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직관적인 상상력이 가득한, 책 - 책 좀 빌려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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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좀 빌려줄래?’라는 책의 표지를 받자마자 예전에 읽었던 책이 떠올랐다. 어디서 본 듯한 그림체를 마주하고, 책장을 들여다보니 몇 년 전 읽었던 ‘생각하기의 기술’의 저자와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당시 책을 읽으면서 ‘귀여운 그림체 속에서 은근히 발견되는 의미있는 메시지’가 담겨있어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이번 책을 기대감 속에 펼쳐보았다.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에 들었던 생각은 ‘책이 시같다.’였다. 책 22페이지의 ‘내가 쓰려는 시’와 23페이지의 ‘시의 이해’라는 부분이 이 책의 느낌을 명확히 설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전에 책에서도 느꼈었지만, 이번에도 읽으면서 참 직관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글 속에 의미를 숨기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우리의 생각을 그대로 꺼내어 짧은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여 굳이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신기하게도 직관적인 이야기 속 상상력이 풍부하게 드러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을 귀엽게 포장하여 보여준다. 그 포장에서 섬세한 관찰력과 상상력이 돋보인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생각, 습관 등을 날카로운 관찰로 발견한다. 그리고 평범한 것을 글과 그림을 잘 활용하여 색다른 표현 법으로 보여준다.
직관적이면서도 상상력 가득한 내용 속에서 나에게 큰 공감을 끌어냈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같이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 몇 가지 소개하려 한다.
# 시의 이해 – p.23
이 부분은 시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시에 담겨 있는 함축적 의미를 찾기 위해 단어 하나, 글자 하나를 파고들어 분석한다. 나는 그렇게 분석하는 것도 시를 이해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자칫 시의 분위기를 흐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 등장하는 시를 대할 때 단어 하나에 담긴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분석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함축적 의미를 찾을 수 있어 이해하기는 더 수월했었지만, 간혹 전체적인 시의 분위기보다 세세한 것 하나를 분석하는 것에 치중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시는 굳이 해체하고 분석하지 않고 글의 있는 그대로를 온전히 받아 들여보는 것이 시를 대하는 좋은 태도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냥 글이 흘러가는 대로, 그 자체로 의미가 되고 아름다울 수 있도록. 혹여 글을 읽는 동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면, 아직 내가 글을 맞이할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조금 다른 기분과 경험을 가지고 본다면 그때는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 너무 재미없는 그림책 – p.41
“진지한 교훈만 주려고 하고”라는 부분에서 나의 문제점을 약간 지적당한 것 같아 살짝 찔렸던 것 같다. 어느 샌가부터 글을 읽을 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지 파악하려고 했다. 글뿐만이 아니라 연극, 뮤지컬, 영화, 웹툰 등 ‘작품’이라고 칭하는 것들을 볼 때 그랬다.
작품을 보고 나서 하는 생각은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게 뭔데? 명확히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뭐지?’였다. 그냥 특별히 전하고자 하는 게 없을 수도 있는 것을 억지로 찾고, 찾지 못하면 작품에 살짝 실망하기도 했다. 그냥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을 뿐이었을 텐데 말이다.
며칠 전 봤던 연극을 대할 때도 그랬었다. 연극을 보고 나오면서 ‘그래서 뭘 얘기하고 싶은 건데’라는 생각을 했고,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하다 결론을 냈다. “그냥 그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것이구나, 그냥 스토리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되는 거구나”라고. 이때의 생각과 이 부분이 겹쳐지니 앞으로 이러한 태도를 보여야겠다 생각을 했다.
# 말썽쟁이 알파벳 – p.66,67 / 글쓰는 이의 하루 – p.95
이 부분을 읽을 때는 흥미로우면서도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했다. 수많은 단어 중에서 적절한 단어를 선별해서 글을 풀어냈는데, 내용이 잘 이어지면서 잘 표현이 되기까지 하여 재미있게 봤다. 뭔가 크게 특별한 아이디어가 아닌 것 같아도, 표현에 있어 특별하다고 느껴졌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나의 흥미를 자극한
다양한 알파벳 활용법이었다.
라이트한 글이지만
마냥 가볍지 않다.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진 단어들 속에서
사용할 만한 쓰임새가 있는 것을 골라내어
아이디어가 가득한
자연스러운 글로 표현해냈다.
차례로 이어지는 단어들이 잘 맞물려갈 때
카타르시스 적
타이밍을 선사한다.
파노라마처럼
하루를 잘 표현했던 부분 역시 훌륭했다고 생각했다.
재미있어 보여서 한글을 활용하여 따라 해 봤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삼행시, 사행시 같은 것들을 할 때 끝없이 고민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원하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단어를 찾고 적절한 것을 활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흥미롭기도 했다.
내가 어떤 단어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내용은 전혀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에서 마치 글을 가지고 논다는 느낌도 들면서, 이것이 글쓰기의 즐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시작하면서 말했던 것처럼 이 책은 시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그림이 곁들여진 시. 짧고 간결한 문장과 그 속에 언뜻 내비치고 있는 의미들. 그리고 그것들의 설명을 도와주는 귀여운 그림까지. 직관적이면서도 상상력 넘치는 표현들로 가득한 이 책은 시처럼 여러 번 읽으며 분위기를 느끼고 의미를 찾아보는 재미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복잡할 때 혹은 아이디어가 막혔을 때, 글을 쓰기 싫어질 때 등 머릿속에 환기가 필요할 때 한 번쯤 읽어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냥 귀여운 그림을 구경해보는 것도 좋고,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좋고, 상상력에 놀라보는 것도 좋다. 그냥 다양하게 책을 가지고 놀아보는 것이 이 책을 즐기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곽미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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