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방구석 하이틴 [영화]

글 입력 2020.05.3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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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영화를 좋아한다. 어쩌면 뻔한 내용일 테고 누군가에겐 유치하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래서 더 좋아하나 싶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름을 올리는 훌륭한 영화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사랑하고, 인터스텔라와 인셉션 등을 제작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동경한다.


하지만 그런 영화들은 왠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해서 관람하기 전엔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할 것만 같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연출은 어떤지, 배우의 연기는 훌륭한지를 다 따져봐야 할 것만 같아서. 그러다 보면 내가 왜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지 자꾸만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하이틴 영화는 마음 편하게, 킬링타임용으로 즐겨 보곤 하니 단순히 재미있고 즐겁게 웃으며 또 한 편의 추억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나는 하이틴 영화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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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즈 더 맨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인 바이올라(아만다 바인즈)는 학교 내 남자 축구팀에 소속된 남자친구가 있었고 축구를 좋아하던 바이올라 역시 여자 축구팀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녀는 평소 털털한 행동과 옷차림 덕분에 오빠인 세바스찬의 여자친구마저 오빠와 헷갈려 할 만큼 닮고 보이시했는데,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이 소속된 여자 축구팀이 사라지게 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화가 난 바이올라가 코치에게 달려가지만 오히려 남자친구와 남자 축구팀에게 조롱만 당할 뿐이었다. 결국 바이올라는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오던 바이올라는 자신의 친오빠가 학교에 가지 않고 밴드를 하기 위해 런던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바이올라가 다니던 학교의 축구팀은 세바스찬 학교의 축구팀과 대결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기에 그곳에서 자신을 조롱했던 남자 축구팀에게 복수하고자 그녀는 세바스찬의 학교에 자신이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처음으로 접한 하이틴 영화였다. 제목은 ‘쉬즈 더 맨’. 말 그대로 여자 주인공이 남장을 하여 남고로 전학을 가는 내용이다. 주인공 아만다 바이즈가 연기를 너무 잘하고 귀여운 데다가 영화 중간중간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요소들이 다분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느라 웃으며 관람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성을 구분 짓는 것이 불합리한 일임을 단번에 보여주기에 복수를 성공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함께 통쾌함을 느끼기도 하고 최선을 다하는 바이올라가 너무나도 멋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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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핏



새하얀 순백 드레스를 입고 얌전한 척 미소 지어야 하는 미인대회가 지겨운 블리스(앨렌 페이지). 부모님은 오로지 미인대회에서 우승해야지만 탄탄대로 인생이 펼쳐진다지만, 블리스에게는 고리타분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블리스는 자신의 인생을 180도 바꿔줄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다.


파워풀한 에너지,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것만 같은 스피드로 가득 찬 ‘롤러 더비’ 경기에 블리스는 단번에 매료되어 ‘헐 스카우트’ 팀에 지원한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스피드로 상대편과 온몸을 부딪치며 승부를 가리는 롤러 더비의 매력에 푹 빠진 블리스는 21세 이상의 성인만 출전할 수 있는 규정 탓에 나이까지 속이고 승리를 위해서라면 반칙도 서슴지 않는 팀의 리더 스매쉬리 심슨(드류 베리모어)로부터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으며 맹연습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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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 더비는 롤러스케이트 경기에 미식축구에서나 볼 수 있는 과격한 몸싸움을 도입한 신종 익스트림 스포츠로 대회에 출전한 여자 선수들은 모두 짙은 화장에 아찔한 미니스커트를 입어야 하는 규정이 있다. 지금까지의 몇 안 되는 여성 스포츠 영화들이 남성스러운 여성들의 대단히 여성적인 인간 승리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영화 <위핏>은 정반대다. 찢어진 망사 스타킹과 짧은 치마 등 섹시미를 전면에 앞세우고 있지만, 스포츠 경기를 통해 승리를 쟁취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은 남성들 못지않게 터프하고 과감하다.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아니고 주인공의 너무나도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다 보니 하이틴 영화라고 하기에는 애매할 수도 있겠지만 유치하게 끝나지만은 않는 나름대로 탄탄한 구성의 이야기, 스포츠 특유의 긴박하고 스릴 넘치는 장면들과 오락적인 재미들이 이루어져 있다 보니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 중 하나였다. 게다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다른 하이틴 영화들처럼 환상만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오는데 주인공의 성장을 다루는 이 영화에선 그런 결말이 오히려 더 완성적인 영화를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유명하지 않아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적극 추천한다. 111분 동안 흠뻑 빠져들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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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상냥하고 얼굴도 예쁜 비앙카(라리사 오레이닉)는 인기 만점의 여학생이지만 고교 졸업 전까지 이성 교제를 엄금한 아버지 때문에 한 번도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어느 날 아버지가 언니 캣(줄리아 스틸스)이 남자친구를 사귀면 비앙카도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제안을 하신다.


