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창작자를 위한 필독서 - 트라우마 사전 [도서]

글 입력 2020.06.0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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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창작 수업에서, 이언 매큐언의 「나비」를 읽고 감상문을 써야 했다. 나는 그 소설을 읽으면서 구역질을 참을 수 없었다.

 

「나비」는 나비를 보여준다며 이웃 소녀를 꾀어내 살해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가해자 시점에서 서술되어 있었다. 소설을 읽고 난 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쾌감과 개인적인 트리거(trigger)에 눌려 며칠은 고생했었다.

 

소설을 쓸 때면, 인물의 서사에서 어려움을 겪곤 했다. 과거에 읽었을 때 불쾌했던 책들이 떠올라 인물을 설정하고 그 설정의 근거를 대기가 막막했다. 내가 주로 겪는 고민은 '트라우마를 소설의 서사를 위해 어떻게 써야 하는가'였다.

 

창작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본 고민일 것이다. 또한, 인물이 트라우마로 인해 어떤 반응과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온전히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하여 쓰거나, 내가 상식이라 생각하던 정보가 과연 진실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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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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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힘은 캐릭터에서 나온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한 모든 창작자에게, 트라우마 사전은 반가운 존재이다. 실제 사전처럼 가나다순으로 서술된 트라우마 사전은 인물의 캐릭터 가이드로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추천의 글은 듀나 작가가 작성했다. 듀나는 이야기의 예술이 고통의 조합으로 탄생한다고 했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의 목표는 허구의 캐릭터에게 실제 사람처럼 설득력 있는 상흔을 남기는 것이다. 트라우마 사전은 캐릭터의 허구성을 강조하며 창작자가 과감하게 트라우마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트라우마?


 

트라우마란 무엇일까?

 

우리가 삶에서 고통을 겪는 것처럼 캐릭터들에게도 트라우마가 있다. 괴로운 기억으로 인해 마음속에 자리 잡은 고통을 우리는 감정적 상처라고 부른다. 캐릭터의 서사에서 트라우마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존재는 과거의 산물이다. 과거가 쌓여 존재가 탄생하는 법이다. 따라서 캐릭터를 설명하려면, 우리는 캐릭터의 배경을 파고들어 어떤 트라우마를 겪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단순히 ‘트라우마’라고 말하면 우리는 캐릭터의 삶을 완전히 전복시킨 특정한 순간을 떠올리지만, 실제 원인은 다양하다. 작가는 상처의 원인을 “일회적인 트라우마 사건(살인 목격, 죽음 등)”, “반복적인 트라우마 사건(지속적인 사내 괴롭힘 등)”, “지속적인 유해 환경(가난, 불온한 가정)” 등으로 캐릭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의 핵심에는 내적 동기, 외적 동기, 외적 갈등, 내적 갈등이 필요하다. 결핍된 욕구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목표, 캐릭터를 방해하는 요소와, 개인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 모두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요소들을 간단한 서술과 서사로만 갈등을 보여주기는 갈등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작가는 계속해서, 사건은 캐릭터의 행동을 통해 보여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다른 창작 수업에서도 자주 강조되는 방법이다. 언행보다는 행동을 통해, 직접적인 언급보다는 “보여” 주어야 한다. 이는 "요즘 불안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어"라는 말보다 '물어뜯은 손톱과 핏줄이 벌겋게 선 눈'이라는 서술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이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만나는 법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트라우마는 픽션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존재하며, 우리 정서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내용을 읽으며 충격을 받지 않도록 …”

 

- 서문

 

 

저자는 본문이 시작되기 전, 서문에서 자기 관리법 항목을 제시했다. 작가가 트라우마로 불쾌한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이다. 듀나 작가 또한 이 책을 위해 만들어진 광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실제 사람에게 대입해 쓸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트라우마 사전을 읽으면서 자신과 캐릭터를 완전히 분리하기란 쉽지 않다. 무수히 많은 트라우마 속에서 우리는 분명히 같은 상처를 마주해야 한다. 또한 트라우마로 생길 수 있는 잘못된 믿음에서 우리는 자신을 갉아먹던 믿음들을 읽어야 한다.

 

이는 개인의 트라우마를 다시 상기시킬 수도 있지만, 트라우마 사전에서는 상처를 직면하고 극복할 기회를 함께 보여준다. 실제 사람에게 대입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극복할 기회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우리는 새로운 용기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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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사전
- 작가를 위한 캐릭터 창조 가이드 -


지은이
안젤라 애커만, 베카 푸글리시
 
옮긴이 : 임상훈

출판사 : 윌북

분야
글쓰기, 창작 작법

규격
152*220mm

쪽 수 : 508쪽

발행일
2020년 04월 20일

정가 : 22,000원

ISBN
979-11-5581-266-2 (03600)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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