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영화 보러 갈래?] #7. 2월의 여성 영화

여성이 만든 여성의 이야기 세 편
글 입력 2020.02.1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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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영화 보러 갈래?

내일 당신의 영화 선택지가 더 다양해지길 바랍니다.

 

#7. 2월의 여성 영화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퀸의 화려한 해방)>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작은 아씨들>

 

 

2월의 절반이 지났다. 3월이 오기까지 이주 가량 밖에 남지 않았다. 놀라울 정도로 시간이 빨리 흐른다. 2월이 다 가기 전에 지난 보름 간 영화관에서 보았던 여성 영화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여성이 주인공인, 여성이 연출하고 각본을 쓴, 그리고 그야말로 놀랍도록 좋은 영화들이었다. 이 영화들을 부디 스크린에서 놓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심 가득 담은, 서툰 소개글을 써본다. 내일 당신의 영화 선택지가 더 다양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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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오브 프레이(할리퀸의 화려한 해방) (2020)

액션 / 미국 / 108분

 

/오랜 연인이던 조커와 헤어진 할리퀸. 해방을 느끼지만, 조커라는 방패막이 사라지자 고담시 전체가 할리퀸을 노린다./

 

세계관이 있는 시리즈물의 영화의 경우, 아무래도 앞선 영화들을 보지 않고서는 속편을 보기가 꺼려진다. <버즈 오브 프레이> 역시 앞선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지 않아 보기 꺼림찍한 영화였다. 16회짜리 드라마를 6회쯤부터 보기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걱정이 컸지만 주변의 호평을 많이 들어 결국 표를 끊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괜한 걱정이었다. 영화는 앞선 내용들에 대해 아주 명쾌한 정리를 한다. 심지어 새로 등장하는 네 명의 캐릭터들에 대해서도 색깔 있는 교통정리를 해낸다. 한 마디로 소외 당하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소외 당하지 않는 건 내용만이 아니었다. 그간 스크린 속 여성들은 남성들의 도구, 혹은 부속품으로 자주 그려졌다. 남성의 그늘 아래 숨어있었고, 또 갇혀있었다. 혐오의 대상이 되었고 자주 무능력한 존재가 되었다.


이 영화 속 여성들은 그로부터 탈피를 시도한다. 제목처럼 “화려한 해방”이다. 살기 위해서, 혹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 그들은 싸우고 또 성장한다. 그 속에서 싹트는 연대감과 관계성도 하나의 관람 포인트다. 뻔하지만 진부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섬세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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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2019)

드라마 / 프랑스 / 121분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마리안느는 ‘산책 친구’로 위장해,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린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줄여서 타여초 혹은 불초상이라 불린다. 사실 이 영화는 작년 프라이드 영화제에서 먼저 접했다. 1월 중순 한국에서 정식 개봉이 된 후,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영화관을 다시 찾았다. 이미 본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웠고, 계속해서 감상이 추가되고 생각이 바뀌고 감정이 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놀라운 영화였다.

 

숨길 수 밖에 없는 재능과 사랑이 있었다. 재능과 사랑, 둘 다 사회가 그토록 아끼는 것들인데 앞에 ‘여성들’이 붙으면 곧 숨길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이 영화는 수없이 지워졌던 이름과 목소리를 섬세하게 살렸다.


개인의 얘기를 하는 동시에 과거의 얘기를 하고, 과거의 얘기를 하는 동시에 지금의 얘기를 하고, 지금의 얘기를 하는 동시에 관객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는 시선과 응시에서 시작해 사랑과 연대로 나아간다. 강렬한 여운이 남는다.

 

이 영화에 대해 어떤 추천평을 남겨야 알맞을지 고민이 크다. 그냥 좋다, 괜찮다 그정도의 말로 표현하기엔 조금 심심하다. 섬찟하다, 그 정도의 표현을 쓰고 싶다. 손이 떨리고 두근거린다, 이렇게 말해야 제대로 전달 가능하다. 물론 내 과장일 수도 있지만, 과장이라도 모든 말에는 이유가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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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2019)

드라마 / 미국 / 135분

 

/여기, 네 자매가 있다. 배우가 되고 싶은 메그, 글을 쓰는 조, 음악을 사랑하는 베스, 꿈 많은 에이미./

 

이 영화에 대한 설명은 그레타 거윅 감독의 인터뷰로 대신하고 싶다.

 

“나는 이 책과 함께 자랐고, 너무 좋아했다. 성인이 되어 다시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이 이야기가 얼마만큼 현대사회의 시급하고 모던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를 깨닫고 충격받았다. 오늘날 여성으로서 내가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해 나누고 있는 대화들이 바로 거기에 다 들어 있었다. 야망, 여성, 예술, 돈, 장사... 이 이야기는 오래된 19세기 시대극 상황이 아니라 바로 오늘의 이야기다. 세상에서 허락하는 것보다 더 멀리 가고자 꿈꾸는 여성들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 씨네 21 인터뷰*

 

내겐 출연진과 감독에 대한 신뢰 이상으로 원작소설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그리움에 대한 보답이자, 작품의 현대적인 말하기였다. 그레타 거윅은 왜 이 시기에 <작은 아씨들>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냐는 질문에 “영화를 보셨나요?”라고 되물어본다. 영화는 분명하게 답해주고 있다. <작은 아씨들>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라고.

 

분명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제서야, 시대물이라고 여겨왔던 것들이 어떤 ‘사실’들을 담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였다. 그만큼 영화가 여성의 결혼, 사랑, 꿈, 가족-관련된 모든 선택-에 대해 섬세하게 다뤘다는 의미겠다. 새로운 감상이 작품의 오래된 향수 위에 쌓이는, 사뭇 새로운 경험이었다.


동시에 영화는 창작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작가 조 마치를 통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 혹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 중요성을 반영한 이야기 또는 중요성을 부여하는 이야기. 추억 어린 자매들의 이야기에 놓쳐왔던 생각거리들이 깃들어 있다.

 

**

 

쓰는 동안 첨언하고 싶은 말들이 더 많았다. 어떤 의미를 주었고, 어떤 감상을 남겼는지. 또 어떤 장면이 계속 눈 앞에 아른거리는지. 어떤 대사가 마음을 두드렸는지. 하지만 추천글인 만큼 말을 고르고 줄였다. 당신의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함께 얘기할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한 영화들이다. 부디 함께 보고 떠들면 좋겠다.

 

 

* 씨네21 - 그레타 거윅, 시얼샤 로넌, 플로렌스 퓨, 루이 가렐 인터뷰

 


[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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