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우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 그림 속 천문학

글 입력 2020.06.2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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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천문학_표지 입체.jpg



그림 속 천문학

미술학자가 올려다본 우주, 천문학자가 들여다본 그림


김선지 지음 | 368쪽 | 17,000원 | 아날로그

  

“우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다.”

별과 행성, 신화가 내려앉은 그림 속으로 떠나는 여행

 



거대한 세계로부터의 창조


 

인간은 창조의 힘을 가졌다. 이는 생물학적인 욕구의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고차원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인간은 상상력을 이용하여 문화, 예술, 철학과 같은 추상의 개념을 발전시켜왔다. 오늘날에는 과학으로 세계의 원리와 구성을 명쾌하게 밝혀낼 수 있다. 그러나 아주 오래전 인간은 눈 앞에 펼쳐진 수수께끼 같은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서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여 현상을 풀어나가려 했을 것이다.

 

맨 처음 동굴벽화를 통해 미술의 기원이 된 것처럼, 고대의 인간은 자연물로부터 창조를 시작해왔다. 처음에는 지상에서 보이는 것들을 표현하다 시선을 하늘로 돌려 직접 보지 못한 영역까지 창조의 범주로 포함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인간은 삶의 이야기에 상상을 덧붙여 신화라는 신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상상과 전달을 통해 만들어진 신화의 이야기는 미지의 세계와 접목되어 신비한 메시지가 되었다.

 

김선지 작가가 지은 <그림 속 천문학>은 미술과 천문학을 접목한 책이다. 책의 전개는 상당히 흥미롭다. 미술사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는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소재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창조는 인간의 삶의 범주에서 확장된 보다 큰 세계, 이른바 하늘 그 자체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신화 속 내용은 일상적 이야기보다는 크게 꾸며진 것,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느낌을 준다. 그러나 신화도 마찬가지로 그 원형이 존재한다. 신화는 하늘이란 큰 세계, 천문을 통해서 비범한 인물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무언의 교훈을 전한다. 천문학과 미술의 연관성이 적게 보이지만, 신화라는 중간 요소를 통해서 이해한다면 밀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대한 자연물이 있기에 창조를 통한 예술작품이 등장할 수 있었다.

 

<그림 속 천문학>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그림 위에 내려앉은 별과 행성’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태양계 이야기와 이를 담고 있는 고전 명화를 통해 미술에 담긴 천문학을 낱낱이 파헤친다. 태양계를 구성하고 있는 여덟 개의 행성, 달과 태양에 관련된 작품을 행성 별로 소개한다. 놀라운 사실은 태양이면 태양, 목성이면 목성, 금성이면 금성, 각각의 행성마다 연관된 신화 속 인물이 있고, 이를 표현한 작품이 있다는 점이다. 자연스레 드러날 수 있는 주제라 생각되곤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 자체가 태양계의 구성과 관련된 사실을 알게 된다면 결코 우연히 등장한 상징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미술사학자와 만난 천문학자, 새로운 관점의 탄생


 

<그림 속 천문학>은 행성과 관련된 작품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김선지 작가는 미술과 역사를 전공한 인물로, 인문학적 관점에서 그림을 이해하고 해석해 나간다. 여기에 천문학자인 김현구 연구원의 도움을 통해서 천문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

 

 

토성Saturn은 사투르누스Saturnus의 이름을 딴 행성이다. 토서으이 움직임이 느리다고 해서 늙은 신 사투르누스의 이름이 붙여졌다. 토성은 지구 시간으로 29.5년에 한 번씩 태양을 돌기 때문에 대략 7년마다 계절이 바뀐다. 토성의 1년이 지구의 29.5년인 셈이다. 반면 토성의 자전은 매우 빨라서 이 행성의 하루는 10시간 40분에 불과하다. 태양으로부터 여섯 번째에 있는 행성으로, 그 질량은 지구의 약 95배이며 지금은 지구의 9배 정도로 태양계에서 목성 다음으로 크다. (...)

