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념으로 뒤덮인 혐오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 연극 ‘마터’ [공연]

혐오의 화살은 누구를 향해 있는가. 그리고 그 끝은 어디인가.
글 입력 2020.02.1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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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터

(MARTY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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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어디에서 오는가?
신념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배척과 혐오에 대한 질문.

 
 
1. 혐오의 시작

 

혐오는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연극 ‘마터’는 관객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어딘지 모를 혐오의 시작은 자신의 신념과 어긋나는 사람들에게 더욱 날카롭게 반응한다.

 

‘마터’에서 보이는 혐오의 발단은 벤야민이 수영수업을 거부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벤야민은 여학생은 비키니 수영복 차림을 하고, 남학생은 수영복 바지만 입은 채로 수영수업을 받는 것을 혐오한다. 벤야민의 눈에는 학교에서 남녀가 거의 옷을 벗은 채로 물 안에서 뒤엉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벤야민은 남녀 모두 목까지 오는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고 말하며, 이러한 이유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하는 벤야민의 행동에 대해 어른들은 벤야민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 모습이다. 이혼으로 인해 유일한 가족인 벤야민의 어머니조차 수영수업을 거부하는 것이 종교적 신념으로 비롯된 것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아들에게 마약했는지 추궁하거나 단순히 신체적인 변화가 생기는 사춘기시기로 인한 한 때의 행동으로 치부해버린다. 어머니는 벤야민의 행동을 깊게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이해하지 못하며 무심하기까지 한 듯 보였다. 벤야민이 말한 것처럼 모자사이 간에 대화도 부족하고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다.

 

교장선생님도 마찬가지로 신체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 사춘기 소년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학교 측에서는 오히려 학교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해 더 큰 문제가 되기 전에 상황을 해결하려는데 신경 쓴다. 또한, 남자 체육 교사(로트의 애인)는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벤야민의 행동을 짓밟으며 탈선 행동을 멈추게 하려 한다.

 

벤야민은 성경을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로 들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자 한다. 성경의 말씀이 있으니 자신의 행동은 합당하다는 것이다. 결국, 교장 선생님은 벤야민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수영복 착용과 관련한 학교 교칙을 바꾸게 된다. 어쩌면 학교는 이 사건으로 인해 상황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벤야민의 신념을 뒷받침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오히려 벤야민은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렇게 다수가 소수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사이. 혐오는 시작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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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혐오의 화살은 누구를 향해 있는가.


 

어디서부터 혐오의 화살은 시작되는가. 다수가 소수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는 것. 그것은 이미 게오르그에게 일어나고 있었다. 게오르그는 벤야민의 동급생이자 절름발이인 선천적 장애인이다. 학급생들은 게오르그가 장애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차별과 혐오를 일삼으며, 심지어 매일 쓰레기통에 굴려지는 등 왕따를 당한다. 그럼에도, 로트 선생은 오토바이 탈 때는 헬멧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헬멧을 선물해주기도 하고 게오르그가 자신의 겉모습에 대해 비관할 때 유일하게 자존감을 세워주던 선생이었다.

 

벤야민의 사건으로 인해 게오르그에 대한 혐오의 화살은 벤야민에게로 향하게 된다. 수영수업을 거부하며 수영장에 뛰어들고, 과학 수업 시간 로트가 올바른 피임 사용법을 설명할 때 벤야민은 성경을 꺼내들어 읽고 로트의 말에 반박하며 알몸으로 자신의 수업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 등의 돌발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학교 선생님은 벤야민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갖게 된다. 그러나, 로트는 자신이 교육자라는 사명감을 갖고 벤야민을 이해해보고자 하였다. 그의 세계를 가득 메우는 성경을 집어들고 성경을 읽었다.

 

벤야민을 이해해보려던 로트의 시도는 오히려 다수가 로트를 혐오의 대상으로 여기도록 만들었다. 체육 교사인 로트의 애인은 성경을 읽는 로트를 급기야 혐오하기에 이른다. 또한, 벤야민은 로트를 유대인이라 부르며 혐오한다. 또한, 게오르그와 어울리면서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주입하기도 하고 게오로그는 그런 벤야민은 자신의 구원자로 여기는데 그런 게오르그에게 벤야민은 오토바이 브레이크를 고장시켜 로트가 사고를 당하게 하자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게오르그는 이를 실행하지 않았고 벤야민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자 그를 돌로 내리친다.


