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웹툰과 견주어보기 [공연]

청년들의 아픔과 위로, 치유를 담다
글 입력 2020.08.1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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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을 향한 위로,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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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란 존재들은 언제나 자신의 도착지를 고민해야 하는 미완의 사회 구성원이다. 이 과정이 순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들은 사회의 구조 안에 온전히 정착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들의 방황을 향한 위로는 여러 창작물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아서일까. 그러한 위로는 가끔씩 정당화 혹은 일종의 식상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 접하게 된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의 원작인 동명의 웹툰이 큰 호평을 받았던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존의 힐링물과는 다른 뭔가를 기대하며 극장에 들어섰다.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본래 2017년 7월부터 2019년 3월까지 네이버에서 연재되었던 웹툰으로, 청년 세대에게 잔잔한 위로를 던지는 작품이라는 평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이 작품은 연극으로 각색되어 작년 10월에 초연되었으며 올해 8월 다시 돌아온다.

 

장소는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으로, 티켓을 발권하면 팜플렛과 그립톡, 협찬품인 여성용품이 제공된다. 건물에 들어서기 전에 체온을 측정해야 하며 극장 입장 전에는 자가문진표를 제출해야 한다. 한 번 입장하면 재입장은 불가하다.

 

 

연극 내용 되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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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이찬란’은 이름과 달리 단 한 번도 찬란하게 살아오지 못한 인물이다. 벗어날 수 없는 지독한 가난은 찬란이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가혹한 족쇄를 채우고 있다. 찬란은 자신의 유년시절을 폭력으로 얼룩지게 한 아버지와, 그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어머니를 뒷바라지해야 한다. 그래서 고시원 월세를 밀리고, 아르바이트 월급을 가불받아 가며 가족의 생활비에 보탠다.

 

찬란이 철학과에 입학한 이유 또한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함이다. 그녀의 과거와 현재에서 도저히 희망의 낌새라고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찬란에게 연애나 화장, 여행 등 다른 청춘들이 일반적으로 즐기는 생활은 사치에 가깝다.

 

그러던 중 찬란은 학과 사무실에서 마주친 수상한 남자의 팔을 놀란 나머지 호신술로 꺾어 버린다. 알고 보니 그는 교내 연극부 회장 ‘윤도래’였고, 학과 사무실인줄 알았던 장소는 도래가 살고 있는 연극부 동아리방이었다. 이 사건을 빌미로 연극부는 찬란을 신입부원이자 연극 주인공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희곡을 담당하는 문예창작과 도래를 비롯해 기획총괄을 담당하는 경영학과 ‘시온’, 의상을 담당하는 ‘진’과 막내이자 배우를 맡은 컴퓨터공학과 ‘유’는 갖은 노력을 다해 찬란의 마음을 붙잡으려 한다.

 

