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 - 연극 '위대한 놀이' [공연]

글 입력 2020.07.01 00:5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위대한 놀이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소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중 쌍둥이 형제의 작문 노트에 주목하여 만들어진 연극이다.

 

전쟁 중에 쌍둥이 형제는 할머니 댁에 맡겨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연극은 마치 어렸을 때 하던 생존 게임 같았다. 게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쌍둥이에게 전쟁은 현실이라는 점이다.

 

연극을 보면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떠올랐다. 아들이 무섭지 않도록 전쟁을 게임이나 놀이라고 설명하는 아버지. 연극 '위대한 놀이'에서는 쌍둥이들 스스로 전쟁을 놀이 상황으로 만든다. 쌍둥이에게 전쟁은 위대한 놀이이다. 이 잔혹한 놀이를 통해 쌍둥이는 살아남는 법을 깨우친다.

 

엄마가 지뢰를 밟았을 때도, 쌍둥이는 놀이를 하듯 '다시, 다시'라고 말하며 상황을 되돌려보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몇 번을 시도하든 결과는 똑같다. 엄마는 그렇게 전쟁 속에서 사라진다.

 

 

 

연출



[꾸미기][크기변환]1.위대한 놀이.jpg

 

 

연극의 표현이나 구성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정말 흥미롭다는 생각을 공연 보는 내내 했다. 연극을 정말 ‘잘 만들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한 부분들도 눈에 띄었다. 소품에 음향장치를 달아서 생동감을 높인 것, 닭을 죽일 때 피가 튀는 연출, 그리고 할머니가 오줌을 지리는 걸 진짜 액체로 표현한 것.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단연 테이프를 통한 연출이다. 연극 ‘위대한 놀이’에서는 테이프를 사용하여 공간의 분리하고, 인물의 특징이나 상황을 표현한다. 테이프를 붙이고 떼는 소리나 행동마저도 정말 연기의 일부 같았다.

 

지뢰가 터지는 연출도 테이프를 사용해서 이루어졌는데, 정말 소름 끼치면서도 감탄스러웠다. 테이프, 조명, 소리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연출자와 배우들의 의견과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연극이었다.

 

 

 

쌍둥이의 눈에 비친 전쟁



[꾸미기][크기변환]6.위대한놀이.jpg

 

 

쌍둥이는 할머니 집에서 살고 있지만, 사실상 쌍둥이에게 제대로 된 보호자는 없다. 할머니는 쌍둥이를 ‘개자식들’이라 부른다. 쌍둥이는 서로 의지하며 전쟁 상황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쌍둥이는 자신들의 작문 노트에 사실만 기록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접 본 것만 적어야 한다. 추측은 안 된다. 그래서 쌍둥이가 전쟁 중에 쓴 기록을 통해 만든 연극 ‘위대한 놀이’도 매우 사실적이다. 쌍둥이의 감정은 배제되어있다.

 

그래서인지 쌍둥이들의 감정이 더 궁금했다. 힘차고 명랑한 행동과는 달리 마음은 너무도 지쳐가고 있을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비난도, 학대도 당하면서 그것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하는 쌍둥이의 모습이 너무 마음 아팠다.

 

놀이를 통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 쌍둥이는, 지뢰를 피해 국경을 넘는 방법도 알고 있다. 그것은 누군가 앞서가 먼저 지뢰를 밟게 하는 것. 그들은 전쟁이 끝나고 돌아온 아버지를 앞장세우고, 지뢰는 터진다. 쌍둥이 중 하나는 아버지의 시체를 밟고 국경을 넘어간다.

 

잔혹하다. 살아남는 방법은 참 잔혹하다. 쌍둥이의 눈에 비친 전쟁은 어땠을까.


 

아이들의 시선에 포착되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감정이나 윤리적 판단이 제거된 채 그대로 쌍둥이의 노트에 기록된다. 어른들의 세계가 윤리와 도덕의 이름으로 은폐하고 있는 것을 소년들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기록한다. 쌍둥이의 설정은 이 모든 현실과 반응을 증폭시키고 배가시키는 강력한 극적 장치가 되고 있다.

 

- 프로그램북 10p

 

 

어린 소년들이 바라보는 어른들의 전쟁. 그 속에는 싸움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덕적 문제들이 있다. 연극을 보며 생각했다.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간절히.

 

 

2020.06.18_위대한놀이_포스터_창작산실레퍼토리(웹용).jpg


 

 

송진희.jpg

 

 

[송진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