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아버지의 사과 편지

글 입력 2020.08.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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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과 편지
- 딸아 미안하다. 그건 강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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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피해자는
31년 전에 죽은 가해자에게
사과 편지를 쓰게 했나






<책 소개>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으로 살기 위해 선택한
'나를 위한 고백'
 
이브 엔슬러는 아버지에게 다섯 살 때부터 성폭력을 당했고 10대 이후에는 학대, 폭행, 가스라이팅 등 잔혹한 폭력에 시달렸다. 힘든 시간을 버텨온 그는 폭력의 희생자가 아닌 생존자가 되어 극작가로서 여성의 몸에 대해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사회운동가로서 각종 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엔슬러 역시 시간이 지나도 절대 흐려지지 않는 과거의 상처로 평생을 휘청거렸다. 그는 자신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잔혹한 기억에서 한 발짝 더 벗어나기 위해, 본래 누려야 했던 온전한 삶을 되찾기 위해 두렵지만 있는 힘을 다해 고통의 기억을 꺼내놓는다.
 
엔슬러는 가해자인 아버지가 딸인 자신에게 사과 편지를 보내는 일을 '상상'함으로써 수십 년 동안 묻어둔 진실을 생생하게 복원해낸다. 왜 사과 편지일까? 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목소리로 책을 썼을까? 이미 사망한 가해자를 불러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책을 둘러싼 질문들 앞에 엔슬러는 말한다. "그는 결코 내게 그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일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상상해야만 한다. 상상 속에서라면 경계를 넘어 꿈을 꿀 수 있고 이야기의 깊이를 더해 현실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 이 편지는 경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나의 의지와 그에 필요한 말을 아버지에게 부여하고 사과의 언어로 표현하게 해 마침내 나를 자유롭게 만들려는 노력이다."(15~17쪽) 엔슬러는 가해자이자 오래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소환하여 그가 자신을 어떻게 유린했는지 낱낱이 밝힌다. 그리고 왜 아버지가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그의 삶 전체를 되짚어보고, 피해를 겪을 당시 자신의 감정이 어땠는지 세밀하게 묘사한다. "현실과는 다른 결과" 즉, 가해자가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명백히 밝히고 인정하며 진심으로 꺼내는 사과를 받는 일은 이브 엔슬러가 선택한 '마침내 나를 자유롭게 만들려는 노력'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피해자가 가해 사실을 고발하고 고통을 드러내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사과 편지》를 먼저 읽고 해제를 쓴 은유 작가는 말한다. "나는 글쓰기 수업에서 말하곤 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이나 커다란 고통일수록 버전을 달리해서 써보라고. 다른 시점, 다른 입장, 다른 시제, 다른 장르로 같은 경험을 다뤄보면 그 사건의 본질은 선명해지고 고통은 옅어질 수 있다. 이 책은 씻을 수 없는 상처의 기록이라서가 아니라 '기록할 수 없는 상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하다."(206쪽) 은유 작가의 말처럼 엔슬러는 가감 없이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며 사건의 본질을 선명하게 만들었다.
 
이후 《아버지의 사과 편지》를 세상에 내놓은 이브 엔슬러는 자신의 이름을 '브이V'로 바꾸며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것을 선언했다. 역자 후기에서 김은령 <럭셔리> 편집장은 그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신을 괴롭히던 아버지의 잔혹한 기억으로부터 마침내 벗어나게 되었고 원망도 회한도 분노도 남아 있지 않지만, 그가 물려준 성과 이름으로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197쪽)
 
《아버지의 사과 편지》는 이브 엔슬러가 진심으로 듣고 싶었던 말을 담아낸다. "나는 다섯 살 때 너의 몸을 가졌다. 나는 너의 신뢰를 배신했다. 너는 나에게 허락하지 않았고, 허락할 수도 없었다. 동의란 없었다. 너는 그저 사랑스러운 아이였을 뿐이다. 나는 너에게서 평범한 일상을 빼앗았다. 나는 너에게서 가족에 대한 개념을 파괴해버렸다. 너를 영원한 자기 증오와 죄의식 속에서 살게 했다. 나는 너를 착취하고 학대했다. 진정한 사랑을 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도록, 친밀함에 대해 폐소공포를 느끼도록 만들었지. 내가 이 모든 일을 저질렀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179~185쪽)
 
엔슬러가 온 힘을 다해 써내려간 아버지의 사과 편지는 진정한 사과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 안타깝게 생각한다' 같이 책임 회피에 급급한 형식적인 태도가 아닌,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인지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일련의 단계를 거치는 태도가 진정한 사과라는 것을 보여준다.
 
엔슬러는 2019년 'TED우먼' 강연에서 가해자의 사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미 세상을 떠난 가해자를 상상하여 쓴 사과 편지를 통해 자신은 무엇을 얻었는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나는 그가 죽기를 바랐고, 감옥에 가길 원했다. 그가 변하길, 진정으로 뉘우치고 사과하기를 바랐다. 사과는 기억하는 것이다. 사과는 일어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걸 얘기하는 것이다. 사과는 우리가 대면한 지금의 문제에서 앞으로 나아갈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힘든 시간을 이겨낸 성폭력 생존자 이브 엔슬러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끔찍한 폭력을 근절하는 일에 앞장서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세계를 누비며 성폭력 희생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왔다. 그리고 그들이 치유의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피해자가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고 있다. 그런 그는 《아버지의 사과 편지》라는 절절한 고백을 통해 희망한다. 여성들에게 상처를 입혀온 남성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사과하기를. 상처와 함께 살아가며 여전히 사과를 기다리고 있는 여성들이 진심 어린 사과를 받기를. 이 고통스러운 폭력을 끝내는 세상이 오기를.
 


 

아버지의 사과 편지
- 딸아 미안하다. 그건 강간이었다. -
 

지은이 : 이브 엔슬러
 
옮긴이 : 김은령

출판사 : 심심

분야
외국 에세이 / 여성학

규격
133*193

쪽 수 : 208쪽

발행일
2020년 08월 14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5675-835-8 (03300)





저자 소개


이브 엔슬러Eve Ensler
 
토니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극작가이자 작가, 사회운동가다.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여성 200명을 인터뷰해 금기의 대상이었던 여성 성기를 둘러싼 고민과 남성 폭력의 기억을 담아낸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그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1997년 오비상Obie Award을 받았으며 세계 140개 국가에서 48개 언어로 공연되었다.
 
그 후 <레모네이드Lemonade>, <특별 조치Extraordinary Measures>, <필요한 목표들Necessary Targets>, <굿바디The GoodBody>, <감정적 동물Emotional Creature>, <프룻 트릴로지Fruit Trilogy> 등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으며, 《버자이너 모놀로그》,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나는 감정이 있는 존재입니다》 등을 출간하여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사회운동가로서 '브이데이V-Day'와 '원 빌리언 라이징 레볼루션One Billion Rising Revolution'을 조직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일상적인 폭력을 막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인권운동가 크리스틴 슐러 데쉬베Christine Schuler Deschyrver, 201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드니 무퀘게Denis Mukwege와 함께 콩고민주공화국에 여성 폭력 생존자들을 위한 치유 및 지원 센터 '시티 오브 조이City of Joy'를 세웠다. <뉴스위크> 선정 '세상을 바꾼 150명의 여성', <가디언> 선정 '100명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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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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