물론 찬란은 경제적, 심적 여유가 전혀 없었으므로 이들의 회유를 무시한다. 그러나 유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끝낸 찬란과 도시락을 먹으며 “해야 할지보다는 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거 어때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아르바이트 때문에 연극부에 입부할 수 없다고 하는 찬란에게 도래는 월세가 얼마인지 묻고는, 자신이 개조해서 살던 동아리방의 창고 공간과 동아리 비품인 생필품을 찬란에게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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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실 이들이 찬란을 신입부원으로 끌어들이려 한 이유는, 현재 부원수가 정동아리의 기준인 부원수 5명에 미달되었던 탓이었다. 게다가 근 몇 년간 이렇다 할 공연을 올리지 못해 폐부신청서를 제출하라는 권고를 받아 간절히 신입부원을 물색하고 있던 중이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찬란이 오직 이 이유 하나만으로 도래의 레이더망에 걸려든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인문학 교양 수업에서 찬란이 토론하는 모습을 본 도래는 그때부터 찬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고찰하고 하고자 하는 말을 흔들리지 않고 냉철히 전달하는 찬란의 모습에 호기심을 느꼈던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연극부는 새 연극을 올릴 준비를 시작한다. 그리고 도래가 찬란과 유에게 건낸 희곡은 찬란의 이야기와 닮아 있었다. 찬란이 맡은 ‘A’, 유가 맡은 ‘B’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아가는 고시원 이웃이다. A는 취업 준비를 하는 아르바이트생, B는 공시 준비생이지만 두 인물 모두 각각 면접과 시험에 불합격한다. 그리고 고달픈 현실에 지친 두 사람은 옥상에서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 바로 A가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하려고 마음먹은 순간이었다. B 또한 마찬가지의 이유로 옥상에 올라온 상태였다. 이들은 평소 복도에서 마주쳐도 인사 한 마디 나누지 않는 사이였지만, 누가 먼저 죽을 것인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그러던 중, 그들은 어떤 연유로 죽음을 스스로 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연극 준비 막바지에 이르렀는데도 찬란은 연기에 집중하지 못한다. ‘오늘의 나를 불행하게 만든 것은 어제의 나이다’라는 대사에 몰입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억제하려 한 탓이었다. 찬란은 자신의 행복을 가로막은 아버지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고, 용서를 하는 사람이 없다면 용서를 받아줄 사람도 있을 수 없다고 소리친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연습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찬란은 집안 형편이 더 악화되어 아르바이트를 늘리게 되고 추가 연습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던 중 찬란은 대본의 뒷면에서 폐부 통지서의 내용을 발견한다. 결국 찬란은 자신을 연극의 주인공으로 영입한 것이 폐부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부원들이 베풀었던 호의가 그저 동아리 폐부를 막기 위한 방편에 불과했고, 자신이 이용당했다고 여기게 된 찬란은 화를 내며 자신이 그렇게 불쌍해 보였나고 소리친다. 하지만 도래는 이렇게 묻는다.

 

 

“넌 다른 사람이 얼마나 약한지는 보이지도 않지?”

 

 

도래는 찬란에게 네가 힘들고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남들도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 거냐며 화를 낸다. 그리고는 모두가 힘든데 네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처럼, 자신의 불행은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말한다. 결국 찬란은 동아리방을 뛰쳐나오고 도래마저 연락을 끊고 잠적한다. 이렇게 연극부의 연습은 올스탑된다.

 
그리고 뒤이어 다른 부원들의 고충이 그려진다. 도래는 평탄하지 못했던 아버지와의 관계, 진은 연인 관계에서 겪는 회의감과 이별, 유는 이혼한 어머니를 위해 늘 괜찮은 척을 해야만 했던 과거와 현재, 시온은 자신의 스펙과 성적이 취업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잃게 되는 상황 속에서 방황한다. 이들에게 결국 연극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찬란과 도래는 서로의 오해를 풀고 연극부로 돌아온다. 그리고 마지막 연극 무대에서 찬란은,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건 어제의 나였어요. 어제의 불행한 나를 뛰어넘어야 해요. 괜찮은 척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라는 대사를 진심으로 내뱉을 수 있게 된다.

 

 


관람을 끝마치고


 

분명 청춘들을 위로하기 위한 연극이었지만, 극장을 나서는 길에는 계속 어딘지 모를 찝찝한 구석이 남았다. 그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찬란이 겪는 고충의 무게감이 이유 없이 덜어졌다는 점 때문이었다.

 

본 연극은 주인공 찬란의 이야기와 심리 상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다가 갑자기 위기, 즉 폐부 신고서를 발견한 뒤 도래와 겪는 갈등을 맞이하고, 다른 부원들이 겪는 고민들이 성급히 나열된다. 물론 그들이 겪는 어려움 또한 쉬이 넘겨버릴 수는 없다. 모든 이들의 고민은 그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이유로 경시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극 속에서 찬란이 겪는 고통은 다른 부원들의 고통과 비교해 경중을 따지게 될 수밖에 없다. 단순한 취업 고민, 연인 관계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찬란이 스스로의 불행을 극복한 과정이 그저 ‘고통을 겪는 이 시대 청춘들이 나누는 위로와 교감’으로만 표현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물론 100화 가까이에 달하는 웹툰의 내용을 1시간 40분의 러닝타임으로 압축하기에는 당연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원작 웹툰을 한 번 감상해 보기로 했다.

