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재회의 순간을 담은 노래들 [음악]

재회에 관한 노래
글 입력 2020.01.3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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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와 내가 12월 어느 아침 영국 해협을 날아가는 브리티시 항공 보잉767기에서 만날 최종 확률이 나오는데 그 수치는 989.727분의 1이다. (중략) 우리가 만나고 못 만나는 것은 결국 우연일 뿐이라고. 989.727분의 1의 확률이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은 동시에 그녀와 함께하는 삶의 절대적 필연성을 느끼지 않게 되는 순간, 즉 그녀에 대한 사랑이 끝나는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中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난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유명작가 알랭 드 보통의 일명 사랑 3부작은 ‘우리는 사랑일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으로 이루어져있다. 위 발췌 문장은 그 중 하나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앞 부분이다.


주인공은 우연히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는 빠르게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이 때 그는 그녀와 한 비행기를 탈 확률, 그 때 옆자리에 앉을 확률 등을 계산해보며 이것이 엄청난 확률로 이루어진 만남이라는 것을 곱씹으며 그녀가 운명이라 생각하기에 이른다.

 

실제로 그와 그녀가 천생연분이냐 아니냐는 관련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을 시작할 때의 모든 것이 우연이면서도 필연적으로 느끼곤 한다. 수백만 개의 경우의 수 중 단 한가지만 삐끗해도 둘은 만날 수 없다. 겨우겨우 만난다 하더라도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들 확률은 크지 않다. 관심이 없거나 씁쓸한 짝사랑으로 끝나는 쪽이 더 쉬운 것은 당연해 보인다.


찰나의 우연한 순간으로 인해 사랑이 이루어지는 듯 보이지만 그 뒤에는 둘이 이어지지 않고 모르는 사람으로 스쳐 지날 확률이 더욱 크기에 어쩌면 사람들은 이토록 사랑에 매료되고 늘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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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렇게 열정적으로 타오르던 사랑도 다가오는 헤어짐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일방적이든 함께 결정했든 이별 후 두 사람은 더 이상 볼 일 없는 남남이 되어버린다. 우연의 힘이 크면 컸을 수록 두 사람의 접점은 그다지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로 인해 헤어지는 그 날 이후로 눈을 감는 순간까지 단 한번도 보지 못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한 때는 일거수일투족 그 사람에 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지만 이별 뒤에는 초면의 남보다 못한 사이로 전락한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옛 인연과의 재회를 꿈꾸곤 한다. 빛 바랜 시간의 흐름 속 생생함은 점점 흐려져가지만 그와 함께 아름다웠던 기억은 선명해진다. 어디서 무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궁금하고 어느 날 우연히 마주하는 재회를 상상한다. 서로 모른 척 지나칠까, 웃으며 인사할까, 미련이 남을까, 이제는 편해졌을까.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재회에 관한 노래는 정말 많다. 그 중에서도 재회의 순간을 담아내어 과거의 추억과 일어날지도 모르는 미래의 만남을 동시에 말하는 노래들을 골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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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반자카파 - 재회



 

 

그리고 우리는 서로가 모른 척

어색한 눈인사 건네며 

그렇게 애써 웃겠죠



어반자카파 특유의 부드럽고 서정적인 목소리로 우연한 순간을 담아내고 있는 곡이다. 가사 속 주인공은 늘 소원처럼 간절히 재회의 순간을 바래왔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막상 다가온 꿈 같은 현실 앞에서는 결국 눈인사만 건넬 뿐 그대로 스쳐 지나버린다.

 

늘 곱씹으며 하고 싶었던 말들은 갑작스러운 상황 속 당혹감과 나 없이도 행복하게 어딘지 달라 보이는 상대의 모습에 입 안에서 맴돌기만 한다. 인생은 모든 순간이 영화처럼 극적으로 아름답게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렇듯 매끄럽지 못한 어색한 모습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 곡을 들을 때면 한번쯤 겪었을 순간을 마주하게 하는 황금빛의 아련한 노을이 떠오른다.

 

 

 

2. 박광현-재회



 

 

우연을 피해 갈 수는 없었지만

행복과는 멀어진 듯한

그녀의 표정 내 앞에서

얼음처럼 굳어버렸지



앞선 어반자카파의 ‘재회’와 같은 이름의 곡이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어반자카파가 좀 더 부드러운 라떼 같은 추억의 느낌이라면 박광현의 재회는 씁쓸한 아메리카노 같은 미련이 짙게 깔려있다.


우연히 옛 연인을 마주치지만 둘 중 누구도 먼저 인사를 건네지 못한다. 오히려 타인보다도 더한 냉정함이 감돈다. 얼음, 냉정함, 힘든 발걸음, 그리고 눈물을 암시하는 가사까지, 그들은 여전히 이별의 아픔과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지만 시간이 흘러 슬픈 기억이 잊힐 때쯤은 웃으며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처럼 여전히 이별하는 날의 아픔을 생생히 간직하고 있다면 적어도 그들에게만은 여전히 진행중인 이별일 것이다.

 

 

 

3. 동물원-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엔

빛나는 열매를 보여준다 했지

우리의 영혼에 깊이 새겨진

그날의 노래는 우리 귀에 아직 아련한데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재회를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고. 이 곡은 제목 그대로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다. 편안한 멜로디 속에서 진행되는 둘의 이야기에는 더 이상 가슴 아픈 상처나 미련 따위는 없다. 서로를 알아보았을 때 잠시의 놀라움 뒤 이어지는 웃음은 서로 온전히 반가워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고 주인공은 아직도 무언가를 찾고 있지만 그 말들 사이에는 진득이는 애틋함이 아닌 선선한 산들바람이 부는 듯 하다. 아름다웠던 추억 속의 젊은 너 그리고 나를 떠올리며 서로를 진정으로 응원해준다. 잠시 함께 과거를 돌아보지만 금새 웃음지으며 지금의 시간으로 돌아오는 각자의 뒷모습을 마주한다면 아름다운 이별에 관한 이야기도 믿어 볼만하지 않을까.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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