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의 진가를 보는 눈, 아트버스터

글 입력 2020.02.22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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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영화계의 블록버스터


 

아트버스터란 무엇일까? 힌트를 주자면, 상업적으로 큰 흥행수입을 올리는 블록버스터(Blockbuster)의 파생 개념이다. 이름에서부터 짐작이 가듯이 아트 필름과 블록버스터가 합쳐진 단어로 예술 영화 중 대중적으로 큰 흥행을 거둔 작품을 의미한다. 상업적인 클리셰로 예상 가능한 전개를 펼치지기보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직간접적으로 내포시키는 데에 주력을 다하기 때문에 주로 다큐멘터리와 같은 장르의 비상업영화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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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CGV 아트하우스)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이 영화 소비 시장을 확장시키는 데에 일조하긴 했으나 비교적 적은 소비층으로 여전히 아트버스터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CGV 아트하우스가 예술 영화 배급을 멈추고 극장 상영만 지속하게 되며 아트버스터의 국내 접근성이 낮아지진 않을지 우려되는 현실이다. 작품들을 통해 아트버스터의 역할과 시사점을 알아보자.

 

 

 

자발적 탐구로 시선을 확장하다


 

예술 영화는 대중의 입맛에 따라 작품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범위의 소재를 다룬다. 익숙한 소재의 작품이라도 대중이 미처 생각치 못한 관점으로 전개를 이어가기 때문에 시청자로 하여금 감상의 시선을 확장시켜준다. 상업 영화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고 어려운 장르라고 느껴질 수 있지만, 감상만으로 끝내지 않고 GV 영상을 찾아본다거나 감독 인터뷰 글을 읽다 보면 작품의 본질을 탐구하는 일에 흥미가 붙어 또 다른 아트버스터를 찾아볼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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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영화 '향수' 스틸컷)

 


필자의 인생 첫 아트버스터 작품은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였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어린 초등학생이 받아들이기엔 다소 충격적이고 괴기한 영화였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았을 때야 비로소 프랑스대혁명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가난한 고아라는 캐릭터 설정을 바탕으로 주인공 그르누이가 갈망하던 향수라는 소재는 권력에 대한 쟁취와 열망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얕은 추측이라도 할 수 있었다. ‘문라이트’의 명대사로 꼽히는 ‘달빛 속에선 흑인 아이들도 파랗게 보이지’라는 구절처럼 어떤 화려한 배경음악보다도 말 한 마디가 오래 잔상으로 남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아트버스터 속 여러 요소들이 시청자들의 자발적 탐구를 유도하고 더 나은 감상과 공유를 불러일으킨다.

 

 


나와 닮은, 내가 담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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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영화 '벌새', '소공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공식 포스터)

 


가끔은 현실 반영이 너무 매섭게 느껴질 때도 있다. 영평사 최다 수상작으로 꼽혔던 영화 ‘벌새’를 보는 내내 영화관을 뛰쳐나가고 싶었다. 주인공 ‘은희’의 완전하지 못한 비행은 어쩜 그렇게도 우리의 사춘기를 닮았는지 보편적인 기억이라는 줄거리 설명이 단번에 이해가 가는 작품이다. 단순히 공감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 비판의 의미를 갖는 경우도 있다.


국내 작품 중에서 ‘소공녀’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대표적인 예로 소개하고 싶다. 안정적인 삶의 종착지인 내집마련과 기본 소양인 근면성실만으론 극복하기 힘든 현실을 사회적 문제를 정확하게 집어내고 있어서 결국은 가엾다 생각한 주인공들에게 나를 투영하게 된다. 대부분의 아트버스터는 고난을 이겨내는 협동과 기적의 이상주의 표현보다 외면하고픈 우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를 나타내는 데에 비중을 두어 사회적인 고찰을 유도한다.

 



여성 서사 아트버스터 대거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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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영화 '작은 아씨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최근 여성 서사 작품들이 주목을 받으며 떠오르고 있다. 특히 상업 영화보다 독립 예술 영화에서 접하기 쉽다. 최근 개봉한 ‘작은 아씨들’이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여성 감독들의 섬세한 감성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세린 시아마 감독의 작품인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아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퀴어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은 ‘캐롤’은 자극적으로만 소비되던 여성 퀴어 영화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바꾸는 데에 큰 기여를 한 작품이다. 한일 합작 ‘윤희에게’ 또한 정적인 감정선으로 절제된 이야기의 흐름을 잘 표현하였다. 어떤 상업 영화보다도 빠르게 흐름을 읽고 반영하는 아트버스터의 이러한 추이는 예술 영화계의 잠재된 가능성과 열린 미래를 예견하고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영화계에 던지는 메세지


 

사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트버스터가 비주류 장르라는 게 씁쓸하다. 흥행만을 바라고 의미를 잃은 상업 영화들은 값어치가 오르고, 정작 본질을 가지고 뚝심 있게 사명을 다한 예술 영화들은 접할 기회조차 줄어드는 추세라니. 이 현실 또한 아트버스터가 재고하는 또 다른 비판이자 충고가 되어 우리를 풍부하게 할 많은 작품들을 탄생시키길 소망한다.

 


[서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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