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감정을 사유하기 - 다소 곤란한 감정

어느 내향적인 사회학도의 섬세한 감정 읽기
글 입력 2020.03.3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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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돌봐주는 책이 아니라
감정을 돌볼 수 있도록 돕는 책


 

《다소 곤란한 감정》

 

 

얕건 깊건 감정이라는 것과 마주하는 순간들이 있다. 직면하느냐. 회피하느냐. 아니면 그 순간을 캐치하지 못하느냐. 찰나 혹은 억겁동안의 감정을 우리는 어떤 식으로 이해해야 할까. 감정이 지배한 2020년 지금. 자기 스스로를 위해, 스쳐갈 수많은 타인들을 위해 우리는 감정을 사유할 필요가 있다.


여기, 그 사유의 공간을 내어준 한 권의 책이 있다. 김신식 비평가의 첫 단행본, 《다소 곤란한 감정》이다. 사회 현실 속에서 감정, 민감성, 질병으로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한 출간 프로젝트, '심정 3부작'의 첫 작이다.

 

<다소 곤란한 감정>은 감정에 대해 단편적으로 읊어대는 책이 아니다. 마냥 괜찮다는 말들로 편한 위로를 하는 책 역시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네 일상과 단절된 책도 아니다. 이 책은 감정에 사회학적으로 접근하며 일상 속 감정을 통찰한 기록이다. 조각조각 분석했다는 뜻이 아니다. 학술적으로 다가가면서도 논증이 아닌 사색으로 써냈다.


덕분에 독자들은 낯익은 대화와 일상 속에서 낯선 모순과 위계를 맞닥뜨리게 된다. 더 나아가 스스로 어떤 대처와 치료를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그야말로 ‘감정을 돌볼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다소 곤란한 감정’을 고려해야 하는 독자가 섬세하게 감정을 읽도록 도와주는 책.

 

프롤로그 / 감정마저 불평등한 세상에서
1부 우울과 행복
2부 차별과 혐오
3부 사랑과 사회학
4부 감정과 공감
5부 지식사회의 풍경들
에필로그 / 절반을 위한 몸짓

 

가족, 친구, 애인, 동료와 상사, 기업과 여론, 개인과 단체. 사회 관계 곳곳에서 감정이 발췌되었다. 발췌된 감정들에 대한 단상들은 다행이다, 용기있다, 내 취향이다, 여전하다, 찌들다 등 55개의 낯익은 단어들의 이름을 달았다. 이 단상들은 우울, 혐오, 사랑, 공감, 지식사회 등의 키워드에 따라 다시 5부로 묶였다.


1부에서 '우울'이라는 감정의 긍정적 효용을 찾아 이미지를 뒤집어내는가 하면, 2부에서는 감정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폭력, 혐오에 대해 다룬다. 3부에서는 사랑을 사유하게 만들며, 4부에서는 때론 비열하고 때론 갑갑한 감정 문화를, 5부에선 학계 등과 관련된 지식사회 속 작동하는 감정을 살폈다.

 

*

 

새삼 공평함이란 무엇일까 되묻고 싶다. 인간만사 나와 너 사이에 50대 50의 공평함이란 존재하는가. 아닐 것이다. 공평함이란 일상 속 어느 상황에서 유리한 영역을 점한 존재가 그렇지 못한 존재에게 내리는 선고에 가깝다. 사람들은 그러한 선고에 반문할수록 피곤해지고 더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냥 합당하다고 여긴 채 다음 상황으로 넘어가버린다._10쪽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바로 “위계”다. 프롤로그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우리는 감정마저 불평등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미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감정에는 위계가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저자는 그 위계를 끄집어내어 상황과 대화마다 숨어있고 깃들어있던 그 불평등을 짚어냈다. 우월하단 생각 아래 내려지던 추잡한 평가와 비겁하고 지루한 충고들, 강요들을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독서 기회였다. 사회의 평가를 비판해낼 힘을 얻었다.

