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엄마가 갑자기 머리를 양갈래로 땋기 시작했다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공연]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프리뷰
글 입력 2020.02.2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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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은 사회에서 좀 남다른 숫자로 여겨지는 것 같다. 나에게도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숫자인데, 그것은 내가 태어난 즈음의 숫자이기도 하고 한창 드라마에 열광하던 시절 친구들과 즐겨봤던 드라마에 적혀있는 숫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에 이 숫자를 적어보면 알 수 있는데, 이 숫자 뒤에 가장 많이 따라오는 단어는 IMF다. 내가 그 단어의 무게를 알게 된 것은 돌 반지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부터인데, 내가 한 살 되던 해에 받았던 작은 금덩이들은 금 모으기 운동과 함께 사라졌다는 것은 10살 남짓한 나에게 꽤 먹먹한 슬픔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이엠에프 때 실직한 아버지를 대신해 콜라텍 주방에 나가 일을 하던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양갈래로 땋기 시작한다. 그 날부터 엄마는 행복했던 학창시절과 아이엠에프 시절의 기억만을 오가며 살아가고, 아버지는 경비원 일을 시작한다.


 

사회의 집단 서사는 곧 개인의 서사 속에도 녹아든다. 사회의 붕괴는 개인의 붕괴로 이어진다. 날카롭게 남아있는 흉터는 계속해서 날카로운 기억을 상기시킨다. 동그랗게 튀어나온 흉터를 더듬어볼 때마다 이상하게 온몸에는 소름이 돋는다. 단단하게 봉합된 그 볼록함이 다시 한번 터져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솟는다. 어쨌든 그것이 과거라는 생각이 들 때면, 흉터의 존재는 잠시 묻어두고 다른 현재를 살아가곤 한다. 볼록하게 돋아난 새살이 그 위에 새로운 주름을 만들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것이라 믿으면서.

 

그 사건의 시간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우리가 말하는 과거, 현재, 미래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어느 의사의 인터뷰를 봤다. 그들에게 흉터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현재이고 현실이다. 양갈래로 머리를 땋는 ‘어머니’에게는 아이엠에프 시절과 행복했던 학창시절이 곧 현실이다.


‘아버지’는 실직 이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이 가게 저 가게를 운영하였으나 그마저도 좌절되었고,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경비원 일을 시작한다. ‘아버지’의 경비원 일은 그의 현재다. 아이엠에프는 여전히 그의 길 위에서 불룩불룩 튀어 오른다.

 

실향 세대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7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분단은 여전히 현재였다. 명절에도 고향을 찾아가지 못함을 괴로워했고, ‘저 빨갱이 아니에요’라는 말은 술을 마실 때마다 눈물과 함께 쏟아졌다. 사회의 굵직한 사건들은 한 세대를 관통한다.


세대에 따라 그 사건을 떠올리는 방식은 다를지라도 우리에게 그것은 더 이상 과거가 아니다. 내가 태어날 즈음에 일어났던 일이 나를 관통하는 현재로 남아있는 이유도 그럴 것이다. 모호한 과거, 현재, 미래의 개념 속에서 아이엠에프라는 사건은 여전히 그들의 삶에 새로운 주름을 만들어낸다.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의 윤미현 작가는 실제 아이엠에프를 지나온 가정을 취재했다. 가정 속의 여러 세대가 아이엠에프를 불러오는 방식, 그것이 어떻게 현재에 머무르는지, 그리고 그것을 연극적 요소들로 어떻게 풀어낼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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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는 지난 2019년 두산연강예술상과 벽산희곡상을 수상한 윤미현 작가의 신작이며, 처음 연출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2017년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 2018년 ‘텍사스 고모’, 2019년 ‘텃밭킬러’ 등으로 호평을 받아 온 윤미현 작가는, 노인 3부작 시리즈 등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담은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왔으며, 독특한 언어와 극전개로 마니아 관객층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윤미현 작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아이엠에프 이후,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 그 시절을 어떻게 겪었고 현재 그들의 모습을 통해 동시대의 부조리를 표현해 보고자 했다. 그리고 그 이후 성실히 살아온 평범한 가정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현재는 어떤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실제로 97년 아이엠에프를 지나온 가정을 취재했고, 이번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 어둡고 힘든 주제일 수 있지만, 윤미현 작가 특유의 방식으로 무겁지 않고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도록 풀어냈다.

 

연극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의 공연팀은 기존의 극단 중심의 제작 방식이 아닌, 작가와 대본을 중심으로 출연 배우들이 가장 먼저 구성되었으며, 윤미현 작가와 다수의 작품을 함께 해 온 배우들 간의 탄탄한 호흡을 기반으로 한다. 출연 배우로는 박혜진, 이영석, 황미영, 이기현 배우를 비롯하여 이호성, 이금주, 윤상호, 이현주, 김국진, 신장환 배우가 합류하며 작품의 완성도와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공연장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공연기간

2020. 03. 14(토) ~ 03. 29(일)


공연시간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4시

03. 25(수) 4시/8시

월 공연 없음

 

관람금액

전석 35,000원

 

공동기획

두산아트센터, 플티(주)

 

제작

플티(주)

 

제작스태프

 작,연출 - 윤미현

 작곡·음악 - 나실인

 무대디자인 - 박상봉

 조명디자인 - 김성구 

 분장디자인 - 장경숙

 무대감독 - 강현호

 프로듀서 - 류혜정

 조연출 - 신장환

 어쿠스틱 기자 - 천상혁

 

출연진

이호성, 박혜진, 이영석, 이금주, 윤상호

이현주, 김국진, 황미영, 이기현, 신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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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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