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상이 나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시]

르네 마그리트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글 입력 2020.05.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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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전시 구성


 

전시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을 위한 오디오북 대여 또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설치는 필요 없었다. 큐레이터 또한 따로 없는 것 같았다. 입장 전에는 그 점이 조금 의아했으나 후에는 전시의 구성이 꽤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도입부에서 전시의 주인공인 르네 마그리트(René François Ghislain Magritte, 1898~1967)의 핵심적인 예술 철학을 마치 영화의 예고편 같은, 짧은 영상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그 다음 공간에서 마그리트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들을 연도별로 나누어, 따라 걸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전시사진-1s_14.jpg

르네 마그리트의 연도별 인생사

 

 

이렇게 작가에 대해서 먼저 이해하고 전시를 보게 된다. 본격적으로 작품이 나오는 공간 또한 8개의 시대별 챕터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고, 그 옆에 작품 설명 또한 이해하기 쉽게 상세히 되어 있었다. 한정된 공간에 르네의 모든 작품을 볼 수 없는 한계는, 화면이 전환되는 디스플레이 모니터를 마련하여 고화질로 보다 많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사진-1s_2.jpg

디스플레이, 텍스트와 배치된 작품

 

 

이전의 전시들에서 오디오북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오디오를 들으면서 전시를 봤을 때는, 나 같은 경우 멀티플레이에 굉장히 취약해서 그림을 보다가 오디오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오디오를 키거나, 텍스트를 읽어야 해서 시간이 두 배로 허비되었다. 오디오북을 처음 사용했을 때는 이 시스템이 꽤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전시를 보고 전시 구성만 괜찮다면 딱히 없어도 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초현실적인 공간


  

사진만 찍는 포토존이 아닌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체험 공간이었다. 사방이 빔프로젝터로 구성된 공간에서 르네의 주요 작품들이 계속해서 바뀌며 모든 벽면과 바닥을 채웠고, 이에 바이올린이 섞인 듯한 음악소리가 더해져 초현실적인 곳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이 광활하고도 신비한 느낌은 직접 느껴봤으면 좋겠다.

 


KakaoTalk_20200521_124301421.jpg

대규모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우는 르네의 작품


 

 또한 "전시가 끝나지 않았습니다"라고 적혀진 곳은 커튼을 걷고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들어가자마자 모든 색이 사라져 버린 나의 몸을 볼 수 있었다. 작품도 좋았지만, 이번 전시는 전시 구성에 힘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나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


  

르네 마그리트는 세상이 나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을 그림을 통해 전달했다. 지난번 프리뷰에도 썼듯이 파이프를 그린 뒤, 그 밑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고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림을 처음 봤을 때, '그럼 파이프가 아니고 뭐야?'라는 생각을 한다. 한참 뒤 '(!)파이프 그림이구나'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단어가 이미지를 생성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언어가 얼마나 믿을 수 없는 것인지 알게 된다.


그림을 본 우리는 세상에 대한 의심의 싹을 틔우게 된다. 따라서 르네의 그림은 우리가 당연시하고 있던 상식을 부숨으로써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림을 평범하게 만들지 않을 제목


 

이처럼 그림을 보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데는 제목이 한몫한다. 르네는 그림을 그린 뒤 그림의 제목을 짓기 위해 합평회를 열었다고 한다. 르네가 그림을 최대한 해석하지 않고 보이는 것을 객관적으로 설명한 뒤, 여러 사람의 의견 중 가장 적합하고 참신한 제목을 선정하는 과정이다.

 

 

연인, 1928, 캔버스에 유채, 54x73.4cm.jpg

르네 마그리트, 연인, 1928


 

 사진 속 남녀는 흰 천을 얼굴에 두르고 있고 입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림의 제목은 연인이다.


무서운 느낌이 드는 이유는 입을 맞추고 있음에도 그들의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림과 더불어 제목을 함께 연결지어 해석하는 행위를 통해 그가 세상을 인식한 시선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마그리트는 말한다. "인생은 내게 무언가를 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그림을 그린다."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Inside Magritte -


일자 : 2020.04.29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휴관일 없음

장소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3,000원
어린이(만7~12세) : 11,000원
미취학아동, 만65세 이상 : 6,000원

주최
크로스미디어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홍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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