 


 

웹툰과의 차이점 1 - 주변부 인물들의 입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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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을 감상하며 가장 놀랐던 것은, 진과 유의 캐릭터가 예상 밖으로 입체적이라는 점이었다. 먼저 웹툰 속에서 그려지는 유는 단순히 찬란을 짝사랑하고 애교가 많은 연극부의 감초 역할이 아니다.

 

유의 내면에는 어릴 적 목격한 부모님의 싸움이 트라우마처럼 자리하고 있다. 유는 아주 어릴 적, 아버지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아버지와 싸우며 자신을 ‘짐’이라고 칭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된다. 그 이후로 유는 언제나 착한 아들, 사랑스러운 아들이 되어야 했다. 내가 잘한다면, 대견한 아들이 된다면 엄마도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유의 티 없고 밝아 보이는 겉모습 또한 모두가 유 자신을 좋아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외면을 끝없이 검열하고 다듬은 결과였다.

 

그리고 찬란과 유는 각자가 자신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때 유는 자신을 칭찬하는 찬란의 모습에 반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연극에서 깊이 다루어지지 않는다. 도래가 찬란을 짝사랑하기 시작한 계기 또한 마찬가지이다. 도래는 토론 수업에서 이미 찬란에게 호감을 느끼고 말을 건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찬란은 도래를 매몰차게 거절했고, 그 이후로 계속 찬란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도래는 연극부원으로 찬란을 맞이하며 점점 이성적 호감을 느끼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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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진의 경우 연극에서는 외모를 꾸미는 데 관심이 많고 이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 끊임없이 애인을 사귀는 인물이다. 하지만 웹툰에서는 이러한 진의 성향의 뒷배경이 심도 있게 설명된다. 어릴 적 진은 아들이 아닌 딸이라는 이유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아들 행세를 해야 했다. 평소엔 ‘진’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지만, ‘김혁진’이라는 남성스러운 이름 역시 이로부터 기인했을 것이다. 그리고 늦둥이 남동생이 태어나자 부모님의 관심은 온통 남동생에게 쏠린다.

 

이때부터 진은 스스로의 외모를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에 집착하게 된다. 어릴 적부터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 진은 결국 연인 관계에서 받는 사랑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려 하게 되고, 상처받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게 된다. 진은 애인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상대를 자극하고 상처를 준다. 그럼에도 자신을 사랑해 주는 상대의 모습을 확인하며 위안을 삼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고, 결국 더 큰 상처를 받는 것은 진 본인이다.

 

그리고 시온은 첫 만남부터 진을 짝사랑해 왔다. 하지만 진의 옆에는 계속 애인이 있었을뿐더러,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가 만약 거절당한다면 친구 관계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계속 체념해 왔다. 하지만 진은 이별 끝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상대에게 사랑을 요구하며, ‘사랑받을 만한 존재’로 스스로를 꾸몄던 과거와는 달리 긴 머리를 자르고 무거운 화장을 줄인다. 그리고 스스로가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상대는 다름 아닌 시온이다. 마침내 진의 고백으로 이들은 연인이 된다.

 

이러한 인물들의 뒷이야기가 크게 생략된 연극 무대에서 연극부원들의 사랑 이야기는 성장 스토리에 양념처럼 가미되는 로맨스 요소처럼 느껴졌다. 연극을 보는 내내 불필요하다고만 느껴졌던 이들의 사랑은 웹툰을 본 다음에서야 응원할 수 있었다.

