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소통전문가 김창옥, 진짜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 : 들리나요? [영화]

타인의 마음을 돌보느라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는 법을 잊어버린 그의 진솔한 고백
글 입력 2020.06.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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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6월 10일 개봉을 앞둔 영화 <들리나요?>. 사실 시놉시스만 읽고선 단순한 감동 다큐멘터리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생각이 점차 바뀌었다. 어라,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 건가? 김창옥은 본인이 영화의 연출을 담당했음에도 용기 있게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있는 그대로의 진솔한 모습은 관객들의 마음에 닿았다.

 

 

 

두 명의 감독, 인간 '김창옥'의 시선과 생각을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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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옥과 신승환 감독.

 

 

재치 있는 입담과 진솔한 강연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소통 전문가이자 교수 김창옥. 영화는 무대 위가 아닌 무대 아래의 김창옥의 이야기다. 영화의 주제는 겉보기엔 청각장애를 지닌 그의 아버지를 치료하는 과정으로 보이지만, 그와 동시에 '진짜' 김창옥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김창옥의 오랜 친구인 신승환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그에게 자꾸 질문을 던진다. ‘남의 얘기 말고 너의 진짜 마음을 말해줘. 무대 위 김창옥 말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말이야.’ 김창옥은 처음엔 왜 그런 걸 묻느냐며 당황해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솔직한 생각과 마음을 자연스레 털어놓게 된다.

 

영화는 억지로 감동을 만들지도, 인위적인 장면을 연출하지도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강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의 지친 얼굴과 지긋이 나이가 드신 부모님의 얼굴, 그리고 그를 아끼고 챙겨주는 주변 친구들까지. 인간 김창옥의 모습은 어딘가 낯설지만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었다.

 


 

불우한 가정 환경, 고향 제주도를 떠나기로 결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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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등장하는 제주도의 '보롬왓'.

제주 지방어로 '바람 밭'을 뜻한다.

 

 

영화의 초반부, 김창옥은 오랜만에 제주도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고 청각장애가 있으신 아버지께 귀 수술을 권유한다. '아버지, 이 수술하시면 소리 들으실 수 있게 될 거예요, 제가 해드릴게요' 조심스레 꺼낸 그의 제안에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시는 그의 아버지. 김창옥은 그런 아버지의 표정을 태어나서 그때 처음 보았다고 말한다. 어머니와 가족들을 힘들게 설득한 끝에 아버지는 서울에서 귀 수술을 하게 된다.

 

그저 밝은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그에게도 깊은 상처가 있었다. 김창옥은 이미 많은 강연에서 자신의 불우한 가족 환경을 얘기해 왔다. 그는 폭력적인 아버지가 있는 가정에서 막내로 자라왔다. 한 명의 형과 네 명의 누나, 그리고 김창옥. 하루빨리 폭력적으로 얼룩져 바람 질 날 없는 집에서 떠나고 싶었다. 공부도, 싸움도 모두 그저 그랬지만 말하는 재주만큼은 탁월했던 그는 성인이 되어 고향을 떠나 상경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마음을 굳게 마음을 먹고서.

 

아버지는 퇴직을 하신지 어연 몇십 년이 지났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하루 세끼 밥상을 차린다. 찬밥은 드시지 않고 자신이 없으면 밥을 굶는 남편이기에, 어머니는 친구를 만나지도 못하고 온종일 남편에게 매여있다. 청각장애를 앓는 남편이기에 대화를 나눌 수도 없고, 그저 하루 종일 묵묵히 집안일을 하신다. 그런 부모님의 모습이 김창옥에겐 여전히 마음에 큰 짐으로 남아 있다.

 

 

 

정말 위로가 필요했던 사람은 김창옥, 자기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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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 생활은 외롭고 힘겹기 마련이다. 형제간 사이도 좋지 않았기에 주변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점차 마음의 문을 닫게 되었다.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돌보는 법을 잊어 갔다. 강연자라는 직업 특성상 모든 걸 혼자서 계획하고 실행하기에 게을러지면 안 된다는 강박이 생겼고, 잦은 스케줄로 무리한 탓에 건강은 점점 나빠졌다. 혼자서 자신을 지키려 하다 보니 몸에 힘이 들어갔다.

 

곁에서 그를 오래도록 지켜본 친구들은 이렇게 말한다. ‘소통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대중들과 소통하는 그이지만, 사실 그는 대화에 서툰 사람이라고. 대화중에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만 같고, 무대 아래에 있는데도 무대 위에 있는 것처럼 말한다고 전한다. 그의 딸도 '아빠는 왜 밖에선 그렇게 많이 말하면서, 집에 와서는 왜 한마디도 안 해?'라고 묻는다. 그는 타인의 마음을 위로하다가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현실의 소통에는 서툰 사람이 되었다.

 

그는 이런 말을 한다. 강연을 마친 뒤 어떤 관객이 자신에게 ‘아, 강연은 너무 재밌었는데요, 왠지 모르게 창옥 씨 눈이 너무 슬퍼 보여요.’라고 말했는데, 처음엔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는 깨달았다. 그동안 자신 스스로를 보살피지 못했다는 사실을. 눈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한다. 아직 아물지 못한 마음의 상처와 지친 마음이 그의 눈동자에 옅게 드리웠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정말 위로가 필요했던 건 자신 스스로가 아니었을까.

 

아버지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난다. 예정보다 길어진 수술을 마치고 다시 병원에 방문한 아버지와 그의 가족. 새롭게 착용한 보청기에서 주변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오자 아버지는 연달아 우와, 우와, 우와 하고 감탄을 내뱉는다. 놀라움에 젖은 아버지의 표정과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인 김창옥의 눈동자가 잊히지 않는다. 그의 심정이 어땠는지는 자기 자신만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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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난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창옥은 영화를 처음 봤을 땐 부끄러웠지만, 동시에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 감정을 '시원한 창피함'이라고 표현했는데, 딱 그 표현이 맞는 듯하다. 보통 강연을 할 땐 모든 걸 준비하고 연습해서 무대에 오르지만, 영화에선 그저 몸을 온전히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더불어 아버지에게 오래도록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는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그의 아버지를 담고자 시작했던 이야기가 결국 '사람' 김창옥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게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이다. 인간 김창옥의 진솔한 모습이 영화를 더욱 깊고 의미 있게 만들었다. 그도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삶의 무게를 견디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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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겐 꿈이 있다. 바로 배우가 되는 것. 그는 성악과 출신이기도 하지만, 노래와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열망은 여전하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연기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반짝거렸다. 마음을 울리는 주옥같은 말들로 많은 이에게 위로와 감동을 전하는 김창옥. 그가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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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나요?

- 김창옥표 소통다큐 -

 

 

감독 : 김봉한, 신승환

 

주연 : 김창옥

 

장르 : 다큐멘터리

  

개봉 : 2020.06.10

  

상영시간 : 8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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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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