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집안에 갇힌 우리를 위한 '온라인 전시' [시각예술]

미술관을 방 안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한가
글 입력 2020.03.1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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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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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게 밖을 나섰던 때가 언제였는지 모를 정도로, 최근 우리의 일상은 집 안에서 정지되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그마저도 마스크로 무장한 채 인파가 몰리는 곳은 피해 가며 서둘러 끝마쳐야 하는 요즈음, 여유로운 문화생활은 당연히 사치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따뜻한 봄 날씨와 함께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로 가득해야 할 문화시설들 역시 텅 비어버린 채로 잠정 휴관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우리는 방 한구석에서도 충분히 입맛에 맞는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우리의 친구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갖가지 영화, 드라마,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영상을 이불 속에서도 즐기게끔 도와 왔으니 말이다. 특히나 경기도문화의전당, 서울시립교향악단, 세종문화회관 등은 진행 중이던 공연들은 중단하였으나, 온라인으로 무관중 공연을 생중계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처럼 문화예술계는 각종 즐길 거리를 집안에서도 누릴 수 있게끔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유독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미술관이나 박물관 전시다. 특히나 미술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실견이 중시되는 장르로,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미술작품을 생생히 즐기는 것이야말로 우리들이 미술관을 찾아가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VR 기술 등을 이용한 전시 혹은 온라인 아카이브 구축은 수 년 전부터 뮤지엄 경영에서 꾸준히 개발되는 영역이었다. 미술관에 쉽게 방문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도 전시 관람의 기회를 고르게 제공해 관람객의 폭을 넓히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미술관 방문이 제한되면서 온라인 전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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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온라인 전시를 통해 겪는 경험이 실제로 전시 공간을 방문해 느낄 수 있는 감흥과 상응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VR 기기가 상용화되지 않은 오늘날, 네모난 컴퓨터 스크린 너머로 전시를 실제와 똑같이 즐긴다는 것은 당연히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체적 불편함이나 거리상, 시간상의 문제로부터 전혀 구애 받지 않고 어떤 작품이던지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반 전시와 비교할 수 없는 이점을 갖는다. 이처럼 장단점이 명확한 온라인 전시, 이 참에 실제로 경험해 보기로 했다.

 

먼저 온라인 전시의 유형은 크게 VR 기술을 이용한 가상 전시와 전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물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많은 기술과 시간, 자본이 필요해 아직 많은 기관에서 시도되지는 않고 있으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2017년부터 여러 특별전을 VR체험관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많은 미술관들이 온라인 전시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중적인 방식으로, VR 전시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이다.

 

 

 

1. VR 전시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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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展의 VR체험관을 먼저 이용해 보기로 했다. 관람에 앞서, 내가 VR전시에 대해 평가하고자 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전시의 현장성이 어느 정도까지 느껴지는가? 2. 화면을 확대하면 화질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가? (작품의 세부를 어느 정도까지 관찰할 수 있는가?) 3.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조작이 간편한가?


이제 본격적으로 관람을 시작해 보도록 하겠다. VR체험관은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는 요구되지 않았다.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체험할 수 있으나 별도의 VR기기를 호환시키는 것 역시 가능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은 노트북뿐이었기 때문에, 아쉽지만 노트북 화면으로 체험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경우 포커스 이동은 기본적으로 마우스를 드래그하거나 키보드의 방향키를 이용해 이루어진다. 자동으로 움직여 별도의 조작 없이 전시를 편히 감상할 수 있는 play 모드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으며, 사전에 지정되어 있는 하이라이트 파트만 선택해 관람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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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된 작품 부근의 파란 단추를 클릭하면 해당 작품의 간단한 설명과 함께 고화질 이미지가 제공된다. 영상 자료의 경우 유튜브로 연결되어 시청할 수 있다. 그리고 바닥의 흰 원을 선택해 클릭하면 해당 위치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다. 벽면의 월텍스트는 별도의 텍스트로 제공되어 읽는 데에 어려움이 없으며, 마우스 스크롤을 통해 화면을 확대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만약 작품의 크기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면 원하는 구역의 길이를 측정할 수 있는 measure 모드를 사용하면 된다.

 

 

 

1. 전시의 현장성이

어느 정도까지 느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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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컴퓨터 화면 너머로 관람해야 하는 탓에 실제 스케일이 잘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벽면의 면적 정도는 실제 크기를 모르더라도 쉽게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전시된 작품의 크기 또한 머릿속에 대략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다. measure 모드 또한 꽤나 유용하게 사용되었는데, 나의 키와 비교하며 측정해 보니 규모를 파악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실제 현장에서는 작품의 정확한 크기를 측정할 수 없기에, 이 부분 만큼은 VR 전시만의 이점이라고 느껴졌다.

 

 

 

2. 화면을 확대하면

화질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가?

