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흐를 느끼다. – 빛의 벙커 : 반 고흐 [전시]

글 입력 2020.02.2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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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표현하는 그림의 모든 색은 따뜻함을 담고 있다. 파랑, 빨강, 누런 노랑, 주황, 누르스름한 주황 옅은 갈색, 갈색, 황토, 초록, 노랑, 하늘, 파랑, 검정, 남색 형용할 수 없는 모든 색들에 왜인지 모르게 따뜻함이 묻어난다.

그의 초상화에서는 공허함과 삶, 그림에 대한 열정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 열정으로 채울 수 없었던 공허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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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했던 채색과 다양한 색의 활용과 달리 날이 갈수록 그의 작품은 무언가 옅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고흐가 표현하는 노랑이 너무나 좋다. 초록 눈의 사나이, 그 초록색의 눈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눈에는 공허와 씁쓸함, 애정, 갈증 모든 게 드러난다.
 

 
고흐와 고갱

 

고흐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색깔 표현이 고흐보다는 덜 다양하지만 비교적 질서정연하고 통일된 느낌이 든다. 고흐는 어떤 사물을 표현하는데도 다양한 천차만별의 색깔을 사용한다.


보통 화가들은 사과면 빨강 혹은 초록인데 그는 파랑, 노랑, 빨강, 하늘색 등 모든 색깔로 이를 표현해낸다. 고갱은 그 중간에 있는 것 같다. 사물을 표현한 그 색들이 어느 정도 체계에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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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자연을 지도 삼아, 모델 삼아 그린다. 하지만 고갱은 그 자연 속의 여인들을 역동적으로 그린다. 원시인 같아 보이기도 한다. 자연 속에서 역동적으로 살아있는 생생한 모습을 담은 그의 그림을 보고 왜 고흐가 그를 예술에서의 동반자로 생각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고흐의 작품에서 느껴졌던 인간의 활동적이고 생생한 날것의 모습들이 고갱의 작품에서는 너무나 확연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날것의 여인들로 배경음악이 그에 맞게 강렬하게 빠른 리듬으로 이어진다.


그들은 그림 표현에 있어서 완전히 다르면서도 공통점이 느껴진다. 고갱은 여인들을 정말 많이 그렸다. 분명한 붓 터치, 확실한 색 처리, 어느 작품에서도 사람은 빠지지 않는다. 그들이 각자 표현한 인간이 동시대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고흐는 삶에 피곤하지만 살아갈 힘이 있는 농민들을 담았고 고갱은 정말 태초의 역동이 살아 숨쉬는 생기가 돋아 있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계속해서 행복하게 살 것 같다. 그 모습들이 고흐가 원했던 진정한 인간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고갱에게 목숨을 걸면서 그와 함께 작업하는 것을 사수하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가 그린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역동을 느낀다.

 

 


고흐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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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사람들은 더 현실적으로 우리 옆에 존재하고 있다. 고흐가 그리고 싶어 했던 이상향이 고갱의 손에서 그려지고 있었다면, 그가 예술 공동작업을 말하며 같이 하고 싶어 했던 그 마음이 이해된다. 그리고 결코 가까이 될 수 없는, 줄일 수 없는 격차가 있음을 더 간절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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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 굽은 사람들, 밀밭에서 삶에 지친 듯 주름진 얼굴들, 암흑, 고단함이 드러난다. 배경음악도 무겁고 잔잔하고 기괴하고 소름 끼친다. 희망이 절대 느껴지지 않는 작품들도 많다. 얼마나 고흐가 힘들게 살았는지도 바로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그가 그린 사람을 볼 때면 느껴지는 안락함과 동시에 어딘가 결핍된 모습이 공존한다.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표현 속 그 공허와 부족을 채워주고 싶다.

 

 

 

고흐와 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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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들이 펼쳐지고 테오 반 고흐와 나눴던 편지들의 이야기들이 나타난다. 그의 진심과 그들의 진심이 동시에 느껴지기 시작한다. 괜히 자화상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 테오 반고흐도 생각이 나고 편지가 나오니까 나도 모르게 터졌다.

왜 테오가 그를 놓지 않고 죽고 나서까지도 그의 작품으로 유작전을 열려고 했는지 지금에야 조금씩 이해가 간다. 그의 작품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생생하다. 마치 우리 곁에 있는 것처럼. 내 옆에서 쓱싹쓱싹 그려낸 것처럼 붓터치가 살아있고 유화, 그 투박한 물감이 나에게 다 묻어난다.

테오가 점점 건강이 안 좋아지는데 무엇보다 그가 시력을 잃어가는 것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테오는 형을 죽음으로 떠나보냈지만 그의 작품은 아직도 살아있다. 그의 살아있는 작품을 자신이 죽음에 다가가면서 점점 못 보게 되니 누구라도 그의 작품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죽을 때까지 그의 유작전을 펼치기 위해 기를 쓴 것이 참 고맙기도 하면서 벅차다. 자신의 아들 이름을 빈센트로 지어줄 정도로.

그리고 이 고흐 전시회에서도 테오에 대해서도 빠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이 완벽히 특별한 각별한 관계였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들의 소원이 이루어졌음에 감사하고 기억에 남는다.
 
 

고흐와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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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리는 하늘, 낮, 노을, 그 중간 어스름, 밤, 달, 고즈넉, 구름 많음, 비 모든 게 다르다. 겉으로는 강렬하진 않아도 너무나 기억에 꽂히는 표현들이다. 울상, 주름, 고민, 삶의 숙명이 담긴 얼굴들은 삶의 행복보다는 고난과 불행이 느껴진다. 같은 해바라기를 바라보아도 각자 그림들이 다르다. 생기 넘치는 해바라기, 슬퍼 보이는 여린 해바라기까지.

계속 바라보면 희망이 조금씩 느껴지기도 한다. 꽃들, 화분, 꽃병 그림도 참 생기있다. 마치 행복을 담고 붓을 잡아 행복을 표현해 나로 하여금 기쁨, 안락, 그리고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그림 그릴 때만큼은 열정, 역동이 넘친다. 꽃들은 빨강, 초록, 하양 모두가 축복 같다. 꽃 열매를 핀 나무들과 아몬드 나무에 그의 모든 생명력을 건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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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 나무숲, 밭, 산, 바다, 꽃밭, 모두가 따뜻하고 무엇보다 생명력 있다. 물감으로 찍찍 그린 것으로 어떻게 그리 생동감 있는 표현을 해낼 수 있을까? 별과 달이 그 진가를 보여준다. 유독 하늘을 많이 등장시키고 많이 그렸는데 그의 하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나를 잠식한다.

그리고 그가 느꼈던 고난과 역경도 여기서 드러난다. 아몬드 나무에서 꽃이 흩어지는 그 모습마저 마치 고흐가 점점 꺼지고 떠나가 결국엔 초월한 우주 세계를 이리저리 떠돌며 돌아다니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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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나무, 벽과 달, 카페, 꽃들이 내 주변을 모두 감싼다. 날 어루만져주고 날 벅차게 한다. 그가 현시대 사람들이 당신 덕분에 영향을 받고 변화하고 마음을 움직인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마음 담아 그린 인생의 작품들을 만나고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림을 사랑했던 사람

그림으로 살았던 사람


 
이 표현이 그를 정의할 수 있는 완벽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우리 옆에 있는 사람들을 그리며 세상을 캔버스에 숨 쉬게 하자는 그의 목표는 충분히 이뤄내었다. 인생의 쓴맛을 아는 사람을 그린다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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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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