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주아주 신 걸 먹고 싶다. 레몬청 만드는 법, 핑거라임 [도서]

글 입력 2020.07.25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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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청, 핑거라임, 노란색, 연두색, 새콤함의 결합. 도서 <레몬청 만드는 법, 핑거라임>의 결은, 제7회 Art insight에 내가 기고했던 글의 전반적인 콘셉트와 분위기, 레몬의 느낌, 소재, 쓰였던 색깔과 닮아있었다. 같은 듯, 다르게. 위로와 함께 남모를 친근감을 가지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달콤한, 시큼, 상큼도 아닌 새콤함이 딱 정확하다. 날 깨우고, 찌릿하게 만드는 기분 좋은 설렘은, 나라는 잔잔한 우물에 퐁당 돌멩이가 찾아와 동그랗고 작은 물결을 만들어 놓는 깨우침과 변화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알게 되었을 때 가장 새콤함을 느끼며, 가장 설렌다.
 

 

당시 기고한 글의 일부분이다. 레몬의 단면을 찍어놓은 사진을 제목 사진으로 띄워놨었다. 새콤하고 신선한 느낌을 갖고 꽤 명랑하게 써 내려갔었다.

 

‘저는 이럴 때 설레요~♬’하며 쓸데없이 발랄했다. 다른 사람이 쓴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 밝은 글이었다. 머리가 지끈해지는 것 같았다. 이질감이 드리워졌다. 지금의 나와 너무 다른 거 같아서.

 

곧장 책 안으로 들어가, 레몬차 열세 잔을 마시고 싶었다. 핑거 라임을 손에 가득 쥐고 입안으로 욱여넣고 싶어졌다. 고통아 없어져라, 하면서. 머리가 찌릿할 정도로 차갑고, 고통스러울 정도의 신맛으로, 멍하니 있다가 때로는 누군갈 원망하는 이 고통을 잠시 잠깐 잊을 수만 있다면야. 참 좋겠다 싶다.


 

레몬라임_표지.jpg

 

 

처음, <레몬청 만드는 법>과 <핑거 라임>을 읽어 내려갈 땐, 별생각 없었다. 레몬차 열 세잔을 주문한 여자와 애원하듯 핑거 라임을 요구하러 온 남자 이야기를 볼 때도 말이다. ‘그들’의 이야기구나 하고 넘겼다. 책을 덮고 책 표지 한번 참 예쁘다 생각하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느닷없이 풋, 하고 마른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거 완전 나 아냐? 허.

 

달달한 거, 매운 거 말고, 신 것으로 그냥 온 신경을 마비시켜버리고 싶다고 생각이 든 건, 실로 오랜만이다. 책 덕분이기도 하다. 겸사겸사 좋지 않은 일이 겹쳐 리뷰나 쓰자고 읽어 든 책에서 위로 겸 해결법을 전수받았다. 아주 아주 신걸 먹고 싶다. 내 고통의 원천은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불합격.” 나는 취준생이다. 심지어  똑같은, 대규모 채용사업 하나에 오늘부로 네 번째, 떨어졌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뭐 먹고 살라는 거야. 무더위 극복하고 건강한 나날 보내라고? 퍽이나. 먹고 떨어지라는 거야, 뭐야.’ 내 능력 부족이 아니라고 하는 예쁜 말이 담긴 위로의 메시지에도, 나는 된통 구박하다 멍-하니 널브러진다. ‘맨 처음, 멋모를 때 합격했을 때, 왜 나는 필리핀을 갔을까….’ 기회를 잡지 못한 후회와 함께 내가 믿는 신이라는 존재를 원망했다.

 

초라해지는 나를 보며 혹시 웃고 있는 거 아냐? 괴팍한 생각도 하다가. 그러다, 책에서 만난 이들을 보며 뭔지 모를 동질감에, 그들과 함께 싸하고 새콤한 알사탕 하나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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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지는 입안을 느끼니 그래도 긍정적인 생각이 밀고 들어온다. 뭐가 있긴 하겠지, 또. 길이 생기겠지, 뭐. ‘평온한 일상 속 미묘한 감정동요, 나의 이야기와 고통을 고통으로 치유하는 것에 대하여.’ 책을 소개한 보도자료 속 각각의 주제들은 곧 내 이야기였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고,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덮는다는 것에 동의하는 나는, 고통을 다른 고통으로 치유하고 덮는다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프고, 힘들고, 짜증 나고 화나는 걸 덮는 거다. 제자리에 웅크려있지 않고, 이불 덮듯이 말이다. 그냥, 그렇게.  유난히 울적한 오늘은, 밤이 참 길 것 같다. 레몬차 하나 시켜 윙크나 하면서 맛있게 먹어야겠다. 인생의 쓴맛을 레몬과 라임의 신맛으로 적신다. 어우, 셔.


 

너무 시어서 괴로운 데 동시에 맛있기도 하고, 그런 오묘함이 삶과 닮았다고 생각해요. (100p)

 





레몬청 만드는 법, 핑거라임
- 나는 레몬 조각에 이를 깊이 박았다 -


지은이
김록인 글, 노경무 그림

출판사 : 바다는기다란섬

분야
한국소설

규격
118*177mm, 양장본

쪽 수 : 112쪽

발행일
2020년 06월 30일

정가 : 11,000원

ISBN
979-11-961389-2-9 (02810)





저자 소개


글쓴이_ 김록인
 
레몬-라임을 좋아해서 해마다 제주 레몬이 나는 겨울, 제주 라임이 나는 초가을을 기다린다. 소설을 많이 읽고 조금씩 쓴다. 꼭 필요한 말만 남기고 군더더기를 없애기 시작하자 글이 점점 짧아졌다. <레몬청 만드는 법 / 핑거라임> 이후 동물 실험에 관한 짧은 소설을 작은 책으로 낼 예정이다.
 
 
그린이_ 노경무
 
자신을 돌보기 위한 방법으로 그림을 선택했다. 그림책 <불에서 나온 사람>과 만화 <불안을 걷다>는 아픈 몸을 살아 내는 이야기다. 여행을 좋아해 틈틈이 쓰고 그려 여행 에세이 <남해여행자>를 내기도 했다. 현재 애니메이션을 공부 중이다.

 

 
 

 

나는.jpg

 

 



[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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