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눈사람] 도대체 취미가 뭐길래

열 번째 눈사람: 그대의 취미를 위하여
글 입력 2020.06.2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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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어렸을 때는 "취미"를 적어서 제출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수업 중 발표를 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대부분의 학생은 독서, 영화 감상, 악기 연주를 취미로 적었고, 소수의 학생이 잠자기, 먹기, 게임하기 등 "혼날" 만한 것들을 적어서 냈다. 나도 아마 독서라고 썼던 것 같다.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딱히 취미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 있었나? 그렇다고 자기소개서에 "취미: 샤이니 영상보기"를 써서 낼 순 없지 않은가.
 
반복되는 취미에 대한 질문들에, 취미를 검열하기 시작했다. 남는 시간에는 보통 인터넷 소설을 읽었는데, 그걸 그대로 써낼 수는 없었다. 당연히 내 취미는 "독서"가 되었다. 웹툰을 보는 내 친구도, 판타지 소설을 읽는 다른 친구도, 전부 취미는 "독서"였다. 그게 틀린 말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취미를 검열하는 것이 익숙해진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취미를 말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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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나의 취미를 찾은 것은 1년도 되지 않았다. 나의 취미는 공연 관람이다. 몇 번이나 보내고 물으신다면, 자주 해야지만 취미인 것이 아닐뿐더러, 일주일에 한 번은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정확히 나의 취미를 알게 된 후, 삶의 질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되었다. 이래서 그렇게 취미를 가지라는 말을 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취미를 가져보니 확실한 것은, 확실히 취미는 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작성해서 낼 것도, 누군가에게 얘기해야 할 것도 아닌, 내가 나와 놀 수 있는 방법, 그게 취미여야 한다. 그렇기에 어릴 적부터 알게 모르게 해오던 검열은 상당히 독이 된다고 생각한다. 잠자기나 먹기가 취미가 될 수 없는 건 또 뭘까? 게임하기, 쇼핑하기, 당연히 취미인데, 은연중에 아니라고 생각하곤 한다.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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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취미가 되지 못한 것들 중, 유독 미움받는 것들이 있다. 애니메이션 보기, 그리기. 어느 순간부터 여러 미디어에서 만화를 좋아하는 학생들을 비하하는 문화가 형성되었고, 그들은 "오타쿠"라고 부르며 자연스럽게 차별하게 되었다. 특정 외모와 성격으로 묘사되며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존재로 등장하는 일이 잦고, 애니를 보는 것 자체를 부끄럽게 만드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취미로 보고, 그리며, 즐긴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마음껏 좋아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중고등학교 때, 다른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숨어서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도 몇몇 보았다. 너무 강하게 박힌 "오타쿠" 인상으로 인해 쉽게 "취미"라고 이름 붙이지 못하는 대표적인 취미이다.
 
좋아하는 것 때문에 차별을 받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양성 인정에 따라 조금씩 여러 인식변화가 생겨나고 있다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것에 대한 혐오적 시선은 어째 나날이 강화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접근성 높은 매체들이 차별적 발언을 일삼음에 따라 사회적 편견이 굳어지고 있을 것 같다.
 
꼭 만화와 관련한 차별이 아니더라도, 여타 다른 취미에 대한 안 좋은 시선들도 존재한다.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범죄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취미"라고 부르지 말아야 할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취미는 말 그대로 내가 좋아하는, 내가 즐기는 것인데, 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또다시 검열하고, 숨겨야 할까? 그토록 취미란 것이 고귀해야 하는 것이라면, 대체 어디까지가 사회 안에서 허용될 수 있는 취미인 걸까?


 
#대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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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람들에게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적지 않은 비율로 "유튜브 시청"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만큼 대중적인 매체이며, 대부분의 사람이 시간을 할애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난 유튜브가 싫다. 개인적으로, 유튜브라는 매체에 애정이 없고, 누가 추천을 해줘도 보지 않는다. 덕분에 밖에 나가면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끼지 못할 때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들과 대화하기 위해 유튜브를 볼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나를 의아하게 보는 시선에 있다. 왜 그러냐, "문찐"이냐, 등등 대부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충분히 이해하지만, 왜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그저 "그들의 취미"로 보지 않고, "모두의 취미"로 보냐는 말이다.
 
사람들이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는 건, 그저 그들의 취미생활일 뿐이다. 남는 시간에 영상매체를 보면서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며 개인의 취미이다. 난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공연을 보고, 관련된 후기를 찾아보고, 공부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건 나만의 취미생활이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더 우월하다던가 잘난 것도 아니다. 왜 보편적 취미에 나를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
 
수학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친구가 있다. 수학 관련 전공도 아니고, 수학을 잘 하지도 않는다. 그냥 수학 문제 푸는 게 즐거워서 한다고 했다. 그 얘길 듣고 다른 친구는 "미친 거 아니야?"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미친 게 아니라 그냥 수학 문제를 푸는 게 그 아이의 취미인 것이다. 마치 다른 사람들이 유튜브를 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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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에는 검열이 필요하지 않고, 차별이 있어서도 안 되며, 대중성이 필요하지도 않다. 취미는 정말, 내가 나와 노는 방법이고, 그 시간을 누구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취미가 잘 맞는 사람들이 만난다면 함께 그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건 강요되어서도 안 되고, 어쩌면 행운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명확한 취미를 갖지 못하고 "독서" 언저리에서 머뭇거릴 때는 몰랐는데, 취미란 게 한번 갖고 나면 삶의 질이 놀랍도록 높아진다. 내가 나와 약속을 잡고, 나를 위해 돈을 투자하고, 시간을 들여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의 짜릿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 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 된다. 그간 받아온 스트레스를 모두 날릴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취미 생활이다.
 
취미가 없다고 말하는 누군가에게도 취미가 있을 것이다. 그게 유튜브가 됐든, 넷플릭스가 됐든, 친구와의 수다가 됐든, 멍 때리기가 됐든 말이다. 지금껏 취미를 제출용으로만 생각해왔다면,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취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다.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그게 바로 취미일 테니까. 누구도 공감해주지 않더라도, 내가 나에게 공감할 수 있는 그것이 바로, 소중한 취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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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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