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글 입력 2020.03.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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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지만, 내가 기록하는 모든 것은 다분히 사적이면서 공적인 동기 부여가 있을 때에만 남겨진다. 프리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곧 그림책 책방을 여는 내게 지난주에 관람한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는 필요 이상의 전시였고, “관람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을까?”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귀가를 했다.


이번 전시에 동행한 이는 바로 매니저다. 어찌 보면 데어이즈북스의 회동일 수도 있고, 그림책을 좋아하는 직원을 위한 업무시간 중의 조금의 배려였을지도 모르지만, 지난 금요일 오후에 방문한 예술의전당은 코로나 사태 때문인지 어느 때보다 고요한 공간이었다. 그 고요함을 자극하는 건 다름 아닌 한 면을 가득 채운 일러스트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는 2017년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최고의 출판사로 선정되었던 보림출판사에서 기획한 “책을 보는 벽”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40여년간 꾸준히 세계적인 그림책들을 번역하고 출간한 역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시이기도 했지만, 그림책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초석이 되어준 기획전시기도 했다.

 


A picturebook is the first art gallery a child visits. By Kveta Pacovska

그림책은 어린이가 만나는 첫 번째 미술관이다. By  크베타 파초프스카



체코를 대표하는 유명 그림책 작가의 문장에서 시작하는 이번 전시는 2019년을 주름잡았던 그림책 일러스트의 A부터 Z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볼로냐를 방문하지 않아도 관람객들이 쉽고 편하게 그림책을 접할 수 있기에 어른부터 어린이, 남녀노소 부담 없이 그림책을 몰라도 좋지만, 알고 보면 더 알차다.

 

일반 수상 작품들을 관람하기 전 볼로냐가 어떤 도시인지, 볼로냐아동도서전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시점에서 심사위원들이 평가를 했는지, 이 모든 걸 아우를 수 있는 전시로 일러스트가 가진 무한성을 직시할 수 있는 전시다. 특히 이번 전시 도쿄를 거쳐 한국 서울에서 4월 23일까지 전시 후 중국 3대 도시에서 여정이 계속된다는데, 코로나 19 사태 때문일까? 볼로냐도 그렇고, 서울 이후 전시 일정이 걱정이 앞섰다.


이 걱정을 뒤로 한 채 전시를 관람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포인트는 바로 수상자들의 정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던 캡션이었다. 지금까지 관람한 대다수의 전시들은 간단한 작품명과 조금은 추가된 제작 정보라 할까? 이번 전시에서는 가제 손수건과 같은 정사각형 모양의 천에 각 작품의 정보가 프린트 되어서 소개가 되었는데, 일러스트 전시이기 때문일까? 그 관련성과 제작 센스가 기억이 남는다.

 

또 하나 더, 관람객과 작가의 소통이 중요시되는 요즘 시대에 SNS는 필수 아닌 필수. 이번 전시 캡션에서는 작가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소개되어 궁금하다면 바로 검색할 수 있는 연결성을 돋보이게 하였다. 지난 출판저널 서평 표지에서 만났던 차영경 작가의 백설공주 작품을 다시 만나 반가웠고, 수상 작가 중 또 다른 한국 출신 김슬기 작가를 새로 알게 되었다. 좀 더 궁금한 작가들은 바로바로 찾아보며 궁금증을 스스로 풀어가며 전시를 관람하는 재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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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일러스트와 이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그 매력을 단답으로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전시 관람 후 구입한 도록에서 그 답을 조금은 찾을 수 있었다.

 

*


Q) 오늘날 일러스트가 그려진 책들은 어린이들의 시간과 관심을 두고 많은 디지털 포맷의 엔터테이먼트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예전보다 그림책처럼 전통적인 수단을 통해 어린이들의 관심을 사로잡기가 더 어려운가요?

 

A) 사실 지금은 더 힘들 수도 있겠지만, 이런 어려움을 디지털 매체 탓으로 돌리는 것은 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매체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어떻게 영감을 줄지, 혹은 어떻게 시간을 채울지를 결정하는 부모나 보호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첫번째 이자 가장 결정적인 경쟁은 아이들의 시간이 아니라 부모의 시간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중략) 당신이 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당신은 단지 동료 관객이 아니라 매개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이를 이해하고 책을 읽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이들에게 보여주는데 시간을 쏟는다면,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50년 전보다 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열려있고 배우고 발견하기를 열망합니다. (중략) -도록 65~66페이지

 

Q) 아동을 위한 그림책은 죽음, 질병, 사망 또는 전쟁 등 어려운 주제들에 접근하려고 노력해야 하나요?

 

A) 왜 우리는 어린이들과 대화할 때 특정한 주제를 배제해야 하나요? 무엇 때문인가요? 성인들의 이러한 노력은 아동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실제로는 피해를 입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내재화하지 않은 것은 우리 어른들의 편견입니다. 그들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넓은 범위의 가능성을 제시하도록 합시다. -도록 68페이지

 

Q) 개인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 전시에 선정될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여러 자질이 있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이미지가 ‘열려 있는지’ 여부입니다. 독자가 그림에 몰입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는지, 이미지가 보는 이를 자극하여 자신의 상상력을 사용하게 하는지 등입니다. (중략) 가장 중요한 것은 유머를 담고 있냐는 것입니다. 기술도 소중한 자질이지만, 표현과 상상력이 기술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록 102페이지


*

 

도록에서 말했듯이, 이들의 매력은 마치 도화지와 같다고 비유하면 좋을 것 같다. 도화지에 그리는 모든 것들이 동일하지 않고, 다름의 차이가 미학인 셈이다. 무엇보다 그 내용이 선과 악, 사회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모두를 표현한다는 점이 바로 나는 일러스트와 일러스트레이터가 가진 매력이라 말하고 싶다.


또한, 디지털 포맷의 홍수 속에서 그림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명시한 점도 깊게 공감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여서인지, 책방지기여서인지, 그 두가지의 역할 사이에서 내가 확립해야 할 동기가 분명해진 셈이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는 다채로운 일러스트들과 이를 작업한 이들의 꿈을 만날 수 있는 향연과도 같았다. 눈으로 풍성한 컨텐츠들을 충분히 만끽했던 전시였고, 나아가 지난 볼로냐 여행을 추억하는 The Art of Travel, The Art of Bologna, 내 안에 깊은 안목의 아트를 더하다, ART INSIGHT까지 눈에서 시작해 영혼까지 채워주는 전시였다. 코로나 19 사태로 미지수이지만, 올해는 어떤 작품이 수상을 할까?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20>을 기대해 보며 관람을 마무리 지었다.

 

 

[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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