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좋은 소재, 배우, 감독, 그리고 사냥의 시간 [영화]

글 입력 2020.05.0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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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4일, 영화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에서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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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우리는 놈의 사냥감이 되었다.


희망 없는 도시,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이제훈)은 가족 같은 친구들 ‘장호’(안재홍)와 ‘기훈’(최우식) 그리고 ‘상수’(박정민)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위한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다.

 

하지만 미래를 향한 부푼 기대도 잠시, 정체불명의 추격자가 나타나 목숨을 노리며 이들을 뒤쫓기 시작한다. 서로가 세상의 전부인 네 친구들은 놈의 사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심장을 조여 오는 지옥 같은 사냥의 시간이 시작된다.



위와 같은 시놉시스를 당당하게 내밀고 근미래 한국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자랑스럽게 홍보했다. 하지만 제작사의 포부와는 다르게 영화는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1. 제작도, 개봉도 겨우겨우


 

2020년은 코로나의 해라고 말할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전염병의 창궐로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감염을 최대한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접촉을 제한하여 원천봉쇄를 노렸다. 다행히 이 방법은 효과를 보였고 코로나 확진자 수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외출을 자제하는 해결책은 경제를 동결시켰다. 자영업은 문을 닫고 기업들조차 크게 휘청였다. 이 중 타격을 크게 받은 업계가 항공계와 문화계라 할 수 있다.


영화 산업도 그중 하나이다.

 

3월 23일 <사냥의 시간> 제작사 '리틀 빅 픽쳐스'는 코로나 19 사태로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하기로 결정했다. 예정대로라면 4월 초에 개봉했을 터인 영화는 법정싸움이 일어나 개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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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판매를 담당한 '콘텐츠 판다'와의 계약을 정식으로 해지하지도 않은 채 넷플릭스와 이중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공들여 만든 영화는 법정싸움까지 넘어갔고, 결과적으로 상영 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제작 기간만 1년 반이고, 개봉 역시 계속해서 미뤄졌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 법원의 상영 금지 처분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이와 같은 결과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제작사 리틀빅픽쳐스가 한 행동은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영화를 위해 함께 공들여 온 배급사 콘텐츠판다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 것이었으니 말이다.


결국 제작사에서 공개 사과를 하며 콘텐츠판다와도 원만하게 해결이 되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4월 24일 넷플릭스에서 개봉했다.

 



2. 근미래 한국을 그린 디스토피아적 설정, 그러나 허술한.



시놉시스에서도 나와있듯이 <사냥의 시간>은 멀지 않은 미래, 대한민국이 폭삭 망해버린 시대를 그리고 있다. 나라에 빚이 너무나도 많아 IMF에서 구제금융을 거절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거리는 슬럼화 되었으며 원화가치는 폭락하여 현금은 휴지조각 취급받는다. 환전조차 막혔고 무장강도들이 판을 치는, 그럼에도 정부는 몰락하여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서 주인공들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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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와 기훈, 그리고 감옥에 있던 준석이 출소하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들은 클럽에서 그간의 회포를 풀며 밀린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준석이 꺼낸 한 마디.


'감옥에서 알게 된 형이 대만으로 넘어오라 한다. 그럼 새 출발할 수 있다.'


에메랄드 빛 해변과 여유로운 삶, 그리고 수입이 보장된 파격적인 제안이었지만 기훈과 장호의 표정은 어둡다. 준석이 감옥에 있는 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냐면 현금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무장강도가 판을 쳐 주변에 남은 은행은 단 하나밖에 없을 정도이다.


이쯤 되면 준석은 포기할만한데도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낸다. 감옥에서부터 생각한 것이라며 도박장을 털자는 것이다. 계획대로 실행만 하면 문제없이 성공할 수 있고, 불법적인 돈이라 경찰과 엮일 일도 없다는 것. 친구들은 준석의 계획에 떠밀리듯 합류한다. 그리고 계획대로 도박장 털이를 성공시킨다.

 

하지만 도박장은 뒷 세계 거물이 관리하는 곳이었고, VIP의 정보와 자금세탁 기록까지 남아있는 곳이었다. 이때부터 기훈과 준석, 장호는 자신들을 쫓는 '한'과의 추격적을 시작한다.


대략적인 스토리이다. 얼핏 보면 흥미로운 소재와 스토리이다. 총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 그리고 이들을 쫓는 킬러, 이들 사이의 쫓고 쫓기는 팽팽한 추격 스릴러가 그려진다.


그려져야... 하는데...

 

 


3. 공감되지 않는 설정들



긴장감을 유지하는 건 영화 초반 30분 만이다. 딱 30분. 그조차도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설명하고, 친구들이 도박장 털이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장면까지 말이다. 이후 추격씬은 긴장은커녕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을 선사해준다.



1) 인물 역할 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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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의 주요 등장인물은 총 5명이다. 장호, 기훈, 준석, 그리고 준석에게 빚을 진 상수. 마지막으로 이들을 쫓는 한. 이렇게 5명이 맞물리며 스토리는 진행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준석과 한을 제외한 인물은 없어도 될 정도로 역할이 모호하다. 장호와 기훈은 준석과 가족 같은 친구라고 언급되지만 왜 가족 같은지, 어쩌다 그들이 깊은 관계가 되었는지 어떠한 언급도 나오지 않는다.


