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더욱 꿈같은 이야기, 플로리다 프로젝트

<마르크스주의로 해석하기>
글 입력 2020.06.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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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션 베이커’의 이름을 스쳐 지나가듯 본 적이 있지 않을까. 줄곧 소외계층에 관해 이야기해 왔던 션 베이커 감독은 그의 2017년 작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플로리다주 올랜드 지역 모텔촌에서 거주하고 있는 히든 홈리스에 대해 조명했다.  만성 노숙인인 홈리스들과 달리 모텔, 찜질방, 고시원 등에서 전전하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잠재적 노숙인들을 히든 홈리스라고 칭한다.

 

그렇다. 이 영화는 온전한 집이 없는 자들의 이야기다. 디즈니월드 건너편, 모텔촌에서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여섯 살 무니와 그의 스물두 살 엄마 핼리는 '매직 캐슬'이라는 이름의 모텔에서 살고 있다. 근처의 또 다른 모텔 '퓨처 랜드'에 무니 또래의 소녀 젠시가 이사를 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비현실적인 느낌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미국 빈민층의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는 그 자체로 ‘상반됨’에 초점을 맞춘 장면이 주를 이루었다. 영화는 플로리다 주 안에서도 상류층과 극빈층으로 현저히 나뉜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으며, 그 현실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와 일맥상통한 점이 존재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영화에 숨겨진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해석하기 위해 마르크스의 관점을 차용하여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분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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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본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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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플로리다 프로젝트, 이건 무슨 뜻일까?


 

작품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는 영화 제목에서도 의미가 두 가지로 나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본래 ‘플로리다 프로젝트’ 는 1960년대 디즈니 사에서 테마파크를 건설하기 위해 플로리다 주 올랜드 일대의 부동산을 매입한 계획 자체를 뜻한다. 사람들에게 판타지를 선사하기 위해 모든 건물은 아주 아름답게 지어졌고, 올랜드는 오직 디즈니랜드만을 위한 도시가 되었다. 관광객들을 위해 지어진 아름다운 외관의 모텔촌은 2008년 미국의 경제위기 이후로 홈리스들의 거처가 되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홈리스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보조금 정책을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일컫기 시작했다. 션 베이커 감독은 이름 자체에서도 볼 수 있는 상류층과 저소득층의 명백한 차이와 괴리를 표현하기 위해 이 이름을 타이틀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작품과 부조리한 현실 사이의 관련성이 얼마나 깊은지를 따져야 하는 것이 마르크스주의 비평의 쟁점이라고들 말한다. 그에 빗대어 이 영화를 말하자면,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그러나 꼭 알려져야 할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각본가 크리스 버고흐가 디즈니랜드를 가는 길에 고속도로 옆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을 보게 되며 이를 소재로 한 영화화를 결정하였고, 션 베이커 감독이 3년 동안 그곳을 드나들며 홈리스들의 실제 삶을 파악하면서 제작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의 스쿠티 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리베라는 올랜드 모텔에서 살고 있는 실제 홈리스라고.


그뿐만 아니라 미국의 voa news에서는 2014년 AP통신에서 발표한 연구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플로리다의 오스세올라 카운티에서 1,700여 가구가 집을 잃었으며, 대부분은 플로리다의 주요 관광지 중 디즈니랜드를 둘러싼 모텔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정신질환이 있는 노숙자들을 올랜도 인근 도로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노력이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대피소가 부족하며, 홈리스들의 저임금 서비스직 월급은 값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영화 속 핼리도 숙박비를 내기 위해 구직에 힘을 쓰지만 자유분방한 모습의 핼리는 환상의 나라인 디즈니랜드의 이미지에는 맞지 않아 구직의 기회 또한 잦지 않다. 스트립 클럽에서 일했던 핼리는 성교를 요구하는 사장의 뜻을 거부해 해고를 당했지만, 결국 성매매를 하고 마는 스토리라인까지 불편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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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킹덤과 매직 캐슬, 비슷하지만 확연히 다른 곳

 

