에 잠깐 놀러 와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공연 중에도 호응은 끊이지 않았다. 휘파람을 부는 사람이 대표적인데, 아무도 그를 째려보거나 질타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 같이 극에 몰입하며 추임새를 넣곤 했다. 처음엔 극에 방해될 것 같았다. 하지만 상영시간 동안 우리는 더 몰입했고 더 크게 웃고 울 수 있었다.
 
이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한국에서의 뮤지컬 공연장에 슬리퍼를 신고 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적어도 필자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중간에 크게 웃거나 추임새를 넣는다면 그는 민폐 관객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이렇듯 여행을 통해 타국의 공연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그렇게 부드러운 공연의 분위기는 절대로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새로운 장소에 가면 뜻밖에 사실들을 가져오곤 한다.  이것이 진정한 여행의 가치가 아닐까.
 
여행에 굶주린 사람들에게 촉촉한 단비가 내렸으면 하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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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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