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투쟁을 이어가는 목소리 – 제20회 서울국제대안영상페스티벌 '깃발, 창공, 파티' [영화]

글 입력 2020.08.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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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네마프2020 공식포스터.jpg

 

 

 

‘깃발, 창공, 파티’, 투쟁을 담아내다



영화는 2010년 복수 노조 허용 이후 8년 연속 파업 없이 평화적 타결을 이뤘다는 단문의 기사에서 봉합된 사측과 사측 노조, 소수 노조의 투쟁 과정을 KEC 지회의 자리에서 기록한다.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영화는 처음이라 흥미로웠다. 2시간 4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러한 형식으로 어떻게 영화를 채웠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관람을 시작했다.


지회의 투쟁은 나에게는 낯설었지만, 그들에게는 일상적이고 오랫동안 지속 되어 온 것이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들의 투쟁이 마냥 늘 치열한 모습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상상 속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그들은 소탈하고 정답게 서로를 북돋우며 싸움을 이어나간다.


회사의 사무실과 지회의 신사무실, 시위와 모임의 공간들을 포착한 영상 속에서 그들은 공동체를 위해 싸우지만, 그 공동체 안에서도 의견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의견을 조율해나가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힘을 모으고자 한다. 지치지 않기 위해 투쟁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모두를 위한 싸움



영화의 후반부에서 낭송되는 마르틴 니묄러의 시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중략) 그 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다. 그 다음에 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마르틴 니묄러, '그들이 처음 왔을 때'


 

사회적 문제들에 대하여 누군가는 싸우고 누군가는 침묵한다. 침묵하는 이들은 싸우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침묵하는 이들은 그 문제가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싸우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어느 한쪽의 정의와 평등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위태로워진다.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무시해왔던 문제들이 결국 자신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침묵하는 이들은 혹은 굳이 피곤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싸우지 않는다. 불공정함을 그저 납득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결국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잠시만 생각해봐도 결과는 뻔하다. 많은 것들이 힘과 권력을 가진 집단의 뜻대로 정해지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 하고,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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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한 주장이 부딪히면서 생기는 갈등들에 대하여, 나는 어느 입장에 동의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적이 많다.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나는 양측의 입장이 다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나는 아직 다양한 각각의 사회 문제에 대한 뚜렷한 자기 주관이 서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중간에 서서 바라만 보고 있다면 결국 약자인 집단이 피해를 보게 될 만한 사회적 이슈들이 많다. ‘깃발, 창공, 파티’에서 담아낸 싸움도 그러한 종류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당함에 맞서려는 지회의 구성원들을 보며, 내가 내어왔던, 그리고 앞으로 낼 수 있는 목소리는 어떤 방향과 형태일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많은 문제들에 대한 나만의 의견과 입장을 정립하여 내가 생각하는 정의와 평등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송진희 컬쳐리스트.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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