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언어가 궁금해요 [영화]

영화 <Sing Street>, 그리고 음악영화
글 입력 2020.04.0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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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 영화같은 음악, 음악같은 영화


 

음악 영화를 여럿 좋아한다. 다들 좋아하는 음악영화를 좋아한다는 건 뻔한 취향이긴 하지만, 내가 음악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영화가 좋고, 거기에 음악이 더해져서가 아니다. 영화같은 음악, 그리고 음악 같은 영화 모두가 가능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City of stars 별들의 도시여

 

Are you shining just for me 나만을 위해 빛나는 건가요

 

City of stars 별들의 도시여

 

You never shined so brightly 이토록 밝게 빛난 적이 있던가요


Lala Land의 'City of stars'


 

눈을 감고 보면 그려지는 어둠 속에, ‘city of stars’라는 가사가 별들을 아련하게 수놓는다. 멜로디는 잔잔할지 몰라도, 가사는 그 무엇보다 극적이다.

 


A look in somebody’s eyes 누군가의 눈에 담긴 느낌

 

To light up the skies 하늘을 밝히고

 

To open the world and send it reeling 세상을 열어 돌아가게 하는 힘

 

A voice that says, I’ll be here 내가 여기 있다 알려주는 목소리

 

And you’ll be alright 그러니 당신은 괜찮을 거라고 알려주는 목소리


Lala Land의 'City of stars'

 


별들의 도시도, 내게 들리는 나직하고 포근한 목소리도, 어느 것 하나 노래에 담기지 않았지만 그런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 음성에서 생각으로, 또 마음으로까지 이어진다. 영화 한 편을 다 보았을 때의 막연하지만 벅찬 여운을 이 음악에서 느꼈었던 것 같다. 영화 라라랜드를 대표하는 이 음악이 영화 같았듯, 영화도 음악 같았다.


음악은 굳이 머리로 이해하지 않아도 충분히 마음을 동하게 하는 어떤 힘이 있다. 사진 작가 에른스트 하스는 ‘사진은 음악과 같다’며 어떤 해석도 필요없이 즉각적으로 스스로를 전달하는 것을 음악의 속성으로 이야기 했는데, 내게도 음악이, 또 음악 영화가 그러했다. Star is born도, Begin again도.

 

 

 

영화 <싱스트리트 ; Sing Street>



그리고 하나 더. 꼭 음악 영화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다들 좋아라 하는 음악 영화를 엊그제 드디어 보게 되었다. 미루고 아껴 뒀던 영화였기에 평소보다 영화도 음악도 기대가 되었다.


아니, 사실은 영화 스틸컷만으로도 스토리를 짐작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에, 그래서 음악에 조금 더 기대를 걸었다. 현실부정기인 그 사춘기 시기에, 이 아이들은 얼마나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을 지, 또 그 모습이 어떻게 극적이었을지. 궁금했다.


 

싱스트리트.jpg

 


역시나 <싱스트리트>는 영화도, 음악도 정말 좋았고, 그 메시지도 충분했다. 충분히 멋진 영화 같은 드라마틱한 음악들을 들었고, 또 좋은 음악같이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그러나 잊히지 않을 영화를 봤다. 얼렁뚱땅 결성한 밴드, 음~음~음~ 감으로 느낌으로 만들어가던 그들만의 노래, 촌스런 갈색 신발의 소년이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로 성장하기까지, 그리고 절망적이면서도 안락한 집에서 벗어나 희망찬 파도 위의 여정을 택한 결말.

 

그렇게 나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 <싱스트리트>의 음악들을 몽땅 플레이리스트에 넣었다.

 

 

플레이리스트.PNG

 


You just can't stand the way 넌 막을 수 없어
that I walk out from the wreckage 내가 만신창이에서 벗어나는 걸
can't understand the way  넌 이해할 수 없어
 that I turn myself around 내가 스스로 삶을 바꿔가는 걸
 I try to terminate this war with you 난 너와의 전쟁을 끝내려고해
 but you wont let it go 하지만 넌 내버려 두지 못하고
 you keep coming back for more 뭔가를 더 얻기 위해 자꾸 돌아오잖아
 Freedom 자유
 Im taking it back내가 되찾을거야

 

Sing Street의 'Drive it like you stole it'

 


So bring the lightning bring the fire bring the fall 그러니 번개도 불도 폭포도 내게 가져와

 

I know ill get my heart through 다 이겨낼 수 있을테니까

 

Got miles to go but from the day i started crawlin

남은 길이 멀다는 것은 알지만 겨우 기어다니기 시작한 그 날부터

 

I was on my way to find you 나는 너를 찾아 나섰어

 

I was on my way to find you 나는 너를 찾고 있었어


Sing Street의 'To find you'


 

 

그리고 그들의 언어


 

엄청나게 빠르거나, 잔잔하거나, 꼭 청춘들의 심박수같은 음악들을 들으면서 문득 책 속의 한 문단과 함께 뜬금없는 생각을 했다. '이 영화는 음악이 없었으면 정말 안됐겠구나'

 


그러나 언어는 문학의 매체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삶 자체의 매체다. 언어가 눈에 띄게 거칠어지거나 진부해지면 삶은 눈에 잘 안 띄게 그와 비슷해진다.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마음들이 계속 시를 쓰고 읽는다. 시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해도, 시가 없으면 안 된다고 믿는 바로 그 마음은 없으면 안 된다.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신형철


  

주인공 코너는 부모님의 싸우는 소리대신 음악을 택했다. 어쩔 수 없이 간 전학, 다짜고짜 부당한 이유로 폭력을 휘두르던 선생님, 그리고 자칫 왕따가 될 수 있었던 상황 모두 대신 음악을 택했다. 그리고 그는 음악을 놓지 않았다. 결국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사랑하는 여자가 떠나도, 자신의 멘토였던 형이 음악을 놓았더라도.

 

플레이리스트 속 코너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사실 음악은 코너의 언어였을지도 모른다. 음악마저 하지 않으면, 혹은 음악까지 자신의 생활을 닮았다면, 음악도 코너 그 자신도 결국 거칠어졌을 것이다. 음악이 없으면 안된다는 마음과 똑같은 마음으로 사랑을 했고, 결국 이루었고, 또 한 걸음 음악에 다가서기 위해 무모한 길을 택한다.

 

그렇게 온통 음악이었던 주인공의 삶을 돌아보니, 음악 영화는 음악을 위한 영화, 영화를 위한 음악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 음악이 수단인 이들의 이야기, 그래서 계속 연주하고 노래해야 하는 이들의 언어들이 음악 영화에 있었다. 그래서 음악 영화가 내게 더욱 특별했나보다.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언어란 결국 누군가 듣고 이해해주어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그럼 난 조금 더 잘 들어봐야겠다. 더 많은 이들의 언어가 궁금해졌다.

 

* 언어 :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거나 전달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음성·문자·몸짓 등의 수단 또는 그 사회관습적 체계.(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권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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