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 키즈 존'에서 '노 배드 패런츠 존'으로 - 갈 곳 잃은 엄마와 아이들 [사람]

아이에서 엄마로 혐오의 대상이 바뀌었을 뿐, 혐오는 존재한다.
글 입력 2020.01.1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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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 영어로 표기하면 No Kids Zone. 말 그대로 영유아와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아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카페나 음식점이 증가하고 있다. 제어되지 않는 아이의 행동이 가게 안의 손님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 때문이다.


떼를 쓰거나 뛰어다니는 아이의 행동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때로는 사고를 발생시키기도 하므로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노키즈 존은 정말 아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일까? 아이는 보통 혼자 다닐 수 없기 때문에, 부모와 동행한다. ‘노 키즈 존’은 결국 아이와 부모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노 키즈 존’ 대신 ‘ 노 배드 패런츠 존’ 이라는 문구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가끔 아이의 시끄러운 행동을 저지하거나 경고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부모가 있는데, 그러한 개념 없는 부모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노 배드 패런츠 존’이 정말 부모를 가리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보통 사회에서 아이와 동행하는 건 부모 중에서 아이의 엄마이다. 종종 현실에서 아이의 행동으로 인해 엄마를 욕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노 배드 패런츠 존’은 아이에서 엄마로 혐오의 대상을 옮긴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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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몇 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나에게는 어린 사촌 동생이 있는데, 비교적 순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식당을 가면 사촌 동생들이 앉은 식탁은 난리가 났고, 외숙모는 거의 밥을 드시지 못하고 쩔쩔매기 일쑤였다. 게다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 먼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신 적도 있다.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아이를 키우는 게 정말 쉽지가 않구나, 밥도 편하게 먹기 힘드네.’라고 생각했다. 외숙모를 만날 때마다 외숙모가 점점 살이 빠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지하철을 타면, 가끔 아이의 칭얼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주위 사람들은 아이와 부모를쳐다본다. 물론, 시끄럽고 소음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칭얼대는 건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산만하고 어지럽히는 아이의 행동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이의 출입을 제한하고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는 과연 어린 시절 식당에서 뛰거나, 주위를 어지럽히는 행동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을까?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점잖고 산만하지 않고 조용했을까?

 

가끔 밤에 지하철을 타면 술에 취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취객들, 지하철역 내에서 잠을 자거나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노숙자들, 식당에서 소리 치고 행패 부리는 진상 손님들. 이들은 아이가 아님에도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만 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구역은 없다. 나는 밤에 지하철을 탔을 때, 술에 잔뜩 취해서 이상한 소리를 하거나 몸을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남성들이 무섭고 불쾌했던 적이 많다. 그런데 어디에도 이들을 제한하는 구역은 없다.

 

아이는 사회에서 아직 미성숙한 약자이다. 보통 우리가 이용하는 시설들은 대부분 성인에게 맞춰져 있다. 지하철, 식당, 카페를 어린아이가 혼자 이용할 수 없다. 그렇기에 부모가 동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보통 엄마와 아이가 함께한다. 보채는 아이를 달래기에도 힘이 드는데, 주변의 시선 또한 가혹한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우리가 이용하는 시설들은 보통 성인에게 맞춰져 있다. 우리가 아이를 차별하고 배척하기 전에, 아이에게 맞춘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노 배드 패런츠 존’은 궁극적으로 엄마의 출입을 제한하고 아이와 엄마를 처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내용 중, 김지영이 아이와 함께 카페를 갔는데, 음료를 쏟고 당황하는 장면이 있다. 주변의 성인 남자는 그녀에게 ‘맘충’이라는 단어를 쓰며 혐오적인 발언을 한다.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김지영은 서둘러 카페를 나간다.


카페에서 음료를 쏟은 성인에게 욕을 하며 나가라고 하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음료를 쏟으면 그냥 직원이 와서 닦아주고 가지 주변 사람이 욕을 하거나 혐오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다. 과연 저 장면이 영화이기 때문에 과장되어 표현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저런 장면은 현실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그렇기에 ‘노 키즈 존’까지 생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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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제는 직접적으로 ‘무개념 엄마’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하는 문구까지 생겨나고 있다. 엄마와 아이는 과연 어디서 밥을 먹고, 어디서 음료를 마시며, 과연 어디서 그들을 받아줄까? 물론 정말 무례한 행동을 하는 부모와 아이도 가끔 있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의 문제지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이기 때문이 아니다.


‘노 배드 패런츠 존’이 노 키즈 존이 갖고 있던 ‘아이가 문제’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생겨난 문구라고는 한다. 하지만 이는 혐오의 대상을 ‘아이’에서 ‘엄마’로 바꿨을 뿐이다. 게다가, 정말 ‘부모가 문제’이기 때문일까? 자연스러운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차별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의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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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상식에서 어긋나는 무례한 행동을 했을 때는 제지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 제지하고 경고하는 것은 차별이다. 또한, 아이를 처벌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아이의 엄마를 처벌하는 것이고 이는 약자에 관한 혐오로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약자들을 혐오하고 처벌하는 것이 아닌, 이들을 좀 더 포용하고, 이들만의 구역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나는, 식당에서 아이와 엄마를 쳐다보지 않을 것이다. 쳐다보고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 아니라, 휴지 한 장을 건네고 싶다.

 

 

[정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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