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학들은 왜 '등록금 반환'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가?

글 입력 2020.07.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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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은 평등하지만,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코로나19로 발생한 문제들은 새롭지 않다. 기존의 문제들은 첨예하게 드러나 피부를 찌른다. 그러나 그 고통은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가장 먼저 해고된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였고, 감염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쿠팡 집단 감염과 아시아나 재하청 노동자들 정리 해고는, 건강과 생계의 위협에서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이 결국 가장 취약한 계층임을 탈은폐했다.

 

고등교육의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고등교육 등록금 책정이 얼마나 허술한가, 의사결정에서 학생들은 얼마나 배제되어 왔는가, 지독한 고통과 어려움 속의 취약고리를 절실히 느낀다. 등록금 책정 불투명은 예술대학에서 끊임없이 문제제기했다. 예술대학생네트워크는 17년부터 4년 간 예술계열 차등등록금 근거 부족과 부당 징수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회피를 통해 책임을 미뤘던 교육부와 정부, 대학의 무책임함은 결국 코로나19를 통해 교육의 모순으로 다시금 드러났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29일, 대학등록금 반환 추경 2718억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등록금 환불에 따른 대학 지원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결국 3일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한 3차 추경안에서는 대학등록금 반환 및 비대면교육 간접지원금 1000억이 결정되었다. 사립대학의 자율성이라는 명목 아래 정부는 교육 공공성을 여전히 회피한다. 그러나 이제 뉴노멀은 대학의 기능과 목적의 새로움을 요구한다. 변화하지 않는 한, 우리의 재난은 여전할 것이다.

 

 

 

특별장학금이라는 이름


 

7월 1일, 계원예술대학교의 ‘코로나19로 인한 특별장학금 지급 안내’는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학교 시설 사용 불가 및 실습 수업 미 실시 등으로 학습권을 침해받은 재학생 1인당 특별장학금 20만원을 지원하겠다.’

 

그러나 ‘특별장학금’은 그 이름부터 불합리하다. 학생권리 침해에 따른 정당한 등록금 반환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학생들을 학교가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송수근 총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의 고통을 분담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또한 특별장학금은 2학기 등록금을 감면하는 형태로 지급된다. 이는 2학기 휴학생, 졸업생, 자퇴생, 2학기 전액장학금 수령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이며, 오히려 2학기 등록자가 적을 것을 우려하여 내린 판단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고통을 분담하고자’ 하는 취지의 특별장학금 지급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코로나19라는 처음 겪는 상황에서 모두가 함께 고통분담하자느니, 선심 쓰듯 장학금으로 학생을 돕겠다느니, 하는 말들로 현 상황에 대한 대학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공지에 따른 학생들의 반응은 분노였다. ‘20만원 감면해주면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고 떨어질 줄 알았냐? 기분 진짜 안 좋다’, ‘20만원 누구 코에 붙이냐… 괜히 학생 위하는 척이다’ 끝까지 책임을 회피하려는 대학의 모습 속에서 모순이 더욱 부각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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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육은 서비스가 아니다


 

상아탑으로 불리던 대학들은 ‘진리탐구와 시대의 지성을 양성하는 곳’이라는 기존 역할 대신, 작금의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 교육 서비스로 기능한다. 더 좋은 브랜드를 얻기 위해, 더 좋은 학벌을 가지기 위해, 더 나은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그에 맞는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이다. 특히 예술대학의 경우 실습비, 기자재 사용 등의 이유로 타과 대비 높은 등록금을 요구해왔는데, 한 달간 사용이 전무했음에도 같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은 기존의 차등등록금 책정에 근거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꼴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는, 코로나19 이전과 동일한 금액임에도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함을 이야기하는 것 이상의 의의가 있다. 단순히 서비스 값을 돌려받으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액장학금을 받은 학생 또한 이 같은 권리 침해에 아무런 당사자성이 없는 것이 아니 듯, 등록금 반환 요구는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이는 대학뿐 아니라 정부와 교육부도 응답해야 한다. 이들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학에서 말하는 ‘교육의 주체는 학생이며, 학교는 그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기본 명제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설령 교육을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하더라도, 대학들은 정말로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사립대학교 재정분석에 따르면 등록금 평균 의존률은 60%나 되며, 심한 곳은 80% 가까이 된다. 설령 신자유주의 체계를 따른다고 할지라도, 주식이 많을수록 회사의 경영 권한이 더 많은 것을 봤을 때, 학생들은 누구보다 학교에 대한 권한이 많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 현실을 봤을 때, 지금의 교육은 자본주의적 관점에서도 매우 불합리하다. 대학들은 서비스 개선에 대한 노력은 물론, 진리탐구와 시대의 지성 또한 상실했다.

 

단순히 일정 금액을 환불하는 것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처럼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를 덮어둔 채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지금 우리가 보다 집중할 것은 교육의 온라인 전환이 아니라 사립대학 개혁이며, 이 모든 논의는 교육의 당사자인 학생의 의견을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위기의 시대이며, 이는 곧 위험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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