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쩌다 마케터가 된 우리에게 [도서]

가난한 회사의 마케터 매뉴얼 리뷰
글 입력 2020.04.0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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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하고 시작할 얘기는 많다. 내가 요즘 느끼는 어른이 된다는 건 주변에 결과물을 내는 사람이 많아지는 일이었다. 저마다 자신의 위치를 찾고 경력을 쌓아 결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집에는 누군가나 누구네 집 누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번에 소개할 책도 그렇다. 나는 모르는 누군가가 마케팅 책을 냈다고 한다. 웬만하면 책장에 꽂아두고 다시 읽지 않았을 텐데, 마케팅 팀이 없는 작은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을 뻔한 적이 있어서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하필이면 제목이 또 ‘가난한 회사의 마케터 매뉴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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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목차만 읽었을 땐 이게 무슨 책인가 싶어 읽지 말까 고민했다. 대충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는데 내용이 가늠이 되지 않았다. 카카오 페이지 공모전 수상작 마크와 맥락이 보이지 않는 목차 사이에서 잠시 고민했다. 모처럼 출근길에 독서를 하겠다고 들고나온 책을 짐으로 만들 수 없어서 읽기로 결정했다. 읽어보니 이 책은 작은 회사에서 타의로 마케팅을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입문서 같았다.

 

 

 

작은 회사, 어쩌다 마케터 입문서


 

저자는 글을 잘 써서 전공이 아닌 마케터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마케팅과 하나도 관련 없는 직무였지만, 이력서에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썼기 때문인지 보도자료 담당이 되었고 나중에는 본격적인 마케팅까지 맡을 뻔 했다.


작은 회사에서 일해 본 사람이라면 알 텐데, 작은 회사는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새로운 사람을 뽑는 대신 있는 사람 중 누구 하나에게 시키려는(떠맡기려는) 경향이 있다. 내가 어쩌다 마케팅을 맡을 뻔 했을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나는 아직 그 직장에 있었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아무것도 모르는데 마케팅을 시작해야만 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다.

 


마케팅도 비슷합니다. 명쾌하게 설명하기 힘들고 사람마다 다른 관점을 가지기도 하는데,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어떤 현상을 설명하기도 하는 것이 마케팅입니다. 그래서 업종마다, 분야마다 생각하는 문제도, 해결책도 천차만별입니다. 만약 당신이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듣고 어떤 이미지를 떠올렸다면 그것 또한 마케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19쪽


 

저자는 미스터 션샤인의 여주인공이 ‘love'가 뭔지 알기 위해 물어보러 다니는 장면을 소개하며 마케팅이 사랑의 경험과 비슷하다고 했다. 이렇게 요약하면 그게 뭐?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텐데, 실제로 읽어보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설명해서 마케팅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뒤이어 마케팅에도 풍수지리스러운 환경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하더니 ’난 누군가 여긴 또 어딘가(자사분석: Company), 옆 동네 아저씨가 위협적이다(경쟁사 분석: Competitor), 열어줘, 너의 지갑(고객분석: Customer)'하며 3C-Company, Competitor, Customer를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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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을 소개하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마케팅의 기본 개념을 마저 알려준다. 목차를 보고 의심했던 부분은 개념 소개 코너였다. 여기서부터 약하게 쥐고 있던 의심의 끈을 완전히 놓기 시작했다.

 

마케터가 아니라 정반대인 대상의 입장에서 읽기에도 로그분석이나 파라미터에 대한 설명은 흥미로웠다. 이부분까지 읽으면 목차의 꼬리표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게된다. 책을 절반도 채 안 읽었는데 몰라서 안보였던게 아는 게 되었고, 그렇게 책에 대해 처음과 다른 감상을 갖게 되었다.

 

 

 

마케터 이전의 작은 회사 구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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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마케터 업무를 소개하는 줄 알았는데, 뜻밖의 회사생활 공감이 이어졌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한 장면을 인용하며 회사가 마케터에게 기대하는 ‘업계 지식’은 시장규모나 타 회사의 전략 같은 것이라며, 관련 자료를 얻기 위해 포털 뉴스 키워드 검색, 카페나 커뮤니티 등을 통한 지식 습득을 권장한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지식습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부분에서 이건 신입의 회사생활 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부터 느껴지지만 정말 현실 밀착형, 작은 회사 마케터 눈높이 교육이었다.

 

책에서 아무나 걸려라 식의 마케팅은 피하라고 하는데, 내 전직장 역시 마찬가지였고, 저자와 똑같이 이런 광고 메시지를 보내지 말란 얘기를 들었다. 하라니까 하는 거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었기에 억울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대놓고 들으니 방법을 바꿔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계정에 소소한 업계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다. 위의 키워드 검색과 비슷하게 업계의 핫한 소식에 내 의견을 조금 더해서 올렸다. 아무런 성과가 없었으나 잡상인처럼 보이진 않겠거니 자기 위안을 하면서 말이다.

 


브랜드 관리가 뭐 별건가요.

욕 덜 먹는 것도 관리입니다.


- 153쪽



그 뒤로는 작은 회사 구성원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업무, 고객 전화 응대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주어진 일만 하기에도 바쁜데 자꾸 중요하지 않은 전화가 걸려와 사람 귀찮게 한다. 책은 그런 전화를 줄일 수 있게 잘 만들어진 매뉴얼이나 FAQ를 제공해야 함을 일러준다. 저게 없어서 내가 그렇게 전화를 많이 받았었구나.. 깨달음의 시간을 가졌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제휴나 영업팀과의 관계, 마케터의 방향설정과 같은 마케터 중심적인 이야기가 이어졌다. 에세이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게 쓰여졌지만, 역시 타겟이 있는 책의 성격을 담고 있었다.


 

 

가난한 회사의 선배 마케터 이야기


 

이 책은 브런치에서 시작된 글답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실무 이야기가 나오면 여느 실용 서적처럼 집중해야 하지만, 대체로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마케팅을 지루하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본격적인 마케팅 이야기를 빼면 가볍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용한 글이라 내가 브런치를 더 적극적으로 했거나 작가를 알았더라면 구독했을 것 같다. 회사에서 딴짓하고 싶어질 때 들어가서 읽을 것 같은 글이다.

 

사실 입문서란 것도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특정 정보가 필요하거나 목적이 있어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누군가에겐 입문서가 아닌 다른 세상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위에서 이 책을 입문서 같다고 한 걸 취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는 것보다 더 쉽게 읽을 수 있어서 마케팅을 모르더라도 어느정도까지는 술술 읽을 수 있다. 작은 회사에 다니고 어쩌다보니 마케팅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면 가난한 회사의 선배 마케터가 쓴 책으로 공감에서 오는 위로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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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회사의 마케터 매뉴얼

저자: 민경주

출간: 쌤앤 파커스

분야: 경제/경영, 마케팅/브랜드

규격: 128*188*19

쪽수: 234

 

발행일: 2020.03.18

정가: 14,000원

ISBN: 9791165340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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