(작품의 세부를 어느 정도까지 관찰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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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는 약간의 부족함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전시를 관람할 때에 작품 자체를 유심히 관찰해 눈으로 질감을 느껴보는 것을 가장 중시하는데, 마우스 스크롤을 통해 화면을 최대치로 확대하니 어쩔 수 없는 화질 저하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유심히 관찰하기에 부족했을 뿐,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하지만 작품 옆 파란 단추를 눌렀을 때 나타나는 고화질 이미지에서 확대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은 의아했다. 당장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 아카이브에서는 3D보기나 다양한 세부 이미지컷을 통해 풍부하게 작품 사진을 제공하고 있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3.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조작이 간편한가?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라고도 볼 수 있을 듯하다. 별도로 숙지해야 하는 매뉴얼 없이 컴퓨터 마우스나 키보드의 방향키로만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방식에 있어서의 어려움은 전혀 없었지만,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시를 실제로 감상하는 것처럼 느끼기 위해서는 방향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데, 앞을 향해 이동하는 경우 움직임의 폭이 너무 커 섬세한 이동이 어려웠다.

 

반면 마우스 클릭이나 드래그의 경우 방향키 이용 시에는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조작을 실수할 때마다 방향을 혼동해 길을 잃는 경우가 잦았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 플레이 모드를 이용하는 동시에, 중간중간 작품의 세부 이미지나 설명을 확인한 뒤 다시 재생하는 방식이 가장 쉬운 듯 했다. 그리고 이렇게 길을 잃는 경우는 전시실에서 전시실로 이동할 때에 자주 발생했다. 그래서 다른 전시실로 이동하는 루트마저도 실제 공간과 동일하게 하기보다는, VR 영상을 전시실 별로 구분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2. 영상 전시투어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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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된 미래> 큐레이터 라이브 전시투어

 

 

다음으로 살펴본 온라인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채널에서 감상할 수 있는 ‘큐레이터 라이브 전시투어’이다. ‘광장’전을 비롯해 10여 회의 전시 투어 영상이 업로드되어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팝업창에서 잠정 휴관을 알리며 해당 링크를 연결해 온라인 전시를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영상으로 촬영된 전시 투어의 경우, 관람객이 VR 전시처럼 주체적으로 공간을 탐색할 수 없으며 학예사의 설명에 집중해야 하므로 다음과 같은 기준에 초점을 맞춰 전시를 관람하기로 했다. 1. 작품을 얼마나 상세하게 보여주는가? 2. 설명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이 두 가지 질문은 서로 연결 지어 답할 수 있을 듯하다. ‘큐레이터 라이브 전시투어’ 영상들은 주로 작품 감상이나 개별적인 작품 설명보다는 전반적인 전시 설명에 집중해 편집되었기 때문이다. 너무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간결하면서도 집중적으로 전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좋은 선택이었으나, 그랬기 때문에 VR 전시와는 달리 모든 작품들이 영상에 등장하지 못했다. 그리고 학예사가 설명하는 몇몇 작품 또한 스쳐 지나가는 영상 속에서는 자세히 관찰할 수 없었다.


그래서 ‘큐레이터 라이브 전시투어’는 집에서도 누릴 수 있는 전시보다는, 해당 전시를 실제로 관람하기 전에 미리 예습하는 용도에 더욱 적합할 만한 영상이었다. 물론 해당 영상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미술관 잠정 휴관 이전부터 꾸준히 업로드되어 왔기 때문에 그 목적이 ‘집에서도 생생히 즐길 수 있는 전시’가 아닌 ‘전반적인 전시 내용 설명’에 있을 수도 있지만, 미술관에 방문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전시 설명을 영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편리했기 때문에, 국립중앙박물관과 같은 VR 전시에 오디오 가이드나 도슨트, 학예사의 설명을 추가적으로 제공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


과연 온라인 전시의 목적은 무엇인가? ‘현장에서 접할 수 있는, 혹은 그 이상의 정보’와 ‘생생한 작품 이미지’야말로 온라인 전시에서 가장 중요할 것이다. 특히 미술관의 경우에는 작품의 시각적인 요소들이 충분히 구현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VR전시로 만날 수 있는 온라인 미술전시가 국내에 거의 없다는 사실은 안타까움을 남긴다. 특히나 오늘날의 전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형인 영상 작품을 온라인 전시로 충분히 누릴 수 없다는 점은 유독 아쉬웠다. 평소 미술관에 방문할 때마다 긴 영상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온라인 전시에서 크게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해당 전시가 소장품전이 아닌 이상, 작가들의 저작권 문제가 발목을 잡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는 온라인 전시가 아직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의 차원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VR시장의 성장세가 무서운 만큼 집에서도 VR기기를 사용할 날이 머지않은 이 시점에서, 온라인 전시에 대한 시각은 점차 달라질 것이다. 온라인 전시도 실제 전시와 같은 위상을 갖는 때가 올 것이고, 그때에는 온라인 전시에도 실제 전시와 같이 입장료 제도가 도입될 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온라인 전시가 실제 전시에 비해 부족한 것은 당연하지만 이와 동시에 점차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온라인 전시는 최근 코로나19로 가장 크게 주목 받고 있지만, 더 나은 온라인 전시에 대한 고민은 지금 당장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고민들이 거리상의 문제로 원하는 미술관에 방문하지 못했던 이들, 신체적인 불편함 때문에 미술관을 편히 거닐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나은 방안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나아가 어떻게 해야 누구나 온라인 전시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불편함 없이 전시를 관람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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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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