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집에서 살아남기 - 집순이도 집을 탈출하고 싶다! [사람]

태어나 처음으로 집을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글 입력 2020.03.0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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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 :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여자를 의미하는 말. (출처- naver)



나는 집순이다. 어릴 때부터 항상 집에 있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편하고 좋았고, 주말이나 쉬는 날에는 하루를 침대에서 시작해 침대에서 끝내는 집순이로 20년을 넘게 살아왔다. 대학교에 입학하고도 수업이 끝나면 쏜살같이 집으로 가는 나를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그렇게 누구도 내가 집순이라는 것을 의심할 틈도 없이 나 또한 그렇게 믿고 살아왔는데... 처음으로 집을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게 되면서 나는 열심히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내가 코로나19의 확진자와 접촉을 하거나, 이동경로가 겹친 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대한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사람들과의 접촉도 피하고 있다보니 정말 불가피하게 나가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집에 있는다. 그러다 보니 점점 밖에 나가고 싶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고, 놀고 싶어졌다.
 
요즘은 배달을 시킬 때도 비대면으로 주문해야 하고, 답답해도 항상 마스크를 껴야 하며 사람이 많은 백화점, 마트, 놀이공원, 도서관 등은 절대 갈 수가 없다. 그렇게 지겨웠던 학교도 개강이 미뤄지고, 한동안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어야 하니 학교에 너무 가고 싶다. 그래도 한편으론 이렇게 인터넷이 발달해서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는 게 정말 신기하고, 옛날이었으면 아무것도 못했을 텐데 정말 좋은 시대에 태어났다는 생각도 했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정말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만 있은지 약 2주 정도 되었다. 심심함의 극치를 달린 나는 이러다가는 바이러스에 전염되기 전에 심심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이제는 외로움을 넘어서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기대되지 않는 삶을 살던 나는 살기 위해서 집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며 살아가고 있다.
 
 
 

1. Netflix 구독


 

먼저, 나는 넷플릭스를 구독했다. 넷플릭스는 이상하게도 구독을 하면 잘 안 보게 된다. 항상 내가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는 넷플릭스에 없었고, 의식적으로 넷플릭스를 들어가지 않는 이상 왠지 모르게 잘 사용하지 않아서 항상 돈이 아까웠다. 그래서 한동안 구독을 취소했었는데, 이번 사태로 다시 넷플릭스를 구독했다. 원래 시리즈물을 잘 보지 않았는데, 집에만 있으니 단편보단 시리즈물이 좋은 것 같다. 하루 종일 넷플릭스만 보다가 하루가 끝난 날도 있다.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블랙미러'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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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물이긴 하지만, 개별적인 작품이 한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생각지도 못한 소재로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작품을 보고 나면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드는데, 나는 그 느낌이 좋다. 요즘 넷플릭스 덕분에 지루함을 덜고 있다.

 

 

2. 오늘은 내가 요리사!


 

요리를 시작했다. 원래 나는 요리의 '요'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어차피 내가 요리를 하면 맛이 없어서 그냥 그럴 바에 사 먹자는 생각으로 주로 배달을 시키거나 사 먹었었는데, 요즘 배달도 잘 안되고 배달로 감염되는 사례가 이따 보니 어쩔 수 없이 요리를 시작했다. 마트에 가서 일주일 치 요리 할 재료들을 사온 뒤, 집에서 요리를 한다.
 
처음에는 정말 귀찮고 그랬는데, 하다 보니 요리에 재미가 붙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한 요리가 꽤 맛이 있다. 요즘 항상 집에 있어 무기력한 일상을 살고 있던 나에게 요리는 활력을 되찾아 주었다. 일단, 내가 무엇을 만들지 생각해보고, 스스로 재료를 사 와서 집에서 즐겁게 만들어질 요리를 상상하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정말 재밌고 뿌듯했다.

게다가 오로지 내 입으로 들어가는 요리이기 때문에, 나를 위한 요리를 만들 수 있었고, 내 입맛에 맞춰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스스로 요리해서 먹는 음식은, 물론 사 먹는 것보다 맛은 덜하지만 뿌듯하고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다음은 어떤 요리를 할지 유튜브나 인터넷에 검색해서 찾아보고, 연구하고 그러면서 활력을 찾았다. 그리고 직접 요리하기 때문에 더 건강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3. 운동하기


 

이렇게 집에서 요리하고, 넷플릭스를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동시에 나는 점점 살이 찌고 있었다. 처음엔 잘 의식하지 못하다가 얼마 전 웃다가 거울을 봤는데, 세 배로 불어난 내 턱살에 놀라서 거울을 부실 뻔했다. 하긴 살이 안 찌는 게 이상했다. 맨날 먹고 눕고 티브이 보고 밖에 못 나간다는 핑계로 운동을 할 생각을 못 했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홈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요즘은 시대가 좋아져서 유튜브를 보고 집에서도 운동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나는 요즘 유튜버 "땅끄부부"의 운동 영상을 많이 본다. 다이어터라면 아는 유명한 유튜버인데, 정말 힘들지만 효과가 좋아서 살이 조금씩 빠지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잘 먹고 운동까지 하니 확실히 건강해지는 느낌이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주로 집에서 할 수 있는 효과 좋은 운동을 알려주고, 함께 운동을 하는 느낌이 있어서 지치거나 쉬고 싶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줘서 혼자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유튜버이다. 나는 주로 <칼소폭 - 칼로리 소모 폭탄 운동> 시리즈를 한다. 할 때는 정말 죽을 것 같은데 하고 나면 효과도 좋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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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고 나니, 사실 별거 없다. 그냥 잘 먹고, 잘 놀고, 잘 움직이는 것. 이게 전부다. 하지만, 이렇게 집에 있으면서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혼자서도 충분히 재밌게 지낼 수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더 좋을 것들인데 그동안은 그 소중함을 잘 못 느꼈던 것 같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지겨웠는데, 이렇게 사람과 만나는 게 어려워지니까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 같다. 확실히 3월 한 달은 사람과의 접촉을 조심해야겠지만, 얼른 이 상황이 나아져서 전처럼 웃으면서 사람들과 함께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정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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