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툴루즈 로트렉 전

글 입력 2020.01.24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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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한 존재도

그만의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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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툴루즈 로트렉전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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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여러 좋은 전시가 한꺼번에 열리고 있는 터라 다소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빈번히 예당을 찾게 되는데요. 특히 오늘은 '그리스 헤라클레이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동행의 포스터에 대한 남다른 시각이 궁금증을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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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알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봤을 때의 감흥이 전시를 찾는 이들을 이끄는 힘이라고들 합니다. 평생 인물, 특히 가려진 인간적 비애를 표현한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 앞에서 그야말로 그가 바라본 인물들과 만나기 위해 전시장을 들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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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의 무랑루즈 분위기를 재현해 둔 전시 바로 입구인데요, 포토존 중 한 곳으로 이제 19세기 파리로 들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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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한 존재도 그만의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그 모습을 알아볼 때 난 짜릿함을 느낀다."

 

로트렉의 짜릿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느 화가가 담지 않았던 그 시대의 인물들과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생에 지친 모습에의 연민과, 허세와 무지를 과장하거나 미장하지 않는 삶이 그 안에 담겨 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드로잉 작품중 그가 17살 때 그린<알퐁스 드 툴루즈 로트렉 백작의 초상> 앞에서는 아버지의 아들을 향한 마음과 그런 부친을 그리던 로트렉의 심정이 어떠했을까,,여러 생각이 교차했는데요, 만약 십대에 이 그림을 접했다면 다르게 다가왔겠다는 명제앞에 오래금 보게되었던 그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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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밤문화 속에 위선과 가식의 상류사회를 조롱하던 많은 광고 포스터들 곳곳에서 로트렉의 존재감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로트렉이 죽을 때까지 그의 곁을 지켜준 친구였던 제인 아브릴의 옷을 입고 주간지 ‘쿠리에 프랑스’가 주최한 여성 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코스프레한 사진속 그의 눈과 마주친다면 유머 가득했을 그가 더욱 와닿을 것입니다.

 

 

Ambassadeurs. Aristide Bruant Dans Son Cabaret.jpg

 

 

또 발길을 멈추게 했던 작품 중 하나는 샹송가수 아리스티드 브뤼앙의 포스터였는데요. <앰배서더 카바레의아리스티드 브뤼앙>이라는 이 포스터에서 풍성한 망토를 걸치고,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붉은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동일한 색채로 구성한 그의 현대적 감각은 예상치 못하게 배우를 일약 유명인사로 만들었다고합니다.

 

남다른 시각으로 로트렉 작품들은 최초의 현대적인 포스터로 평가받았는데요. 에밀 졸라(Emile Zola, 1840-1902)는 그의 저서 「작품(L’oeuvre)」(1886)에서 “이 젊은 화가가 모든 곳에서 전통적인 미술 아카데미를 모욕하고 있다”고 기술했으며, 19세기의 무정부주의이자 예술 비평가였던 펠렉스 페네옹(Félix Fénéon, 1861-1944)은 “감초를 사용해 민망한 쾌락을 느끼게 만드는 엉터리 그림들보다, 훨씬 활력있는 툴루즈 로트렉의 포스터를 손에 넣으라.”고 하면서 그의 포스터를 파리의 벽에서 떼어 가질 것을 부추기기도 하였답니다.


 

Moulin Rouge, La Goulue.jpg

 


로트렉이 몽마르트 카페나 극장의 장면을 그린 작품에서는 풍자 화가인 오노레 도미에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빛과 그림자의 역동적인 대조 및 효과적인 움직임, 과감한 생략이나 단순화를 통해 드라마나 코미디의 강렬함을 표현하였고, 1893년 ‘르 카페 콩세르’ 컬렉션을 위해 제작된 웃음을 자아내는 석판화들도 볼 수 있었는데요, 로트렉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어떤 쇼가 벌어지든 상관없다. 나는 언제나 극장에만 있으면 행복하다!"


아무런 과장이나 미화없이 보이는 대로, 진지하게 그리고, 억눌린 열정, 외로움 그리고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을 아무런 편견없이 그리며 행복했다는 로트렉!

 

19세기 말 프랑스는 각종 잡지가 쏟아져 나온 매거진 저널리즘의 황금기에 잡지를 위해 제작한 일러스트나 만화, 그래픽 디자인 등은 로트렉 예술의 중요한 영역이였고, 동행인의 눈빛도 빛났는데요, 로트렉은 풍자 잡지 <르 리르> (Le Rire는 비웃음이란 뜻이라고 한다)라고하는 스타들의 밤문화를 비롯해서, 유명인사들에 대한 가십거리와 정치 풍자, 부패, 군대 스캔들에 초점을 맞춘 기사로 인기였던 잡지에 풍자 그림을 자주 기고하는 단골 작가가 되었습니다.


1893년, 주간지 ‘레스카 무슈'에 몇 편의 일러스트 작품을 기고했고, 이 작품들은 사라 베른하르트와 관련된 비극의 장면을 포함한 연극 주제들을 다루었고 정치, 사회적 풍자의 이미지들을 다루었으며, 낮 생활의 대부분을 자신의 스튜디오와 잡지 <라 레뷰 블랑슈>의 사무실에서 지내며 화가들이나 작가, 음악가 또는 언론인, 학자들과 다양한 우정을 쌓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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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공화국의 총리 조르주 클레망소(Georges Eugéne Benjamin Clemenceau)가 쓴 책, <시나이 아래에서(Au Pied du Sinai)>의 표지와 책에 실린 모든 삽화를 로트렉이 그렸는데요, 유럽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유태인 커뮤니티의 삶을 블랙 유머로 묘사하고 있다는 작품입니다.

 

로트렉의 석판화(lithography)섹션에서는 직접 제작한 석판화의 판석과 스케치 등을 통해 석판화 작품이 탄생하게 되는 창작 과정을 살펴 볼 수 있었고, 석판화 판석에는 당대 최고의 작곡가이자 바순 연주자인 데지레 디하우(Desiré Dihau)의 바순 연주 모습을 담은 작품 Pour Toi!가 새겨 있으니 꼭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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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그저 감상할 뿐 문외안인 필자가 보고자 했던 툴루즈 로트렉의 모친상는 석판화나 드로잉으로는 찾아볼 수가 없어 아쉬웠지만, 오르세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로트렉의 작품들을 만난 것과 함께 전시 마지막의 영상을 보고난 후 느낌을 적어보며 리뷰를 마칩니다.

 

*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 마음이 동해 일말이라도 이해해보려 그 사람의 삶을 읽고,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자신의 불행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던가? 자신의 불행을 타인이 얼만큼 이해하던가? 상황을 견디는 방법 중 하나, 유머가 있다. 바꿀 수있는 것을 견디는 건 무지이지만, 바꿀수 없는 것을 견디는 건 비극일텐데, 비극속에서 유머를 그리는 것이 어떤것인가,,,.'

 

 

[김은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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