또한 한에게 쫓기면서 준식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긴장하는 반면에 이들은 긴장하는 모습보다는 자꾸만 시간을 지연시키는 답답한 모습만 보여준다. 상수는 초반에 도박장 털이 멤버로 나왔지만, 거사를 치른 후 위험에 처했다는 언급만 나올 뿐 다시는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결국 준석을 제외한 이들은 분위기 있게 나온 것과는 다르게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리타이어하고 만다.


준석은 영화 내내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식은땀을 주룩주룩 흘린다.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말이다. 그런 그를 한은 토끼 쫓듯 여유롭게 추격한다. 덜미를 잡아도 일부러 시간을 주고 풀어주어 정말 '사냥'을 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장면도 한두 번이지, 계속해서 이와 같은 장면을 보여주니 영화는 긴장을 잃고 루즈해진다. 심지어 추격 이유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분명 vip 자료가 담긴 하드디스크를 빼앗기 위해 준석 일행을 추격한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뜬금없이 이미 하드디스크는 확보했다고 한다. 그럼 추격하는 이유가 없을 텐데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라는 뜬금없는 멘트를 날리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주 목적인 하드디스크를 준석 일행이 어디서 어떻게 빼앗겼는지 언급이 되지 않았음에도 갑작스레 등장한 추격의 이유는 관객들에게도 준석 일행에게도 대체 왜 이들이 목숨 걸고 도망가는지, 한은 또 왜 이들을 시간 돈 들여가며 쫓아가는지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긴장은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 뿐이다.

 


2) 설정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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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봉 전부터 근미래의 한국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영화라고 적극 어필했다. 슬럼화 한 한국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영화 초반부터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래피티로 도배된 담벼락과 건물, 법의 무의미해지고 공궈력이 힘을 잃어 국민들은 '생존'에 힘을 쏟는다. 무장 강도에게 다 털리고 남은 은행은 한 곳뿐이라는 언급도 나온다. 그럼에도 도시는 평온하다. 초반부터 안개와 명암을 사용해 암울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생각보다 나라는 잘 굴러간다. 총기를 사용하며 무장 강도가 판을 친다지만 주인공 일행을 제외하고는 총을 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은행이 위협받을 정도의 세계라면 누구든 총을 들고 자기 보호를 할 터인데 권총 하나 휴대하지 않는다. 도박장에 모인 이들도 너무나도 성실하고 얌전하게 도박을 즐긴다. 경찰이 제기능을 못하는 세계라고 했음에도 병원 씬에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경찰이 등장한다. 아, 총상을 입어도 바로 치료 가능한 병원도 멀쩡히 운영하고 있다. 도시 한복판에서 노동자들은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시위를 피켓만 들고, 폴리스 라인을 지키며 '평화롭게' 시위한다. 도로도 잘 닦여있고 대중교통, 자가용도 원활하게 잘 다닌다.


가게가 제 형태를 유지하기 어렵고 군데군데 폐차와 부산물이 널브러져 있는 것 치고는 나라가 잘 굴러간다. 과연 이를 디스토피아라고 할 수 있을까.

 



4. 좋은 소재, 좋은 배우, 좋은 감독, 그리고 사냥의 시간


 

<사냥의 시간>의 소재는 매우 신선하다. ‘경제가 폭락한 살기 힘든 대한민국’ + ‘총기 액션’이기 때문이다. 마치 게임을 연상시키는 소재이다.


감독은 전작 '파수꾼'을 통해 사춘기 소년들의 감성을 세세하게 표현하여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아직 파수꾼을 보지 않았기에 이번 기회에 보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당수의 팬들이 파수꾼을 보고 감독의 차기작에 기대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물이 이러니 그에 대한 반동은 생각보다 커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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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배우.


<기생충>에서 열연한 최우식, <멜로가 체질>에서 괴팍하지만 달달한 로맨스를 선보인 안재홍, 마지막으로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제훈까지. 배우만 봐도 설렌다. 실제로 상영 전, cgv에서 진행한 미니 팬미팅이 전석 매진 될 정도이니 말이다. 그리고 악역에 카리스마 넘치는 박해수를 추가함으로써 배우 자체만으로 긴장감을 더했다.


이렇게 흥행 보장된 배우로 이런 작품이 탄생한 게 너무나 아쉽다. 감독 역시 파수꾼으로 많은 칭찬을 받았으니 대중의 실망감은 더할 것이다.


만약 <사냥의 시간>이 140분의 러닝타임이 아닌 90분 정도로 짧고 간결하게 임팩트를 주었다면, <킹덤>처럼 6부작 드라마로 만들어 대한민국이 왜 그렇게 됐는지, 주인공들이 과거에 어떤 사건이 있었길래 서로를 가족처럼 끔찍이 여기는지, 한이 추격하는 과정을 보여주어 추적을 더 긴박하게 만들었으면 어땠을지와 같은 스토리를 풀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좋은 소재, 좋은 감독, 좋은 배우로 삼박자 딱딱 갖췄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의문이다. 개인적인 소망은 3화 정도 분량으로 감독판 드라마로 따로 만들어 관객의 아쉬움을 해소시켜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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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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