 

저자의 단상들 아래에서 여러 감정이 해설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저자가 정답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감정을 지켜보던 시선을 고백하는 동시에 여백을 남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아주 신중하다. 정답이 아니라 과정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독자는 그 과정 안에서 감정을 들여다보고, 그 위상을 돌아보게 되며, 이윽고 자기 자신만의 생각을 찾게 된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독자는 구경꾼에서 머물지 않고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몸짓들을 피어낸다.

 

한 챕터만 자세히 들여다보자. ‘명랑하다’는 말에 대한 단상이다. 사람들은 아픈 사람에 대한 밝음과 어두움을 쉽게 판별한다. 그리고 그 판별 속에는 ‘밝음’을 바라는 강요가 숨겨져 있다. 회복과 명랑을 바라는 사람들의 말은 결국 아픈 사람들을 감정노동에 시달리게 만든다. 저자는 이 ‘긍정적 감정 요구 상태’를 뒤집어보고, 그 강요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말한다. 그리고 독자는 이 챕터에서 아픈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일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

 

당신은 한동안 정체 모를 상태에 허덕이고 싶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당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당신의 일상은 그림 한 점이 된다. 사람들은 당신의 일상을 관람하다 아쉬운 구석을 찾아낸다. “너무 어두워” “너무 밝지 않아?” 이제 당신의 삶과 감정은 병색病色과 함께 명도라는 은유에 복속되고 만다._47쪽

 

대화와 상황에 따라 독자는 단상 속 ‘당신’이 되기도 하고 문제적 발언을 내던지는 상대가 되기도 한다. 재현되는 과거의 경험들을 꺼내어, 우리는 우리가 받은, 혹은 내던진 감정을 성찰한다. 그리고 그간의 감정을 뒤엎고 알맞은 것들을 찾아 새로 세워나간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우리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김소연 시인은 다음과 같이 이 책의 추천사를 맺는다. '나는 이 책의 도움을 받아, 타인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일의 피로감과 상처를 지혜로 치환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감정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 진정으로 필요한 건 감정을 다루는 지혜다. 이 책은 독자에게 직접적인 위로를 건네기 보다는, 본인 스스로를 위로하며 고난을 헤쳐 나갈 지혜와 용기를 준다. 다소 곤란한 감정, 그 감정들을 풀어내는 도전이 필요한 예비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작가 소개 / 김신식

 

198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양장점 주인이었던 외할머니, 그래픽디자이너인 외삼촌과 함께 유년기를 보냈다. 두 사람 밑에서 대중문화를 부지런히 접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선 신문방송학, 시각문화연구를 전공했다. 1990년대 한국에서 비디오로 영화를 보던 이들의 열정에 대한 논문을 쓰다가 감정사회학을 접했다. 이후 인간의 마음과 감정을 사회학적으로 접근하는 비평 및 강의에 매진하고 있다.


예술 작업자들의 속마음을 챙기는 ‘풀죽은 작업자를 위한 인문학 강의’, 사람들이 맞닥뜨리는 감정의 양상을 영상으로 풀어보는 ‘영상시대의 이해’로 수강생들과 함께해왔다. 인문사회비평지 《말과 활》, 문예지 《문학과 사회》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사진잡지 《보스토크》의 단행본 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다. ‘심정 3부작’이라는 출간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현실 속에서 감정, 민감성, 질병으로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한 기록을 나눌 예정이다. 《다소 곤란한 감정》은 그 첫걸음이다.

 

 


 

 

다소 곤란한 감정_표1.jpg

 

 

다소 곤란한 감정
어느 내향적인 사회학도의 섬세한 감정 읽기

 

저자
김신식

 

분야
인문, 사회

 

펴낸곳
프시케의 숲

 

발행일
2020년 3월 1일

 

규격
128*188

 

쪽수
336쪽

 

정가
15,000원

 

ISBN
979-11-89336-22-6  03330

 


[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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