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Netflix 드라마 '이파네마의 여인들' [TV/드라마]

글 입력 2020.06.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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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서어서문학을 전공한 필자가 수업 중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 있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에 필적하는 라틴아메리카 여성 작가 이사벨 아옌데(Isabel Allende)가 쓴 <토마스 바르가스의 황금(El oro de Tómas Vargas)>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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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등장하는 남자 토마스 바르가스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폭력을 일삼고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외도를 일삼는 난봉꾼이다. 본부인 안토니아(Antonia)와 첩인 콘차 디아스(Concha Díaz)는 그의 희생자들이다. 콩가루 같은 이 집안을 보고 마을 사람들은 안토니아와 콘차 디아스는 서로 절대 사이 좋게 지낼 수 없을 것이라며 쑥덕인다. 그러한 세간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 두 여성은 연대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들은 토마스 바르가스를 무찌르고 평화를 찾는 여성 히어로들로 분한다.

 

이 이야기 속 여성들은 본부인과 첩이라는 전형적 관계성에도 불구하고 싸우기보다 서로 돕기를 택한다. ‘여적여’ 환상이 처참히 깨지는 순간이다. 비록 이 단편소설은 30여년 전 쓰였지만, 작가가 드러내는 날카로운 문제의식은 아직도 유효하다.

 

 

 

Netflix 드라마 <이파네마의 여인들>



2019년 공개된 Netflix의 드라마 <이파네마의 여인들>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1959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배경으로 하는 극 속에서 여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가부장제가 가하는 한계에 부딪힌다. 그리고 연대를 통해 그 억압에 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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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마리아 루이자는 부유한 백인여성으로, 남편을 만나기 위해 고향 상파울루를 떠나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한다. 하지만 희망에 차 도착한 새로운 도시에서 그녀가 발견한 것은 남편이 자신의 돈을 훔쳐 달아났다는 사실 뿐이다. 배신감에 분노하던 그녀는 이내 희망을 되찾고, 리우데자네이루 최초의 라이브 음악 클럽을 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 속에서 그녀는 “여성이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남편의 서명 없이는 대출이 어렵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여성이 사업을 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남성 사업가의 빈축을 사기도 한다. 절망을 거듭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사회가 강요하는 ‘조신한 아내’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애쓴다.

 

그런 마리아 루이자의 곁을 지켜주는 것이 흑인 하녀, 아델리아다. 물론 두 인물의 여성관이 완벽히 같은 것은 아니다. 이는 아델리아와 마리아 루이자가 말다툼을 하는 장면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마리아 루이자는 남성과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부르짖지만, 평생 인종차별을 당하며 일만 해온 아델리아에게 그러한 요구는 배부른 소리에 불과하다. 이처럼 이 두 인물은 각자 다른 시선에서 여성의 권리를 바라보면서도, 힘을 합쳐 멋진 클럽을 여는 데에 성공한다.

 

여기에 기자로서 여성인권을 위해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는 테레자와 정치인인 남편의 폭력과 억압 속에서도 가수라는 꿈을 잃지 않는 리지아까지. 이 네 여성은 그저 잠자코 있으라는 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힘을 주며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아간다. 가슴 벅찬 풍경이다.

 

 

 

여적여 프레임 깨부수기


 

여적여 프레임에서는 여성은 항상 다른 여성에게 경쟁심을 느껴 주변 여성들이 성공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 한다고 말한다. 여자들은 예쁜 여자들을 질투하기 마련이라고, 여자들끼리 모이면 우정을 쌓기보다 기싸움을 펼치는 게 당연하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말한다. 여성들 속에서도 우정이 꽃필 수 있으며, 가부장제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여성을 돕는 건 여성이라고 말이다.

 

Netflix의 드라마 <이파네마의 여인들>은 가부장제와 인종문제가 교차하는 라틴아메리카 여성이슈를 세심한 눈으로 관찰하며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보사노바라는 소재를 통해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로 멀리 떠날 수 없는 지금, 이 드라마를 통해 1950년대 브라질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탄탄한 여성연대 서사에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보사노바와 눈부신 해변의 풍경은 덤일테니.


 

[김예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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