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다려 온 판, 문명특급 [문화 전반]

연반인 재재와 문명특급이 개척해 나가는 문화계 신대륙
글 입력 2020.04.24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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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습관적으로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을 챙겨보곤 했다.


대개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은 연예인의 신작을 홍보하거나 촬영 중인 광고를 홍보한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몸매 관리, 동안 유지 비법으로 넘어간다. 혹은 연애, 이상형 등을 묻는 비슷한 내용의 질문이 반복된다. 그러고 나서는 분위기 환기를 위해 개인기를 시키는데, 보통 예쁘고 매력적인 연예인을 향한 애교 주문은 빠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 취향이 확고해지기 시작한 이후로는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드물다. 가끔 TV 채널을 돌리다 걸려서 보면, 시간의 흐름과 별개로 형식은 그대로였다. 뻔한 질문과 그에 맞춰 예상 가능한 답변. 그게 아니라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온다기에 찾아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진행자의 어설픈 정보력에 마음이 상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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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연히 유튜브 추천 영상으로 뜬 문명특급 채널의 영상을 봤다. 기존의 여타 연예정보 프로그램과 같이 신작, 또는 컴백을 홍보하러 나온 연예인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영상이었다.


별생각 없이 누른 영상에 오랜만의 긴장 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홀린 듯 연관 동영상에 뜬 문명특급의 다른 영상들을 연이어 시청했다. 추억의 노래를 소개하고, 생소한 직업군의 종사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직접 찍은 뮤직비디오도 있고… 이 채널 뭐지?

 

스브스 뉴스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라는 명목의 문명특급은 메인 MC 재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대표적인 콘텐츠로는 남 몰래 흥얼거리게 되는 마력의 곡들을 소개하는 ‘숨어 듣는 명곡’, 신작 인터뷰 ‘2020 컴백&개봉 맛집’, MC 재재와 조연출 야니가 직접 노래와 춤을 만끽하는 ‘Music is our Life’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유입의 창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0 컴백&개봉 맛집’은 신선한 진행 방식을 보여준다. 메인 MC 재재는 세 가지 원칙을 기저에 깔고 소신 있는 인터뷰를 구성하는데, 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인터뷰이가 이행하기 싫어하는 주문은 강요하지 않을 것, 애교를 시키지 않을 것, 연애나 결혼 등 불편한 사랑 이야기는 질문하지 않을 것.

 

언뜻 보면 재재의 원칙은 보수적으로 느껴진다. 원칙의 근원이 연예인의 사랑 이야기나 유별난 모습을 암묵의 대상으로 삼는 인식이라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닌 이상, 재재의 원칙은 바람직하지 못한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난 진보적 시도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인터뷰를 생각해보자. 인터뷰이가 기피하는 장면일수록 진행자는 그것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노출시킨다. 희귀한 장면의 자극성을 이용해 오락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인터뷰이의 당혹감이 명백히 예상되는 질문들을 던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어차피 일반 대중은 진실인지 거짓인지 분간하지 못할 대답을 그렇게도 요구한다. 그것이 공익은 물론, 인터뷰의 주제나 목적에서 한참 벗어난 것일지라도 말이다. 이런 질문들을 거부하기 어려운 인터뷰이들은 불편한 표정을 하고 잔뜩 긴장한 채 어중간한 대답을 하곤 한다.

 

또한, 당연하게 주문되는 애교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약간 기괴하기까지 하다. 애교를 요청받은 성인, 혹은 성인처럼 꾸며진 미성년자는 어린이의 말투나 행동, 표정을 따라 한다. 그리고 주로 칭찬과 선망으로 가득 찬 리액션이 이어진다. 이 굴레 속에서 애교는 매력 표출 내지 매력 인증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어렴풋이 꺼림칙한 부분을 감쪽같이 감추며 셀링 포인트로 작동한다.

 

인식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불쾌함을 느껴왔을 터이지만, 쉽사리 변하지 않던 인터뷰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 가운데 문명특급은 기존의 연예인 소비 방식에서 벗어나, 편안한 웃음을 제공한다. 누구나 생각할 만한 자극적 질문 대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적재적소의 질문을 넣는다. 웬만한 연예인보다 넘치는 에너지로 출연진과 진행자가 같이 즐거운 인터뷰장의 분위기를 만든다. 이렇게 형성된 분위기 덕인지, 문명특급의 인터뷰이들은 편안함 속에서 신선한 모습을 보여준다.

 

 

 

 

연예가 인터뷰를 제외한 다른 콘텐츠에서도 문명특급과 재재의 의식적인 배려심은 확연히 돋보인다. 상대적으로 카메라가 어색할 비연예인과의 인터뷰에서 재재는 끊임없이 가치로운 대화 소재를 만들어낸다. 또,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포착하여 재빨리 상대의 캐릭터를 구축한다. 덕분에 시청자는 인터뷰이가 처음 보는 비연예인일지라도 그 인물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이처럼 문명특급과 메인 MC 재재는 악질의 자극성 없이도 충분히 오락적 요소를 갖출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에 대한 반응 또한 뜨겁다. 문명특급 채널은 조회 수가 100만이 넘는 영상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350만 조회 수 달성을 앞둔 영상도 있다.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높은 관심의 지표는 다수가 이러한 변화를 갈구해왔다는 분명한 증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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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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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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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셜스튜핏
    • 저는 이 프로그램이 마젤토브를 소개해서 알게 되었어요. 에디터님 말대로 공영방송과 유튜브 채널의 중간에 있는 화법(?)을 구사하는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조화를 이룰지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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