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본능과 이성의 세계를 마음껏 펼쳐나갈 피노키오에게 - My Dear 피노키오展

글 입력 2020.07.1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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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_______'에서 ______에 들어갈 말은? 이라는 퀴즈가 출제된다면, 사람들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그 빈칸을 채울 것이다. 피노키오에겐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말이 수식어에서 더 나아가 마치 이름의 일부분처럼 작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인식은 어린 시절 피노키오를 마주했던 사람들, 그리고 처음 마주한 아이들에게까지도 보편적일 것이며 오히려 앞서 말한 수식어가 존재하지 않으면 피노키오의 개성도 두드러져 보이지 않을 듯하다. 전시장을 들어서기 전, 나 역시 그런 보편타당한 인식을 가지고 전시의 전반적인 내용을 어느 정도 추론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이런 생각은 전시장을 돌아보면서 날개 돋친 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한 것에서 더 나아가 마냥 단순하게 끝나지 않는, 꽤 입체적이면서도 철학적인 한 캐릭터의 실체를 뚜렷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전 세계의 스테디셀러인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은 언어를 통해 번역된 책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려는 듯 말이다.

 

 

캡처2.PNG

 

 

<피노키오의 모험>은 1871년 이탈리아 반도 통일 이후 급격한 변화와 산업 성장의 진통을 앓고 있던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격동의 시기를 살아가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투영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사회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여우와 고양이 등의 해학적인 등장 인물과 상징적인 사건들을 통해 탐구한다. 작중에서 옳지만 고된 길과, 쉽지만 눈앞의 쾌락만을 쫓는 선택의 기로에 여러 번 서게 되는 피노키오는 일련의 역경과 배움을 통해 그토록 원하던 인간 소년으로 거듭나게 된다.

 

My Dear 피노키오展은 100년이 넘게 사랑 받는 고전 <피노키오의 모험>이 들려주는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예술성, 재미, 환상 그리고 교육적인 면을 모두 탑재한 복합 컨텐츠로 이루어진다. 이로써 예술성과 대중성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전시를 선보인다.

 

 

제페토 할아버지가 만든 나무 인형 피노키오는 진실한 용기를 증명할 조건으로 생명을 부여받는다. 하지만 사람도 인형도 아닌, 그 어디쯤엔가 존재하는 피노키오는 오히려 거짓말을 일삼으며 시련까지 겪게 된다. 그렇게,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그는 마침내 깨달음을 얻어 진짜 사람으로 거듭난다.

 

피노키오는 순수하기만 하던 어린아이가 온갖 힘듦을 다 겪어보며 비로소 세상과 대면해 성장하는 한 사람의 인생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기 위한 대표주자 같았다. 모든 이들의 삶을 한데 집약해놓은 듯한 피노키오는 사람들처럼 순간의 쾌락과 양심을 기반으로 하는 옳은 길로의 선택의 갈림길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자연스러운 본능과 또 한편으로는 부자연스럽지만 보다 논리적인 이성을 동시에 지녔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노키오는 곧 우리 모두라 할 수 있다. 상황을 해결하거나 본래의 감정을 감추기 위해 누구나 악의를 띤, 혹은 선의의 거짓말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하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내뱉게 된다. 하지만 자라나는 코 때문일까, 유독 피노키오의 거짓말은 본능적으로라도 드러내서는 안 될 금지의 영역으로 엄격하게 여겨져 왔다.

 

어린 시절을 거친 뒤 점차 어른이 되어가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과정처럼, 피노키오도 그저 자연스럽게 자신의 본능과 이성을 마음껏 발산하며 성장해나갔을 뿐일 텐데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성장의 아이콘'이 아닌, '거짓말, 그로 인해 자라나는 긴 코'가 주된 키워드였다. 왜일까? 어찌하여 피노키오는 인간과 동일하게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을 겪으면서도, 나무토막처럼 딱딱하고 부자연스러운 과정을 겪은 캐릭터처럼 묘사되어야만 했을까.