 

과학으로서의 천문학이 발달하기 이전 점성술에서는 별과 인간의 운명을 연관지어 생각했다. 점성술사들은 토성을 춥고 어둡고 느린 것, 죽음, 불행, 무력함, 고립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관련된 흉한 행성으로 보았다. 또한 중세와 르네상스 사람들은 토성을 고대의학의 사체액설 중 우울질과 연관시켰다. 토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없었던 시대에 로마 신화의 사투르누스(그리스 신화의 크로노스)를 토성과 연결시킨 것은 참으로 놀랍다.


- 토성 p.91

 

 

예를 들면, 토성이 주는 움직임과 느낌이 어둡고 느리다고 해서 사투르누스의 이름을 땄다고 하는 설명이 있다. 단순히 감상적인 표현과 은유적인 내용을 통해 그림에서 표현된다고 설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설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토성의 대기는 사실 수수와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고, 태양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에 대기 온도가 아주 낮다는 사실을 밝힌다. 행성이 가진 과학적인 특성을 풀어내면서 토성이 왜 그림 속에서 어둡고 우울한 기운을 내는 행성으로 묘사되곤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면서 고야의 작품을 가져와 그의 세계와 토성의 속성을 연결 짓는다. 공전 주기가 매우 느린 토성의 기질은 춥고 어두운 시간인 겨울과 이어지며, 실제로도 작가들은 이로부터 영감을 받아 어둡고 우중충한 느낌을 토성을 비유로 하여 표현하였다. 

 

이외에도 책 속에는 짧지만 깊은 천문학적 지식이 담겨 있는 부분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예리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더라면 서술해낼 수 없는 내용이 있다. 미술사와 천문학이라는 두 학문은 ‘그림 속에 담긴 천문학’이란 울타리 속에서 서로 자유롭게 교감한다.

  

 


화가가 본 세상, 화가가 그린 세계


 

무언가를 본다는 것이 곧 완벽한 인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창조를 하는 이들에게 인식은 그저 전달 과정의 하나일 수도 있다. <그림 속 천문학>의 2부는 ‘그림 속에 숨어있는 천문학’을 다룬다. 화가들이 그림 속에 담아낸 별, 우주, 밤하늘에 관한 내용을 서술한다. 화가들의 눈 앞에 펼쳐진 세계는 여느 사람과 같겠지만, 표현과정에서 유일한 무언가가 되곤 한다.

 

그 중, 흥미로웠던 것은 알브레히트 뒤러의 <멜랑콜리아 Ⅰ>이다. 동판화로 제작된 작품은 도상학적 관점에서 해석된다. 작품에 담겨 있는 물건들은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다. 종은 초자연적인 힘, 모래시계는 시계의 유한성, 비어있는 저울은 균형 등. 게다가 마방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뒤러의 작품 해석에 있어서 여러 가지 상징이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안에 담긴 당대 천문학에 대한 관점이 신선했다. 오늘날 천문학은 고도로 발전한 과학인데 당시 천문학은 점성술과 연관되어 여러 도상을 탄생시켰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학문이기 이전에 작가들에게는 해석의 여지를 남겨주는 흥미 유발의 요소거나 별다른 의미 없이 인기를 끌기 충분한 요소였다는 분석의 갈래를 남겨주기 때문이다.

 

 

조토의 그림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예수가 탄생했을 때 밤하늘에 떴다는 베들레헴의 별 대신에 코마Coma(해성의 핵을 둘러싸고 있는, 밝게 빛나는 공모양의 영역, 즉 머리부분)와 꼬리가 분명한 핼리혜성이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조토는 1301년에 나타난 핼리혜성을 눈으로 보고 그것을 자신의 그림에 담았다. 당시에 누구도 조토의 방식으로 별을 본 화가는 없었다. 500년, 600년 전의 사람들에게 별은 우리가 보는 것처럼 아주 작은 빛의 점, 혹은 광활한 우주에 존재하는 가스 덩어리가 아니라, 점성술적인 마술과 천상의 것을 내포한 그 무엇이었다.