결국, 교장 선생님, 체육 교사, 벤야민의 어머니 등 다수가 있는 자리에서 벤야민은 자신이 로트 선생에게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거짓 진술을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이해하려는 유일한 어른을 배척하고 혐오 대상으로 만들었다. 체육 교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벤야민 앞에서 로트를 혐오하는 말을 퍼붓고 성경을 열심히 보는 이유가 바로 학생을 이해하는 척하며 추행하려는 것이었냐며 분노한다. 벤야민의 어머니는 로트와 대립각을 펼치며 아들의 말만 들으며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로트는 벤야민이 거짓말을 하고 있고 사실이 아니라며 주장해도 결국, 로트는 혐오의 화살을 받게 된다.

 

혐오의 화살의 대상이 바뀔 때마다 그리고 제 3자의 관점에서 로트가 혐오표현의 대상이 되고 나니 이러한 상황들이 참으로 무섭고 소름끼치게 다가왔다. 전체적인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한 신념대로 움직이는 다수가 소수에 대한 혐오의 말은 말이 아닌 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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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혐오의 끝은 어디인가?


 

다수가 소수를 혐오하는 세상과 다수가 향하는 의견이 권력이 되어 소수를 차별과 억압으로부터 가둔다면 서로에 대한 혐오로부터 벗어나 공존하는 사회를 꿈꾸기란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연극 ‘마터’에서 자신의 신념에 갇힌 벤야민에게 보인 사람들의 반응과 같이 말이다. 벤야민은 처음에 자신의 말을 믿지 않았던 사람들이 자신이 지어낸 거짓말도 의심 없이 믿어주는 무지몽매한 모습을 보며 자신의 의견이 권력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것은 벤야민의 신념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성경으로 바라보면 벤야민은 자신이 보는 시각에서 자신을 예수로, 게오르그는 예수를 배반한 유다로, 로트는 예수를 죽음으로 이끈 유대인으로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 3자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오히려 나는 로터가 예수의 모습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핍박에도 자신의 발에 못을 박는 희생은 예수 이자 마터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로터는 아무도 믿지 않는 세상 속에서 잘못된 신념을 깨고자 학교에 떠나지도 물러서지도 않겠다고 말한다. 그녀의 강한 의지와 못 박는 소리가 내 귀에 아직도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마터 포스터 하단에 적힌 ‘순결한자, 돌을 던져라.’말과 같이 등장한 인물 모두는 서로가 서로를 혐오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돌을 던질 자는 없다. 그럼으로 그 누구도 혐오표현을 정당화할 수 없다. ‘마터’에 보여준 장애·성별·동성애 혐오 등은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혐오이슈들이다. 또한, 벤야민이 그랬듯이 우리 사회에서는 혐오로 시작해 증오범죄로 이어지는 사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가정에서 학교로 그리고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혐오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갈 문제라고 생각한다. 서로에 대한 혐오에서 벗어나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 되는 사회가 도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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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터

- MARTYR -

 

 

일자 : 2020.01.29 ~ 2020.02.16


시간

평일 8시

주말 4시

월 쉼

 

장소 : 대학로 선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기획

극단 백수광부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만 16세 이상


공연시간

100분

 


극단 백수광부


극단 백수광부(白首狂夫)는 1996년 연출가 이성열과 젊은 배우들이 실험연극 공동체를 표방하며 출발했다. 장정일의 시집을 해체 재구성한 <햄버거의 대한 명상>이 창단작이다. <굿모닝? 체홉>, <야메의사> 등 배우들의 몸과 즉흥연기에 기반 한 공동창작 작업을 지속해왔으며, 최근에는 문학적 텍스트에 기초한 정밀한 무대 또한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햄릿아비>, <과부들>, <봄날>, <여행>, <그린벤치> 등의 대표작이 있으며, 해체된 일상의 낯섦과 강렬한 시적 충동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세계를 구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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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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