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의 그림정원] 나를 찾아가는 시간

뜻밖의 불행, 뜻밖의 행복
글 입력 2020.04.0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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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졸업 이수 학점을 거의 다 채워서 졸업 전시 수업만 듣는, 그마저도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어 강제 칩거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 '남는 건 시간'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처음엔, 이 상황이 많이 억울했다. 지난 4년 동안, 복수 전공과 학점관리에 허덕이던 나에게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였기에,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졸업 수업만 듣게 된 올해엔 드디어 벚꽃을 보나 싶었다.


세상 억울한 마음으로 흥청망청 3월 한 달을 보내고 나니,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었다. 내 모습이, 내 생활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서든 이 상황 속에서 나를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를 찾아가기'는 시작되었다.

 

뜻밖의 불행이 뜻밖의 행복을 가져다주었다고 생각해야 할까? 그림을 계속 그리기 시작했다. 눈을 뜨면 그림을 그리고, 자기 전에도 그림을 그렸다. 왜 그렇게 그림을 많이 그렸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림이 좋아졌다. 며칠 전 교수님과의 면담 중엔 '내가 그래도 미술을 할 자격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나올 뻔했다.


사실 나는 그림을 좋아해 본 적이 거의 없다. 5년 동안 '미대생'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나는 항상 그림을 무서워했고, 어려워했다. 내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한 적 또한 없었다. 누군가에겐 이 모든 말들이 겸손 혹은 거짓말로 들릴지언정, 적어도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해왔다.


나는 언제 홀연히 없어질지 모르는 이 감정을 붙잡으려고 무척 애쓰고 있다. 또다시 미술이 어려워지는 것은 너무나 무섭기에, 불안하면서도 행복해하는 중이다.


부디 이 감정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그림을 그린다.

 

 

3.26 빨래가 있는 풍경_이미지.jpg

illust by 예연 <빨래가 있는 풍경>

 

 

[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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