- 혜성을 포착한 중세미술의 혁신가 조토 p.263

 


화가의 세계에서 탄생한 천문의 요소는 예술의 범주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하다. 표현을 위한 장치에 불과하거나 종교적인 의미를 더욱 강화하는 데 사용되는 느낌을 준다. 조토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관측한 자연현상을 그림에 옮겼다. 1301년에 나타난 핼리 혜성을 보고 <동방박사의 경배>에 이를 그려 넣었다.

 

  


미술과 하늘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들


 

<그림 속 천문학>을 읽으면서 내내 ‘애정이 넘치는 글이다.’라고 느꼈다. 이 책은 미술에 관한 보편적인 책이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 미술사학자와 천문학자가 대화하고 서로의 감정을 교류한 게 자연스레 느껴지는 책이다. 미술과 천문 그 어느 부분에 있어도 치우쳐지지 않는다. 사이좋게 대화를 하듯, ‘나는 미술을 이야기할게, 네가 천문을 설명해줘’라는 느낌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읽는 내내 천문학적 지식이 커지고, 미술사적 견문이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책 속의 모든 내용은 ‘관심’으로 비롯된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그리스 신화를 창조한 것은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서부터였을 것이다. 화가들이 캔버스에 하늘을 담은 것은 그것을 온전히 옮겨 담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지금도 세상은 시끄럽고 번잡하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19 사태로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들은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삶과 죽음이 무엇인가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런 시기가 아니더라도 때때로 세상사에서 눈을 돌려 광활하고 무한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인간 존재의 기원과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면, 이 숨 가쁜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작가의 말 中

 


두 저자가 치열하게 <그림 속 천문학>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진심으로 하늘과 미술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창조는 애정 어린 시선과 마음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어떤 상상은 신화라는 불멸의 이야기를, 어떤 시선은 고전 명화를, 어떤 관찰은 미술과 천문학이라는 만남을 가능케 했다. 작품을 접하기 이전에 인간이 어떻게 창조를 했고, 삶을 이어왔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 속 천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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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작은 캔버스 너머로 광활한 우주를 관측하다!

별과 행성이 내려앉은 그림 속으로 떠나는 여행

 

까마득한 옛날부터 인류는 별과 우주를 동경해왔다. 여행자는 별을 길잡이 삼아 여행길을 독초했고, 경외심 가득한 눈으로 하늘을 보며 소원을 빌기도 했으며, 과학자들은 자연의 섭리와 천체의 비밀을 밝히려 했다. 또한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는데, 화가들은 특히 별과 밤하늘을 사랑하여 신화를 빌리든 천체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든, 자신만의 방식대로 재창조하든, 작품 속에 우주를 담고자 애썼다.

 

<그림 속 천문학>은 천문학의 시선으로 예술작품을 들여다보고 그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책이다. 1부에서는 해와 달, 목성, 금성, 수성, 해왕성, 화청, 천왕성, 토성 같은 우리 태양계의 행성을 중심으로 각각 행성의 특징을 살펴보고 그와 연관되어 있는 신들을 묘사한 작품을 알아본다. 2부에서는 명화 속에 나타난 천문학적 요소와 밤하늘의 별과 우주를 사랑한 화가들의 삶과 그들 작품을 살펴 보았다. 뒤러, 랭부르 형제 등의 작품에 숨겨져 있는 천문학 요소들을 찾아보았고, 엘스하이머, 루벤스, 고흐, 미로에 이르기까지 많은 화가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철학, 상상력으로 그린 밤하늘을 주제로 한 작품들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미술을 전공한 저자 김선지가 남편 김현구 박사와 별과 행성, 우주, 그림과 화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완성한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장엄하고 아름다운 우주라는 미술관으로 독자들을 안내할 것이다.

 


 

저자 소개


 

지음_ 김선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역사, 동대학원에서 현대미술을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는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가 있고, 현재 한국일보에 칼럼 ‘김선지의 뜻밖의 미술사’를 연재 중이다.

  

도움_ 김현구

서울대학교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전파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대덕전파천문대장, 전파천문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연세대학교에서 전파천문학을 강의했고 연합대학원대학교(UST) 겸임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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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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