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성과 감정 사이, 더나은 결정을 하기 위한 안내서 -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

글 입력 2020.02.1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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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은 감정에 따라 판단하는 경향을 감정 휴리스틱 Affect Heuristic 이라고 부르고, 휴리스틱은 인간이 직관적으로 생각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게 만드는 경험적인 법칙을 말한다.


처음에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나는 감정에 크게 좌우되는 사람이라는 점과 그러한 감정에 지배당하는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그 사회속에서의 나는 또 어떻게 살아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통찰해 보고자함이었다. 책장 한 장 한 장을 넘길수록 내용에 대한 흥미가 더해졌고 책이 기술한 “합리적 개인이 되기위한 16가지 통찰”에 대한 여러 연구와 심리학적 지식을 알 수 있어 더욱 좋았다.

 

 

행동하는 코끼리, 정당화하는 기수
우리는 왜 생각을 먼저 정해놓고 나중에 합리화시킬까?
 
익숙한 건 분명 좋을 거야
반복이 지닌 무서운 힘에 대하여
 
잘 모르는 것을 어떻게 좋아하겠어?
우리는 왜 낯선 것과 새로운 것을 단번에 거부할까?
 
믿어도 될까, 믿을 수 있을까?
우리는 왜 자신의 확신에 대한 동기를 가질까?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
우리는 왜 쉽게 떠오르는 생각을 사실이라고 생각할까?
 
 
목차와 소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의 향기를 솔솔 뿜어내어 독자를 유혹하는 이 책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검정자루에 관한 실험이었다. 1960년대 오리건 주립대학교의 ‘스피치 113: 설득의 기본’이라는 강의에 참석했던 학생들은 어느날부터 기이한 모습으로 완전히 자신의 몸을 감춘 검정 자루를 강의실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 검정자루를 본 학생들은 ‘개성이겠지’, ‘행위 예술이겠지’ 라고 생각하며 이같은 행동에 합당한 설명을 부여하고자 하는 내적 욕구를 가동시킨다. 이 검정 자루는 많은 이들의 가중되는 의혹에 아무런 대답도 않은채 두 달동안이나 꼬박꼬박 강의실에 착석했다. 자루 속에 몸을 숨긴 정체를 아는 사람은 강의를 맡은 교수 찰스 괴칭거뿐이었고, 그는 이 검정자루를 의도적으로 자신의 강의실에 두고 학생들의 반응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관찰했다.

이 일화를 읽으며 내게도 질문해보았다. 만약 내가 매주 참석하는 강의에 검정자루 같은, 혹은 이렇게 상상을 초월하는 독특한 복장을 한 정체불명의 학생을 봤을때, 나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분명히 호기심이 먼저 생길 것이고 왜 그런 기이한 복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추리해볼 것이다. 이어 복장 속 감춘 본래 모습은 어떠할까, 그 사람이 이 행위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괴칭거 교수가 이 실험결과에 대해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검정자루에 대한 적대감은 호기심으로 바뀌었고 나중에는 결국 우정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적대감이 호기심으로 바뀌는 건 이해하겠는데 호기심이 우정으로 발전했다는 결과는 충격적인 신기함을 동반했다.
 
검정 자루 속 인물이 학생들과 어떤 식의 교루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점차 검정 자루에 익숙해지면서 그의 존재를 자연스레 수용했고, 이 기이한 존재를 강의실의 마스코트로 사랑스럽게 받아들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학생들이 검정 자루의 존재를 모르고 이상하게 바라보는 또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를 지켜주었다는 점이다.
 
 
익숙함과 친숙함은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거나,
적어도 부정적인 감정을
사그라들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검정자루 일화를 소개하며 책이 기술하는 이 메시지는 바로 뒷 이야기에 나오는 낯선것과 새로운 것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에 나름대로 합당한 근거를 제공한다. 이미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막연한 생각의 흐름이 실제 연구와 실험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매듭으로 묶일 수 있었다.
 
익숙함과 친숙함, 낯섬과 거부감. 이 같은 감정들이 또다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발생시키고 결국 사람들의 인지적 사고와 판단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당연한 것 같지만 실은 엄청나고 무서운 일이 아닌가. 어떠한 사실의 진실과 거짓 여부에 관계없이 내 감정이 쫒는 방향대로 진실과 거짓을 결정짓게 되버리는 참사. 혹은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인지적 편안함 Cognitive Ease이 좋은 기분과 긍정적 에너지로 출발해 몰고오는 여러 행운같은 결과들을 떠올려보면, 감정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한번 실감할 수 있다.
 
감정은 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이 가진 유동적 특성 말고도 양면성을 고려하면 둘은 꽤 많이 닮지 않았을까? 생명유지와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인 물이 때론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는 것처럼 감정도 이같은 양면성을 지녔다. 우리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것이 감정인 한편,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흐리고 이성적인 행동에 닿는 것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것 또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앞머리에 있는 질문들이 유독 잊혀지질 않았다.
 
 
확실한 견해에 도달하기 위해
한 개인이 모든 중요한 사실들을
 정확히 알고 평가하는 것이 가능할까?

인간은 순간적인 판단을 내릴 때
어떤 원칙을 따르며,
어떻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결정을 내릴까?

우리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무수한 감정적 진실은 어떻게 생겨날까?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

- 합리적 개인이 되기 위한 16가지 통찰 -


지은이
세바스티안 헤르만
 
옮긴이 : 김현정

출판사 : 새로운현재

분야
인문/교양일반

규격
140*205(mm)

쪽 수 : 292쪽

발행일
2020년 1월 2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297-0578-5 (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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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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