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계를 두지 않는 이브 탕기의 무의식 세계 [시각예술]

이브 탕기의 초현실 예술세계를 만나다
글 입력 2020.02.2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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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예술이 매력적인 이유 하나를 꼽으라면,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시키는 형태가 흥미롭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머릿속에 뜬구름처럼 퍼져있는 모호한 개념을 표현하는 방식이 나의 눈을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그중 ‘무의식’을 구현한 한 작가의 그림에 반했던 경험이 있다. 그 작가는 바로 오늘 소개할, 초현실주의의 대가 ‘이브 탕기(Yves Tanguy)’이다.

 

이브 탕기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가 작품을 그리며 품었을 깊은 상념에 동요되는 것만 같다. 특별한 설명 없이도 감상자들을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은 그의 작품이 가진 강한 흡수력 때문일 것이다. 이브 탕기의 예술세계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Yves Tanguy


 

Yves Tanguy.jpg

 


이브 탕기는 프랑스 출신의 미국 화가이다. 그는 선원으로 활동하여 예술과 거리가 먼 젊은 시절을 보냈으나, 파리의 한 화랑에서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인 <아이의 뇌>를 만난 후, 본격적으로 예술가의 길을 꿈꾸게 되었다. 그리고 앙드레 브르통이 이끄는 초현실주의 그룹에 들어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관에 대해 깊게 탐구하며 주목받는 화가로 거듭나기 시작 했다.

 

그의 작품은 세밀한 붓질로 표현된 생물 형태가 특징이다. 광활한 풍경 속 여기저기 떠다니는 물체들은 신비함을 자아낸다. 이브 탕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해나가며 초현실주의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 그의 후기 작품은 제 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변화가 나타났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 무분별한 총기사용, 군국주의 이미지 등이 그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어둡고 금속 성질이 돋보이는 작품을 표현하였다.

 

초현실주의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 이브탕기는 자신의 회고전을 앞두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Mama, Papa is wounded, 1927


 

Mama-Papa-is-wounded-Painting.jpg

 


이 작품은 거대한 황무지를 연상시킨다. 텅 빈 공간에 날아다니는 물체들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선인장의 모습을 한 물체가 먼 곳에 보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형상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작품에 보이는 것들로 무언가를 유추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이브탕기가 작품을 다 완성시킨 후에 제목을 붙였기 때문이다. 제목을 번역하자면 ‘엄마 아빠가 다쳤어요!’인데, 작품과 어울리는 제목을 찾다가 어떤 정신과 사례 연구와 그의 작품이 잘 어울릴 것이라 여겨 이를 발췌하여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생각을 접고 무의식 상태로 손의 움직임을 따른다고 하였다. 창작 과정부터 무의식을 실천하고 있어서일까, 그가 표현한 무의미한 형상들의 조합은 감상자들을 무의식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이끌고 있다.

 

 

 

The Furniture of Time, 1939


 

The Furniture of Time.jpg

 


끝이 보이지 않는 아득한 곳, 지구인지 우주인지 모를 곳에서 정체모를 파편들이 놓여있다. 다양한 추상 모양은 각이 많고 날카로워 보이기도 하고 생각보다 부드러운 촉감을 가지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작품을 바라보면 왠지 모를 고독함과 공허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시간의 가구>라는 제목처럼, 시간을 형상화시켜 가구처럼 놓아둔 것 같다. 내가 걸어온 다양한 형태의 시간들을 화폭에 그려 넣어 직접 확인시켜 주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무궁무진한 해석을 가능케 하는 것이 그의 작품의 특징임을 체감하게 한다.

 

그의 작품엔 충분한 해석이 없다. 그리고 작품 속 오브제들도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는 감상자들을 자극시켜 풍부한 상상을 하도록 만든다. 또한 ‘무의식의 세계는 이것이다’라고 선제적으로 보여주며 비일상적인 세계에 잠기도록 만든다.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그의 예술세계가 흥미롭다.

 

 

 

Multiplication of the Arcs, 1954


 

Multiplication of the Arcs.jpg

 


이 작품은 비인간과 비자연적 세계를 표현하여 감상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제목에 언급되어 있듯이 ‘호’라는 형태가 증식되고 있는 모습인 것 같다. 당시 제2차 세계대전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이브탕기는 ‘호’가 전쟁을 위해 힘을 곱하는 것임을 이와 같이 표현했다. 청동빛과 회색빛이 감도는 호는 왠지 모를 두려움과 당혹스러움을 불러일으킨다.

 

캔버스를 채우는 이 존재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보인다. 멀리 무언가가 보이지도 않고 어두움만이 기다리고 있다. 고독함, 두려움들의 곱셈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일상적이지 않은 형식으로 당시 세계가 처한 일상을 그린 것 같다.

 

현실적인 주제 그러나 비현실적인 소재. 이브 탕기는 현실과 비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이런 그의 작품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자유로운 그의 작품처럼 감상자들도 함께 자유로움을 느낀다.

 

*


초현실주의 작가 이브 탕기의 예술을 살펴보았다. 뚜렷한 형태와 주제가 없는 만큼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나 또한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상념에 잠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작품을 ‘한계를 두지 않는 일렁이는 무의식의 세계’라고 정의하고 싶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세계를 마음껏 헤엄쳐보자.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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