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첫 모빌, 그 시작에 대하여 - 알렉산더 칼더 展 [전시]

글 입력 2020.02.1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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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첫 모빌


 

인테리어가 꽤나 트렌디하다고 유명한 한 카페에서 처음 마주한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은 간단한 색과 선으로 이루어졌지만 '참, 독특하고 예쁘다'라는 생각이 머리에 오래 남을 정도로 인상 깊었다.


어렸을 때나 보았던 모빌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느껴진 순간이었다. 그런 그의 전시가 펼쳐진다니 어떤 작품들로 전시장이 채워졌을지 참 궁금했었다. 아쉽게도 이번 전시에서는 칼더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일등공신인 모빌 작품들은 볼 수 없었으나 세상의 첫 모빌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기원을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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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칼더

 

전시를 보러 가기 전, 문득 그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졌다. 모빌, 키네틱 아트라는 분야가 낯설기도 하고 사실 이번 전시 이전엔 그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빌의 창시자, 혁신적인 키네틱 아트 아티스트 등 화려하고도 다양한 수식어 사이에 눈에 띄는 것은 그의 이력이었다.

 

칼더는 놀랍게도 예술가가 되는 것을 싫어하던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기계공학과에 진학했다고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예술가 집안 출신이었다. 그의 조부와 아버지는 유명한 조각가였고 그의 어머니도 전문 초상 화가였다. 모두가 예술가인 가족들이 어째서 그의 꿈을 반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뜬금없어 보이는 그의 전공 덕에 그가 기존에 존재하던 틀을 깨고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가 처음 못다 이룬 꿈을 이뤄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의 여형제가 살고 있던 애버딘으로 여행을 갔을 때였다. 그는 한 캠프에서 근무하면서 풍경을 바라보다가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결심하곤 뉴욕으로 향했다. 이후, 그는 뉴욕에서 프랑스로 옮겨 가며 작업을 했고 점차 유명해졌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분명 조각 때문이었지만 그는 조각에 한정되지 않고 영화 세트, 주얼리 디자인부터 태피스트리와 정치 선전물까지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그리고 K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은 모빌에 가려져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그의 회화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참 즐거운 마음으로 전시회에 갔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전시장은 한산했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편하게 작품들을 관람하고 올 수 있었다.

 

 

Installation View, ⓒ K Museum of Contemporary Art, 2019_05.jpg

 

 

 

알렉산더 칼더와 몬드리안

 

강렬한 원색의 빨강, 노랑, 파랑, 그리고 검정. 단순한 선으로 이루어진 그림들. 그의 작품들을 보다 보면 추상회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몬드리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칼더는 몬드리안의 작품들을 처음 본 후, 큰 충격을 받았고 그의 작품이 움직이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모빌 작업을 시작했다고 하니 작품에서 짙은 영향이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다.

 

이번 K현대미술관의 전시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한 듯 전시장 한 섹션은 몬드리안의 작업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강렬한 색들과 다양한 격자무늬로 이루어진 공간을 통과해야 다음 전시 섹션으로 넘어갈 수 있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었다면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지 않았을까 싶었다.

 

몬드리안의 작업실 외에도 이번 전시는 칼더에게 영감을 주었던 다른 예술가인 뒤샹의 초현실주의 공간과 칼더의 모빌 작품을 모티브로 구성된 포토존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전시를 수동적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공간을 직접 느끼고 체험하고 사진을 찍는 것으로 자신이 그 일부가 되는 것을 추구하는 최근의 전시 관람 트렌드에 걸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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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들 중에는 어린아이가 그려둔 것 같아 '이 정도면 나도 그릴 수 있겠는데?' 싶은 그림들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장난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위의 사진 같은 경우는 그의 회화 작품이 어떻게 모빌로 연결될 수 있었을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위해 들여온 150여 점의 작품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그 속에 반복적으로, 하지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원, 선, 곡선과 균형 등을 보다 보니 전시장을 나설 땐 조금이나마 모빌과의 관계성을 느낄 수 있었다.


모빌, 그 혁신적이었던 조각의 시작을 엿볼 수 있어 즐거웠다. 그러나 정작 칼더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모빌은 그를 모티브로 구성한 조형물 밖에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다음번에는 꼭 기회가 되어 칼더의 모빌 작품들도 볼 수 있는 전시가 한국에서 열리기를 바란다.

 

 


 

 

알렉산더 칼더 展

- Calder on Paper -

 


일자 : 2019.12.13 ~ 2020.04.12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K 현대미술관

 

티켓 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초등학생 : 10,000원

미취학아동 : 8,000원

 

주최

K 현대미술관

 

관람연령

만 3세 이상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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