 

 

"피노키오는 위대한 모험 이야기이다. 피노키오는 본능과 이성의 충돌이다." - Luca Caimm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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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ctoria Fomina

 

 

사실 단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었는데, 피노키오를 '경이로운 확장성과 화제성을 지닌 콘텐츠'라 칭하며 가치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전시를 관람하다 보니 문득 의문이 들었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급격한 변화와 산업 성장의 진통을 앓고 있던 당대 이탈리아의 상황에 적합한 주제성을 함유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노력과 근면함, 진실함과 진정성의 중요함을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들려줄 대변인. 그 대변인이 바로 피노키오였기에, 그는 엄격하고 공식화된 규율처럼 짜인 교훈적인 시선에 맞추어 차근차근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였을 듯하다. 그렇기에, 피노키오에게 있어 거짓말의 횟수에 따라 곧이곧대로 길어지는 코는 너무나 큰 스트레스이자 트라우마였을 것 같다.

 

뿜어져 나오는 충동과 본능을 억누르고 이성적인 측면만을 사용해야만 했던 피노키오. 그에게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자연스러운 행위는 결코 나쁜 것으로만 치부되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네가 남겼던 한때의 발자취는 비난받아야 마땅한 행위가 아니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더하여 억지로 짓누르는 게 아닌, 본능과 이성을 마음껏 펼쳐나가라고. 그러한 자연스러움을 통해 너 자신의 진정한 존재를 찾아 나가보라고 전해주고 싶다.

 

현재까지도 피노키오는 다양한 창작가들의 손을 거쳐 그림책,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뮤지컬 등의 다양한 매체로 구현되고 있다. 어쩌면, 피노키오가 가지각색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도 그가 못다 이룬 본능적인 자유를 이루어주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교훈의 정석적인 틀에만 갇혀있던 피노키오를 벗어나게 할 자유를 찬성하고 기대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으리라 자신해보는 이유가 이러한 현상이다.

 

상상의 세계에서 빨간 말을 타고 뛰노는 피노키오의 모습이 담긴 빅토리야 포미나 작가의 그림에서, 그의 표정과 몸짓은 한결 편안하면서 기대에 찬 눈빛이다. 피노키오가 바라던 삶은 자로 잰듯한 일률성보다는, 바로 저런 색채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태의 움직임이 아니었을까?

 

그의 이상향이 실현된 순간, 피노키오는 더욱 무수한 잠재성을 지닌 존재로 변모한 듯하다. 누구나 기대하는 방향으로 가기보다는, 자신의 본능과 이성으로부터 비롯된 개성 있는 삶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피노키오로 말이다.

 

ⓒVictoria Fomina.jpg

@ Victoria Fomina

 

 

그런 피노키오의 발전은 개성과 다양성, 창조력을 겸비해 시대를 예리하게 꿰뚫어 보며 앞서나가는 예술가들로부터 한계 없이 표현된다. 이제 더이상 시대의 표본에 수긍만 하며 근본적인 감정을 잠재우는 피노키오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지난 세기 중요한 신념이었던 노력과 근면함, 진실함의 가치와 21세기가 요구하는 환상적이고 기발한 상상력을 함께 즐길 수 있는 My Dear 피노키오展으로부터 피노키오가 지닌 무궁무진한 능력을 파악할 수 있었고 가치 있는 의미를 전해 받았다.

 

본인이 예전의 피노키오와 같이 근본적인 감정의 본능을 잠재우고 있다면, 현재의 피노키오와 같이 자신이 가진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발산해보는 건 어떨까? 자신도 몰랐던 숨은 가치가 더할 나위 없이 빛나는 특별함을 보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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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essandro Sanna

 

 

"나는 억제할 수 없는 에너지를 표출하기 위해 이 책의 그림을 그렸다."

 

 


 
 
My Dear 피노키오展
- Pinocchio Art Exhibi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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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2020.06.26(금) ~ 2020.10.04(일) (87일간)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3층
(제 5전시실, 제 6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3,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
(주)아트센터이다
 
후원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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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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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나 가야되나 말아야되나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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