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각자의 성장점이 되다 - 영화 '파도를 걷는 소년'

영화 <파도를 걷는 소년> 리뷰
글 입력 2020.05.21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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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는 즐겨보진 않지만, 기억남는 독립영화라면 <파수꾼>, <박화영>, <똥파리>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을 떠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에 그늘져 있는 곳을 다소 현실적으로 조명했다는 점이었다.


한 인물의 무력함과 고군분투함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강렬한 기억으로 자리잡혀 있다. 독립영화는 보통 그런 것일까? 이번에 아트인사이트 시사회 초대로 보게 된 <파도를 걷는 소년> 또한 그랬다. 

 

 

 

1. 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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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사는 다문화 2세들의 이야기.


하루의 절반은 돈을 벌기 위해 불법 용역을 하고, 남는 시간과 돈으로는 술을 마시고 멍을 때린다. 어쩌다 브로커 일까지 하게 된 주인공 수는 매일 밤, 자기 전 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자신의 지나온 일들을 바라본다.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가득하지만, 이 모든 게 고향에 있는 어머니에게 돌아가기 위함을 알고 꾹 참는다. 돈을 벌어 고향에 돌아가겠다는 집념으로 버티던 어느 날, 일을 하러 지나 다니던 제주의 바다 위에 자유롭게 떠다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안 돼, 나는 빨리 가야만 해.’



처음에는 모른 척 지나갔지만, 한 번 그들이 눈에 띤 이후로는 수는 그들에게 점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모래 바닥에 앉아 추리닝 차림으로 담배나 피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바다를 자유롭게 가르는 그들의 모습. 그 상황을 알자니 술이 벌컥벌컥 들어갔다. 나도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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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을 하기 위한 준비는 쉽지 않았다. 비싼 장비와, 막무가내 독학으로 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뭐라도 해보겠다고, 쓰레기 장에 머리가 잘려나간 서핑보드를 주워다가 스티로폼을 붙였다.


있어보이게 발목에 줄도 칭칭 감고, 바다로 향했다. 그 사람들처럼 멋지게 보드 위에 서보려고 하지만, 금새 고꾸라져 바닷물을 한껏 마셨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마저도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파도를 탈 때에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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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서핑 강사인 똥꼬와 해나를 만나 무료로 서핑을 배울 수 있게 된 수. 보통 (상업)영화라면 주인공이 맹연습을 해서 결국 멋지게 보드를 탈 수 있게 된다던지? 주인공의 직접적인 성장과 변화를 볼 수 있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조금은 다른 의미로 주인공의 성장이 드러난다.


결과적으로 수는 서핑 보드 위를 두발로 설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성공했을 수도 있지만, 영화 상에서 비춰지진 않았다. 중요한 게 아니라는 뜻이였다. 자신의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갈등, 최종 결단을 내리기 순간까지 이 어려움들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서핑이라는 것이었다.

 

수십번 바다 속에 쳐박혀도 멋지게 파도를 타는 게 아닌 그저 물살을 가로지르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서핑의 시간이 수에게는 하나의 안식처가 되었던 것이었다.


실제로 영화 내에서 외관상으로도 점점 밝아지는 게 느껴졌었다. 츄리닝만 입다가 밝은 청자켓을 입기 시작하거나, 마지막 장면에 빡빡 민(?) 헤어스타일을 보이기도 한다. 영화 초반의 모습과는 확연이 성장한 모습이었다.

 

 


2. 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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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로 보드를 타고 있는 수의 모습을 바라보는 필성, 사실상 제일 궁금했던 인물은 다른 인물들과 달리 내국인이지만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어린 필성이었다.


고등학생 같은 얼굴에 노랗게 물들인 머리, 어떤 사연을 갖고 있는지, 어디서 왔고 가족은 누군지, 영화 내에서는 확인 할 수 없었다. 그저 필성은 갑보 인력 사무실에서 빌린 돈의 이자를 갚기 위해 수와 함께 일 하고, 수를 친형처럼 생각하고 따르는 인물로 그려진다.

 

눈에 확연히 들어왔던 필성의 모습은 필성에게 수라는 인물이 일상, 어쩌면 세계의 절반은 수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존경하는 사람이자 따르는 사람, 실제 연예인으로 치자면 강호동과 김종민 같은 느낌이랄까?


매일 형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고, 형이 갑자기 파도를 타는 걸 보고 비웃으면서(?) 같이 바다에 뛰어들고, 매일 수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인물이었다. 정말 똥꼬의 소개대로 "얘는 얘 따까리!" 라고 설명해도 될 만큼.

 

하지만 수가 어머니와 살기위해 고향으로 가겠다고 말할 때에 아무 표정 없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필성이가 조금은 어른스러워 보였다. 오돌뼈와 오뎅탕을 열심히 떠먹다가 수의 얘기를 듣고 오물오물 거리는 데, 보면서 귀여움과 동시에 배가 고팠(?)던 것 같다.


아무튼 수라는 든든한 지대가 없어지는 걸 받아들이는 것으로도 필성은 수와 다른 성장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 장면 중 하나.


 

*

 

파도를 걷는 소년

- The Boy From Nowhere -


각본/감독 : 최창환
 

출연

곽민규, 김현목

김해나, 강길우, 민동호

 

장르 : 드라마

개봉
2020년 05월 14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9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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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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