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회와 함께 하는 예능 [TV/예능]

코로나19 창궐 이후 바뀐 예능 세계
글 입력 2020.07.0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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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2. 짠내투어.JPG

 
 
지난주 화요일, <더 짠내 투어>가 돌아왔다. 코로나 19 창궐로 잠정 휴방으로 결정되었던 여행 예능이 다시 시작한 것이다. 네모난 화면 속의 출연자들은 손 소독과 열 체크를 모두 했다.
 
분명 방역도 잘한 것 같고,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도 좋은데, 보면 볼수록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나를 엄습해온다. 정말 ‘여행’하는 모습을 지금 촬영해도 되는지, 지역 경제를 꼭 ‘여행’으로만 살려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예능의 ‘뉴노멀’

 

2020년 상반기는 코로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월부터 우리나라에 창궐한 코로나는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 기세가 여전히 남아있다. 코로나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많이 바꿨다.
 
요즘은 휴대폰으로 물건을 사는 모습과 마스크로 얼굴 절반을 가린 모습이 자연스럽다고 느껴진다. 대규모로 진행하는 집회나 모임은 취소되었고, 사람들은 랜선을 통해 네모난 스크린 안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이렇게 코로나는 이렇게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바꿨다. 물론, 예능도 이를 피해갈 순 없었다.
 
 

[크기변환]2. 유퀴즈.JPG

 
 
코로나로 인해 몇몇 예능 프로그램은 포맷을 바꿔야 했다. 대표적으로 <유 퀴즈 온 더 블록> (이하 유퀴즈) 이 있다. 유퀴즈는 길에서 사람들과 얘기하며 퀴즈를 푸는 예능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유퀴즈는 바깥에서 돌아다니기보다, 실내에서 퀴즈 토크쇼를 진행하는 것을 선택했다. 포맷을 바꾼 것이다. 랜선으로 ‘자기님들’(시청자)을 만나기도 하고, 자기님들과의 전화 통화 연결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바뀐 포맷이 안정화가 된 후부터는 실내에서 한 명의 자기님만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다른 예능도 이러한 변주를 피해갈 순 없었다. 외국에서 한식을 알리던 <현지에서 먹힐까>는 이탈리안 음식을 배달로 전달하는<배달해서 먹힐까> 로 바뀌었다. <삼시 세끼 어촌 편>은 주민이 많이 사는 만재도에서 주민이 없는 죽굴도로 예능의 무대를 바꿨다. 또, 경연 프로그램이었던 <미스터 트롯>은 무관중으로 진행되었고, 이후 전화 연결을 통해 팬들과 만나는 <사랑의 콜센터>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이처럼 예능의 세계는 기존과는 다른 '뉴노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TV

 

예능에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코로나가 전염성이 짙다는 점과 모든 사람이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아직 텔레비전이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크다는 점도 예능이 뉴노멀을 맞이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레거시 미디어, 즉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으로 표상되는 '전통 미디어'는 유튜브로 표상되는 '뉴 미디어'의 부흥으로 그 영향력을 잃었다고 한다. 하지만, 뉴 미디어를 즐겨 보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유튜브에서 상위권에 들어가는 콘텐츠들의 대부분은 레거시 미디어에서 했던 프로그램을 재가공한 콘텐츠라는 것을 말이다.
 
즉, 인기 있는 유튜브 콘텐츠들 중 대부분은 우리가 예전에 한 번 향유했던 텔레비전 콘텐츠라는 것이다. 2019년에 유행처럼 번졌던 ‘온라인 탑골공원’과 2020년의 ‘깡’이 그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2. 깡.JPG

 
 
사람들은 넷플릭스 등 OTT 채널의 성행으로 텔레비전의 사회적 영향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넷플릭스 TOP 10을 살펴보면 70% 이상이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드라마, 예능일 경우가 많다. 이처럼 아직 방송국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
 
그럼 온 세상에 전염병이 퍼진 지금, 예능은 무엇을 해야 할까. 아직 여행은 시기상조이니까 늘 스튜디오에서 토크쇼를 해야 할까? 아니면 무관중으로 음악 방송을 계속해야 할까? 무엇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팬데믹’ 상황에서 어떤 방송을 만들어야 하냐는 것이 가장 답답할 것이다.
 
 
 
사회와 함께 하는 예능


[크기변환]2. 방구석 콘서트.JPG

 
 
이에 대해 현명하게 답을 찾은 예능 프로가 있다. 바로 <놀면 뭐하니>와 <비긴 어게인>이다. 놀면 뭐하니는 코로나 19로 인해 불황을 겪은 공연업을 조명했다. 그래서 공연이 취소된 뮤지컬 배우, 가수들을 찾아가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했고 공연을 기획했다.
 
그렇게 "방구석 콘서트"가 탄생하게 되었다. 방구석 콘서트에서 가수들은 빈 객석을 등지고 무대에 섰고, 빈 객석은 가수들의 배경이 되었다. 가수들에게는 무대의 즐거움을, 시청자들에게는 공연의 즐거움을 선물한 것이다.
 
<비긴 어게인>에서는 이상적인 관객과 공연자들의 거리를 보여줬다. 이번에 새로 시작한 비긴 어게인에서는 새로운 '선'이 도입되었다. 바로 사회적 거리를 지킬 수 있는 '동그라미'를 그린 선이다.
 
미리 SNS로 방청을 신청한 사람들 중 방청에 당첨된 사람들은 각자의 동그라미를 배정받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버스킹을 즐겼다. 길에서 버스킹을 하는 기본 포맷에 수정을 조금 가한 것이다. 비긴 어게인의 '동그라미'는 코로나의 상황에서도 충분히 공연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음을 보여준 선례가 되었다.
 
 

[크기변환]2. 비긴어게인.JPG

 
 
앞서 본 것과 같이 코로나 19는 많은 것들을 바꿨다. 요즘에는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생방송 쿡방(요리하는 방송)이 하나, 둘씩 방영되고 있다. 편성 시간대도 오전 11시나 오후 5시경으로 점심이나 저녁을 만들어 먹기 좋은 시간이다. 이처럼 예능은 우리 사회의 모습에 따라 변모하며 우리 사회 속에 녹아있다.
 
최근 3대 경매회사 중 한 곳인 소더비에서 예술 경매를 AR로 진행했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사상 첫 온라인 예술품 경매 거래였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는 코로나로 인해 바뀌고 있다. 여기서 나는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정말 아직도 ‘여행’을 촬영 소재로 잡아도 되는 건지, 지역 경제를 꼭 ‘여행’으로만 살려야 하는지 말이다.

 

 

[한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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