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글 입력 2020.07.0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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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농도의 긴 시간들을 거치면서 그때의 상처는 조금씩 희석이 될 수 있었다.

 

따귀 맞은 우리의 마음은, 관계를 이어가며 조금씩 치유가 되어간다. 타인과의 관계를 단번에 끊어내는 대신에 때때로 거리를 조절하고 긴 시간을 함께하게 되면 자가 치유의 힘이 생긴다. 날마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운동을 한 사람의 근육처럼 단련된다. 여간한 일로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된다.


_ 41쪽 중

 

 

나의 낯익은 타인들에게 상처받았고 또 그만큼 되돌려주었을 것이다. 잘은 몰라도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게, 여러 사실들을 경유하며 내게 돌아오곤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아주 오랜만에 만났다. 우리는 즐겁고 내밀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떠들었다. 그런 중에도 우리는 은근한 상처와 불가해 속에서 마음을 써야만 한다. 가령 재작년 네가 했던 말이 상처였다는 것, 그 말이 영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는 고백을 마주해야 한다.

 

요새는 언니와 자주 싸우고 자주 화해한다.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도 하고 눈물을 머금고 상처받은 마음을 고백하기도 한다. 우리는 아주 오래 말하고 시간과 공을 들여, 무엇보다도 체력을 들여 우리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기를 반복해왔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어느 한쪽에게 덜도 더도 책임을 전가하지 않으며 말하기란 너무나 지난한 일이었지만, 천천히 연습하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에 자리를 만든다. 낯익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자리. 그리고 단련을 거듭해 마음의 근육을 만든다. 그러다 보면 우리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지 않았느냐고 서로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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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내 인생의 굵직한 시간들은 하나도 없다. 살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아주 사소한 구석들로만 되어 있다. 인생의 굵직한 건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구석들은 타인과 만나면서 만들어진다. 인생의 모양은 그 구석들로 결정이 된다."
 

 

작가 소개글을 읽어보면 ‘이상을 글로 풀어내면서 평범함의 위엄을 발견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싶다. 책 페이지를 넘기는 독자에게서 “이건 나잖아!”라는 말을 듣는 게 작가로서의 꿈이다’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건 우리의 일상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며, 우리 자신의 모습 그대로기도 하다. 그리고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나와는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 속에 소개된 일화들은 일면 공감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영 납득이 되지 않기도 했다. 때로는 잘못된 일화를 소개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잔인한 가족주의’ 챕터의 일화는 특히 불편했다. 사고에서 살아 돌아온 아들에게 무사히 돌아와 기쁘다며 케이크를 건네는 부모를 이기적이고 잔인한 가족주의의 폐해로 설명하는 일은 여러 번 읽어도 어떤 중요한 맥락을 놓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누군가의 일상을 나의 그것과 비추어 삶을 헤아리는 작업은 분명 곤란한 구석이 있다. 나처럼 자기개발서의 문법(개인적인 일화를 비추어 삶의 교훈을 제시하는 방식)에 묘한 반감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이 곤란한 읽기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일이 난처할 때, 누군가의 시간과 공을 들인 기록이 어떤 돌파구를 상상해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나를 포함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이 여전히 녹록지 않아서 마음을 쓰고 있다는 게 좋다. 일상을 파고드는 균열의 순간을 천천히 살펴보고 기록하며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마음을 쓰는 게 좋다. 그렇다.

 
 



<책 소개>
 
   
관계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을 낯익은 타인이라고 생각하고 난 뒤부터
 
우리는 일상에서 무수하게 사랑을 하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맺는다. 상처는 관계의 깊이와는 관계가 없다. 날카로운 무심함으로 마음 한구석을 깊게 베어버리는 것은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낯익은 인연이다.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이 던진 한마디는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가까운 사람이 던진 한마디는 '나를 알면서 왜'라는 생각을 하며 곱씹고 또 곱씹는다. 상처는 내 편이라 생각했던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받는다.
 
30년이 넘는 시간을 딸로, 10년이 넘는 시간을 기자로 살아온 저자는 다양한 사람과 집단을 만났다. 두 가지 형태의 가족(선택할 수 없는 가족과 오로지 내 선택으로 이뤄진 가족)부터 일로 만난 가벼운 인연과 기꺼이 애정을 준 동료들까지 수많은 관계 맺음을 통해 크고 작은 가슴앓이 하며 관계에 대해 고민했다.
 

 

이 책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은 가족, 친구, 지인, 직장 선후배 등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서로 마음 덜 다치고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그들을 왜 '낯익은 타인'으로 대접하는 것이 마땅한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 가장 낯익은 타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


지은이 : 정민지

출판사 : 빌리버튼

분야
에세이

규격
120*200

쪽 수 : 244쪽

발행일
2020년 06월 10일

정가 : 13,500원

ISBN
979-11-88545-85-8 (03810)

 

 
 
[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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