 

 

 

웹툰과의 차이점 2, 3 - 갈등 요소와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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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번째 차이점은, 웹툰에서는 찬란이 부원 수가 부족해 자신을 신입 부원으로 영입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웹툰 내에서는 갈등을 절정으로 폭발시킬 만한 큰 계기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연극 특성상 기승전결이 뚜렷한 편이 더 낫고, 관객의 흥미와 긴장감을 극적으로 불러일으켜야 하기 때문에 끼워넣은 장치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 부분이 웹툰과 다르게 각색되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흥미롭기도 했다. 하지만 이 상황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다소 짧아 아쉬웠다. 각자 오해를 품고 서로를 등졌지만,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이성적 호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더욱 몰입도가 높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차이점은 결말에 있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연극에서는 무대에 오른 찬란이 독백하며 끝을 맺지만, 웹툰에서는 찬란의 부모님이 관객석에 찾아온다. 그리고 찬란은 대사를 하던 도중, 즉석에서 아버지를 향한 진심을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아버지가 자신에게 가해 왔던 폭력과 억압,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인생에 미친 영향을 말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지만 이제 난 행복해지려 한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연극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온 찬란은 부모님과 마주한다. 이때 아버지는 그때의 대사가 꼭 나한테 하는 말 같더라고 말한다. 찬란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용서를 구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품지만, 아버지는 그럼에도 자신은 크게 잘못한 것이 없는데 대사가 왜 그리 심하냐고 타박한다. 결국 동화 같은 결말은 없었다. 하지만 찬란은 좌절하지 않는다. 이제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과거의 불행했던 나 자신을 극복하기로 다짐했기 때문이었다.

 

이 의미심장한 결말은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제목에 완벽히 들어맞는다. 만약 아버지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면, 오히려 찬란의 성장은 단편적인 ‘아버지와의 관계 개선’이라는 구실 밑에 가려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그렇다. 알콜 중독의 가정폭력범이 딸의 연기를 보고 딸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너무나 판타지적이다.

 

앞서 설명한 차이점 중 다른 인물들의 뒷이야기가 깊게 소개되지 않았다는 점은 연극의 제한된 시공간을 고려해 보면 당연히 타협해야 했을 것이다. 웹툰 상으로는 찬란을 제외한 모든 연극부원들이 주인공이지만, 연극에서는 오직 찬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버지의 사과를 받지 못했음에도 한 뼘 더 성장한 찬란의 모습을 연극에서는 볼 수 없었다는 점이 더 큰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남는 것


 

몇 가지의 아쉬운 점을 거론하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연극이 남긴 메시지가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나의 욕망과 타자의 욕망을 분리'해야 한다는 대사였다. 이 연극을 되짚어 보면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면서 어제의 불행을 극복해야 한다는 모순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제목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그저 행복을 욕심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기준에 맞춘 행복보다는, 진정한 나만의 행복을 추구해야 함을 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된다. 내 감정에 솔직해지지 못한 채 아프지 않은 척 연기를 하는 것은 타인의 욕망을 해소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연극에서 말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을 줄 수는 없다. 웹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주인공 찬란의 성장과 불행의 극복을 주제로 담고 있기는 하나, 찬란이 연극 주인공으로 무대에 섰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그녀의 주변 환경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아버지는 계속해서 어머니와 찬란을 힘들게 할 것이고, 생활고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며 또 다른 고민거리를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이제 찬란은 스스로의 불행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특히 청년 세대들은 어떤 어려움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스스로의 문제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가끔은 이기적이어도 좋다. 과한 이기심은 독이 되겠지만, 인간으로서 충분히 가질 법한 이기심은 나의 감정을 보호하고 스스로를 보듬어 준다. 타인이 바라보는 내 모습이 행복해지기를 바라기보다는, 내가 바라보는 내 모습이 행복해지기를 원해 보자.

 

 

*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 청춘들의 아픔과 고민, 극복을 그린 연극 -

 


일자 : 2020.08.01 ~ 2020.08.23


시간

평일(화-금) 8시

토요일 3시, 7시

일요일 2시

(월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티켓가격

전석 40,000원


주최

콘티(Con.T), 극단 신명


관람연령

중학생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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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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