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북한은 꽉 막힌 나라다? 북녘 입문서, "우리는 통일 세대" [도서]

도서, <우리는 통일 세대>
글 입력 2020.03.3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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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문장을 읽으면 자연스레 음이 따라온다.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가사로 이어지는 <우리의 소원>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전인 1947년 서울에서 발표됐다.[1] 북녘에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노래다. 조금 느릿한 음을 따라 읊으면, 부드러운 음율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켠이 먹먹하다. 노래가 발표되던 1947년 3월 1일은 미소군정기, 즉 미군과 소련군이 남과 북을 다스리던 시기였고, 이에 따라 좌우익 세력 사이 충돌이 극심하던 때였다.[2]

 

급해진 미국은 1945년 8월 11일, 한반도에 적절한 군사분계선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 이는 미국 대통령의 '일반 명령 제1호'로 맥아더 사령관에게 전달되었다. (...) 미국은 8월 6일과 8월 9일에 2개의 원자탄을 터뜨려 핵폭탄의 힘을 과시하고 있었다. 1945년 8월 23일, 개성까지 내려갔던 소련군은 9월 초 38도선 이북으로 철수하고 만다. 미군이 남쪽에 진주한 것은 9월 8일이었다. - P133

 

내가 그 노래를 흥얼거리던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 노래 이면의 뿌리 깊은 오해와 상처들은 우리를 괴롭힌다. ‘빨치산’ ‘빨갱이’ 등의 단어는 누군가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분노의 대상, 또 다른 이에게는 매일을 눈물짓게 한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만들어진 이미지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진 현실 속에서 이미지가 만들어진 그 모든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 맥락은 현재까지 이어진다. 세대를 거치며 때로는 덧씌워지고, 지워지면서 끈적하게 따라붙는다.

 

책 <우리는 통일 세대>는 북한의 교육, 종교, 의료, 경제생활, 역사, 문화예술의 전반을 아우르는 북한 입문서다. ‘북한은 쌀값이 너무 비싸 일반 주민들이 사 먹을 수 없다?’ ‘북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다?’ ‘북은 폐쇄적이어서 대외 무역이나 자본 도입에 소극적이다?’ ‘북은 지하자원을 팔아서 경제 발전을 도모한다?’ 평소 맴돌던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하나하나 해나간다.

   


1장. 북녘 청소년의 성장기

2장. 북녘 인민들 삶의 이모저모

3장. 북 현대사를 알아야 지금의 북이 보인다

4장. 현대사와 함께 성장한 북녘의 문화예술

 

부록. 평양을 보면 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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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남과 북의 교육 환경에도 차이가 있다. 책에서 소개되는 영화 <한 녀학생의 일기> 줄거리가 흥미롭다. 수련과 아버지의 갈등은 내가 부모님과 겪는 갈등과 비슷하다. 다른 체제 속에서도 공감과 동질감이 생긴다.

 

우리나라 의무교육이 9년인 반면, 북녘의 의무교육은 12년이다. 무상교육일 뿐만 아니라 교복, 학용품, 대학생 생활비도 학교에서 지급된다. 획일화되고 딱딱한 수업의 모습을 상상했던 것과 달리 예능교육이 정규 교육에 포함되어 있으며 방과 후에는 자유롭게 노래, 악기, 무용, 수예, 서예, 태권도, 화학 실험, 수영, 컴퓨터 등을 선택하여 배우기도 한다.

 

이 영화가 화두로 제기하는 가장 큰 주제는 ‘자기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과 인민을 위해 헌신하는 삶. 이 두가지 중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 P017

 

사회주의 사회에서 '배움'이란 취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발전, 노동자 자신의 발전, 또 국가를 위한 것이다. - P025

 

한쪽은 전체주의 획일화된 교육이고, 다른 한 쪽은 개인을 위한 교육이라는 점이 아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하는 민주시민이 목표라면 북녘은 집단주의적 원칙을 구현한 집단주의적 인재, 사회주의 혁명가로 키우는 것이다. - P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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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북한, 중국, 러시아 접경 지역에 다녀왔다. 철조망이 가득하고 무거운 얼굴의 군인들 대신 눈앞에 보이는 북녘 건물 간판의 글씨들, 푸른 나무들과 그 위를 날아다니는 새의 모습에 꽤 충격을 받았다. 정말로 몇 발자국만 걸으면 그 땅을 디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가까이에 있음에도 비행기를 타고 중국과 러시아에 도착해서야 저 너머의 땅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얼마 전에 읽었던 뉴스 기사는 북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통일부가 북한 개별관광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는데, 중국과 유럽 등 해외여행사에서 판매하는 북한 관광 패키지 상품을 국내에서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었다.[3] 이 경우 유엔이나 미국 대북제재에 관련한 문제가 발생한다. 대북제재 결의안은 북한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국가들의 자금과 기타 금융자산, 경제적 자원 동결 등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관광 상품의 경우 이 대북제재와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4]

 

사람들은 북이 폐쇄적이어서 대외 무역이나 자본 도입에 소극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의 무역과 자본 도입을 가로막은 것은 바로 미국의 대북 제재 정책이었다. - P186

 

미국은 서방의 대북 투자를 허용하지 않았다. 1990년대에 들어와 러시아와 중국조차 미국의 대북체재에 동참하는 조건에서 북의 선택은 두 가지 중 하나일 수 밖에 없었다.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굴복하느냐 아니면 사회주의를 고수하며 자립 자강의 길을 갈 것이냐였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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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단순히 북이 폐쇄적이고, 강압적이고,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여러 사회적, 정치적 맥락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이 맥락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우리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없다. <우리는 통일 세대>에서는 북녘과 관련된 오해와 진실을 찬찬히 따라간다. 북한을 제대로 아는 것은 왜 중요할까? 무엇보다도 지금의 2030 세대들에게 이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번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바뀌는 대북 정책은 혼란스럽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금방이라도 통일될 것 같았던 분위기는 다시금 잠잠해졌다. 평창올림픽 직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여론조사에 따르면 88.2%가 통일을 하지 않거나 미루더라도 평화를 유지하는 게 더 좋다고 답했다.[5]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한다는 민족론, 과거 모두를 눈물짓게 했던 이산가족 상봉 방송이 20대에게는 조금 멀리 느껴진다. 70여 년 전의 이야기를 20대, 50대, 80대가 모두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북을 남한의 체제로 흡수하여 통일하자는 이야기에 의구심도 많이 생긴다. 북한은 체제 흡수를 부담스러워한다. 주변 친구들은 통일 이후 벌어질 각종 상황들에 대한 거부감과 불안감을 호소한다.

 

각각의 국가로 인정하고, 각자의 체제를 가지는 동맹 국가로 지내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여러 통일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통일 세대>의 김이경 저자는 통일을 준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북을 바로 아는 것’이라고 했다. 편파 보도와 이미지에 가려진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들여다보려 노력할 때, 서로에 대한 진실된 이해가 있을 때, 북녘에 대한 정책과 사회적 인식, 그리고 다양한 통일의 모습도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김이경, <우리는 통일 세대>, 초록비책공방, 2020.

[1][2]위키백과 “우리의 소원”

[3]배준우, MBN, “정부, 북한 개별관광 3가지 방안 제시…제재 대상 아냐", 2020.01.20.

[4]시사상식사전 “대북 제재결의 1718호”

[5]이대희, 프레시안, “2030 세대가 통일을 싫어한다고 누가 그러나?”, 2018.01.31.

 




[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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