영화 초반부, 한 신혼부부가 매직 캐슬에서 실랑이 하는 장면이 나온다. 비서의 실수로 디즈니랜드의 테마파크인 매직 킹덤을 예약한 것이 아닌, 매직 캐슬을 예약한 해프닝이 발생한 것이다. 신혼부부는 ‘이런 3류 모텔에서는 못 자!’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으며 아이들의 거처를 깎아내리기 바빴다. 매직 킹덤과 매직 캐슬은 모두 디즈니를 위해 존재하며 화려한 외형을 지닌 공통점이 있으나, 이에 머무는 사람들은 자본의 차이가 극명하다. 마르크스가 자본가 계급을 부르주아로, 노동자 계급을 프롤레타리아로 나누어 자본 불평등에 대해 설명하였던 것을 이 영화에 적용해 보면 자연히 부르주아 계급은 디즈니랜드 그 자체로, 프롤레타리아는 모텔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히든 홈리스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부르주아는 늘 프롤레타리아를 하대했고, 막대한 부를 이유로 떵떵거리며 사는 고전적인 이야기를 어디선가 보지는 않았던가. 이 장면은 그저 신혼 첫날밤을 디즈니랜드가 아닌 싸구려 모텔에서 보내게 된 신부의 투정으로만 보기보단, 아무렇지 않게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하대하는 부르주아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으로 보인다.


매직 킹덤과 매직 캐슬은 한 끗 차이로 보이지만, 킹덤은 ‘왕국’인 반면 캐슬은 그저 ‘성’이다. 이렇듯 극단적인 상하 관계 구조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건물의 이름도 의도적인 장치는 아닐지 생각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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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방치된 아이들, 그리고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순수함


 

이 모텔촌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가히 악동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 온 모텔 주민의 차에 침을 뱉고 저급한 말을 내뱉고, 빈 콘도에 방화를 하기도 한다. 도저히 여섯 살이라고 하기에는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위의 장난을 치고 다닌다. 그러나 학교에 가지 못해 도시에서 방치되는 아이들의 장난을 그저 유쾌하게만 바라보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모텔 근처에서는 항상 술판과 싸움이 벌어지며, 방치된 아이들을 노리는 불순한 어른들을 접촉할 기회도 잦다. 돈이 없어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도 없는 아이들과 부모에게 어떤 잣대를 함부로 들이밀 수 있을까? 더욱이 방세를 내기 위해 성매매까지 저지르는 핼리의 앞에서.


나는 이 영화를 다 보고, 바로 검색창에 ‘플로리다 프로젝트 엔딩 해석’을 검색했던 경험이 있다. 어느 영화나 열린 결말을 쓰기 때문에 이제는 그 단어를 잘 언급하려 하지는 않지만, 이 영화의 엔딩은 말 그대로 열린 결말 그 자체였기 때문에 단번에 의도를 캐치하기는 좀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후일담에 따르면 개봉하기 직전 포스터가 공개되었을 때 아이들이 나오는 힐링 영화일 줄 알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고 하는데, 실제로 개봉이 되고 나서는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영화 때문에 실망을 한 관객들이 있었다고. 그러나 이 영화의 엔딩을 보고 이 포스터를 다시 보자면, 왜 이런 동화 같은 포스터를 사용했는지 약간은 짐작이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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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가장 순수한 뒷모습을 하고 뛰어나가던 여섯 살 두 꼬마는 아직도 내 눈에 선하다. 디즈니랜드로 인해 피해를 보는 아이들이지만 여전히 그 아이들에게 디즈니랜드는 ‘환상의 세계’인 것이다. 어른들의 울 것 같은 표정을 단번에 캐치할 수 있을 정도로 다 큰 아이지만, 환상의 세계로 향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아는, 그런 순수함을 지닌 여섯 살 꼬마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영화의 엔딩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환상의 세계, 그러나  그곳에서 겨우 1마일 떨어진 곳에서는 전혀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의 뒷면에는, 디즈니랜드의 불꽃놀이를 저 멀리에서 조촐하게 바라볼 헬리와 무니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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