하지만 희망을 부푼 사람은 비앙카뿐만이 아니었다. 비앙카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린 카메론(조셉 고든 레빗)은 그녀를 만나고 싶다는 일념 하에 캣과 교제할 사람을 찾아 나서는데, 소문은 무성하지만 아무도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는 패트릭(히스 레저)을 매수하고 그렇게 만남이 잦아진 캣과 패트릭은 서로의 참모습을 알아가며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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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 영화답게 조금은 뻔하고 오그라들기도 하지만, 그저 예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사랑에 빠지고 싶게 만든다.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는 상당하다. 우선 가장 큰 부분은 조커 연기로 전설을 남긴 히스 레저와 인셉션, 500일의 썸머 등에 출연한 조셉 고든 레빗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처음엔 아무리 옛날이라지만 머리 스타일이 왜 이래!라고 외쳤는데 보면 볼수록 역시나 히스 레저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영화는 90년대 배경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봐도 그다지 촌스럽지 않다. 90년대 로맨스 영화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러브라인이 펼쳐지기도 해 조금은 오버스럽지 않나 싶을 때도 있는데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는 대부분의 무대가 학교를 중심으로 펼쳐지다 보니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굉장히 단출하다. 게다가 미국 학교를 배경으로 하면 약물 등으로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소재도 종종 나타나는데 이 영화는 굉장히 건전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기분도 편안하게 배려해 준다.


이야기의 흐름도 좋고 모든 배우들이 매력적인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히스 레저의 데뷔작으로서 이제는 전설로 남겨진 그를 다시 떠올릴 수 있다는 부분이, 그의 매력적인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는 부분이 내게는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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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카로 살아남는 법



주인공 케이디 헤론(린제이 로한)은 어린 시절은 동물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에서 보냈고, 17살이 될 때까지 학교를 가지 않고 집안에서만 교육을 받아 왔다. 그러다가 17살이 되면서 그녀는 난생 '처음으로' 학교라는 곳을 가게 된다. 사회성을 길러준다는 명목 아래 부모님이 보내주신 학교. 그러나 그곳은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레즈비언이라는 소문을 몰고 다니는 제니스라는 여자아이와 친구가 되면서 학교의 숨겨진 이면을 알게 되는데, 아이들 사이에서도 식사 시간에 서로 정해진 자리와 등급이 있고, 그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학교생활 제대로 못할 것이라는 것.


학교 내 아이들의 유행을 선도하고, 화려한 복장들로 가는 곳마다 주변을 압도하는 아이들. 그중에서도 '퀸카'인 레지나 조지(레이첼 맥애덤스)가 이른바 학교의 '여왕벌'로 군림하고 있는데, 레지나는 케이디가 지닌 미모와 지성이 자신이 누리고 있는 교내 '여왕벌'의 위치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그녀를 감시할 목적으로 케이디에게 접근하여 둘은 친구가 된다.


케이디는 수학 시간에 만난 남학생 애런 사무엘 (조나단 베넷)에게 한눈에 반하여 그와 사귀려는 노력을 하지만 그는 바로 레지나의 헤어진 남자 친구였는데, 케이디가 애런에게 관심이 있는 것을 안 레지나는 고의로 그들의 사이를 방해하고 케이디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케이디는 레지나를 극도로 미워하게 되며 둘 사이의 대립은 팽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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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의 정석이라 손꼽히는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재미를 한층 배가시켰던 것은 주인공인 케이디의 내레이션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본다. 케이디는 자신이 과거에 겪은 일을 회상하듯 영화 전반을 내레이션으로 끌고 가는데, 이 내레이션은 평면적으로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영화가 전개될수록 거의 실시간으로 함께 하면서 관객의 감정을 조절하곤 한다. 이를테면, 레지나가 자신 뒤에서 호박씨를 까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케이디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함께 '나쁜 X'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식이다. 이런 내레이션이 영화에 한층 몰입하게 쉽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다른 10대 코미디들과 다르게 눈에 띄는 점은, 흔히 10대들을 타깃으로 한 영화들이 갖추고 있어야 할 우정, 믿음, 사랑과 같은 덕목들이 무참히 깨진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의 주된 키워드가 바로 불신과 배신이다.


얼굴 마주 보면서는 치마가 이쁘다느니 상의가 이쁘다느니 온갖 입에 발린 칭찬은 다 해대면서, 정작 뒤에서는 뭐 씹은 표정으로 '저런 촌스러운 옷은 처음 봤다'하며 험담을 한다. 이런 불신과 배신 등의 요소가 학교생활을 맹수들이 다투는 듯한 약육강식의 세계로 만들어가는 부분은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어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점들이, 영화가 단순히 철없는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파티나 하는 영화가 아닌, 좀 더 뼈 있는 시선으로 시기와 질투로 가득 찬 학교 내의 세계, 나아가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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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클루리스, 프린세스 다이어리, 키싱부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이지 에이, 플립, 지랄발광 17세, 브링 잇 온 등등 하이틴 영화들은 정말 많지만 우선적으로 4가지만 뽑아봤다. 특성상 항상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인지,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갈 수 있기 때문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스토리 측면이 완벽하고 탄탄하기는 어렵더라도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기에 하이틴은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다.


특히 최근보다는 예전에 만들어진 영화들을 더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배우들의 신인 시절을 보는 즐거움도 있고 지금과는 조금 다른 그 당시만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유명한 옛날 하이틴 영화들은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요즘은 하이틴을 주제로 한 음악 플레이리스트도 유튜브에서 종종 발견되곤 하는데 그 동영상들의 댓글들을 보고 있으면 이를 읽을 수 있는 한국인으로 태어다 좋다는 감정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코로나19 증세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이 시기에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즐거운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좋은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니 모두들 방구석 하이틴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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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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