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올해도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이보 반 호프 '로마 비극' [공연예술]

글 입력 2020.04.02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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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본 수많은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고민 없이 2019년 LG아트센터의 기획 공연인 ‘이보 반 호프’의 <로마 비극>이라 말할 것이다. 아쉽게도, 공식적으로 작년 서울 공연이 마지막 <로마 비극>이었다.


이 공연의 특징은 5시간 30분 가량의 인터미션없이 진행되는 러닝타임과 자유롭게 극장 출입구를 오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극장에 도착했을 때, 로비에 충전시설을 따로 구비한 것을 보고 놀랍기도 했다. 공연은 극장의 모든 공간에서 진행되며, 관객은 장면 전환 시간이 주어지면 1,2층 객석과 무대 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무대 세트 위에는 수많은 모니터가 있고 대형 스크린이 존재하여 영상으로 실황이 상연되며 동시에 대사가 번역된다. 그렇게 배우들의 연기를 바로 옆에서 알아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 무대에 올라갔을 때 신기했던 것은 스낵바가 있다는 것이다. 공연 중 배고픈 관객들을 위해 간단한 음료와 간식거리들을 팔고 있었다. 또한, 극장 하수쪽에 배우가 분장을 때에 따라 할 수 있도록 화장대를 갖추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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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 반 호프’의 <로마 비극>은 셰익스피어의 세 작품을 엮어 만든 공연이다. <코리올라누스>, <줄리어스 시저>, <안토니 & 클레오파트라> 순서대로 공연된다. 작품은 고전을 따라가고 어투도 그러한 부분이 있는데에 반해, 등장하는 배우들의 의상은 대부분 정장을 고수하며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14명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지 않고 작품이 변경될 때 순식간에 다음 역할로 변화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작품 속에는 ‘앵커’역할이 존재하는데 전쟁이 일어나고 그 전쟁에 관한 자신의 소견을 마치 CNN뉴스를 하는 것처럼 방송을 한다. 코미디스러움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더불어 전쟁을 음악으로 표현하는데 무대 상하수 제일 끝 쪽에 있는 밴드가 긴장감을 준다. 무대 곳곳에서 나오는 사건들을 관객이 앉아있는 어떠한 자리에서든 보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관객을 21세기의 로마의 시민들로 만든다.

 

이 작품의 가장 놀라웠던 점은 배우들의 엄청난 집중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로 옆에서 관객이 핫도그를 먹고 있는데 고전의 형태를 띈 <로마 비극>을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장면이 30분에 한 번씩 전환되고 역할이 세 번에 나눠 변경되는 대혼란 속에서 배우들은 여유를 잃지 않는다.


그리고 죽음 장면이 적나라하게 나오는데 저게 죽음인가 싶기도 할 정도이다. 작품 속 심각한 장면에 죽음이 등장할 때 마다, 관객석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러한 와중에도 관객을 의식하면서도, 작품을 장시간 이어나가는 것에 절로 감탄이 터져나왔다.

 

‘이보 반 호프’는 <로마 비극>이 정치 비즈니스에 관한 연극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로마 비극>의 세 작품의 공통점은 ‘정치’를 다룬다는 점이다. 정치는 전 세계 어디나 똑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로마 비극>을 통해 어떠한 정치인을 투영하기도 하고 과거나 현재가 다르지 않음을 인식하기도 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 줄리어스 시저』

 

“지금부터 수많은 세월이 지난 후세에 우리의 숭고한 장면은 얼마나 자주 되풀이되며 상연될 것인가.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 나라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언어로”

 

   

위의 말은 극 중반, 캐시어스가 시저를 암살한 뒤 읊조리는 부분이다. ‘도버 윌슨’은 ‘시저’가 강력하고 경외스러운 존재로 그려지기는 했으나 칭송받을 만한 위인으로 그려지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보 반 호프’의 <로마 비극>에서는 전체적인 캐릭터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굉장히 입체적이기도 하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마저 끝난 직후에 스크린에서는 ‘정치’라는 주제에 대해 여러 가지 담론들이 나온다. ‘자유는 존재하는가?’, ‘정치는 개인의 견해를 바꿀 수 있는가?’, ’정치인은 대중에게 진실을 말해야 하는가?‘, ’대중은 사리를 잘 분별하는가?‘, ’권력욕이 없는 정치란 가능한가?‘ 등의 글귀가 나온다.


그 수많은 지점들에서 로마의 시민이었던 관객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저 말처럼 수 없이 되풀이되고 상연되오고 있는 현재에 있어서.

 


[김화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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