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은 호주를 시작으로 동물을 멸종시킨다 [동물]

도회적인 인간의 세련되지 못한 책임
글 입력 2020.01.0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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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동물원은 60여년 전까지만 해도 실존했었다. 1958년, 벨기에는 개최한 국제박람회에서 ‘콩고 마을(Congo Village)’이라는 타이틀로 흑인을 ‘전시’했다. 당시에는 수많은 유럽인들이 관람했지만, 현재는 추악한 과거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동물원은 계속 생겨나고 있고, 여전히 추악할 뿐이다.


2019년, 서울 도심 한복판의 백화점 꼭대기층에 동물원 ‘주렁주렁’이 개장했다. ‘디너패키지: 저녁값으로 동물원까지 본다.’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힐링이 되는 행복한 한때를 제공’한다는 이 곳. 이 쇼로 인해서 동물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현대인의 ‘한 때’를 위해서, 본인들의 생명이 이 곳에서 끝맺게 될 것을 알까? 현대인의 ‘재미’를 위해서 풀에 맺힌 진짜 이슬방울을 코에 적시는 기분을 경험해 볼 기회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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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을 정말 좋아한다. 어떤 영화를 보고도 당최 울지를 않아서 친구들이 정떨어진다고 할 때, 혼자서 동물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를 보고 운다. 동물은 섭리에 따라 움직이고, 행동의 인과성이 확실하다.


대화의 방법이 정형화되어 있으면서도, 개별성 또한 가지고 있다. 복잡하게 말했지만, 신뢰할 만한 존재라는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신뢰를, 동물들의 멍청함이라고 판단하고 긴 시간동안 학살했다. 내 울음은 내가 속한 개체종의 행위에 죄책감을 느낀 내 감정의 폭발일지도 모른다.


2019년, 치타의 적자생존을 그린 다큐멘터리 ‘라이프 오브 사만다(Life of Samantha)’가 방영되었다. 촬영은 케냐의 마사이마라(Masai Mara) 국립보호구에서 진행되었다. 세렝게티(Serengeti)라고도 부르는 곳이다. 이 곳 역시 야생동물들을 구경하기 위한 투어차량이 꽤나 많지만, 기본적으로 야생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 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되려, 투어를 이끌어가는 마사이마라족의 인명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2020년, 인간이 인간에 대항하여 동물을 지키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다큐멘터리 ‘휴머니멀(Humanimal)’이 방영중이다. 인간과 동물의 삶과 죽음, 공존을 담고 있다. 야생의 왕이라는 사자, 상아가 위협적인 코끼리, 모두 인간 앞에서는 약자일 뿐이다. 죽음을 스포츠로 아는 동물사냥을 하는 한 쪽이 있는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재활을 위해 힘써준다. 도와준다는 말도 웃길 뿐이다. 원래대로 돌려놓지도 못할 일들을.


동시대의 두 가지 모습이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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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라이프오브사만다

 

 
지금 호주의 하늘은 회색빛이다. 역대 최대 산불의 원인으로 손꼽히는 것은 생태계 교란으로 인한 기후변화. 최초 발화 시기, 봄에도 40도를 웃돌았던 기온, 가뭄, 호주의 석탄산업까지 결합되어 초래된 재앙이다. 내가 로드트립을 본격적으로 계획하기도 전에 유네스코 자연유산의 집합지가 망가짐에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정말 나는 통곡하고 싶다. 2020년 1월 7일 집계 기준으로, 캥거루, 코알라를 포함한 동물 5억마리가 죽었다.

그들은 이상기후를 선택할 권리도 없었다. 가장 안전한 곳이 바다라고 언급될 정도로 거대한 불길 속에서, 도망칠 길도 모른다. 누가 동물들에게 이상기후가 있다고 예고해주었고, 도망칠 방향을 알려주는가? 아무것도 모른 채, 목숨을 내놓으라면 내놓을 뿐이다. 왜 이 시간 속에 동물들이 살해되어야 하는가? 조금만 더 일찍 태어났다가 오래 살다가 갔으면 좋았을 것을.

반면에, 2020년 1월 4일 기준으로, 인간은 고작 18명의 목숨만을 잃었다. 더 죽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측선에서도, 회피선에서도 우위에 있고, 더 많은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더 누리다가 갈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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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d Fleet (The Advertiser)

 

 
동물들의 막대한 희생에, 많은 의료적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 왈라비(Wallaby, 캥거루과) 등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알아주지도 못한 개체종들도 포함된다. 이미 최근 200년동안 34개의 개체종이 멸종한 호주에서, 더 이상의 소멸을 목격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부를 위한 욕망, 본 개체만을 위해 사이클을 부숴버린 통찰력.

인간은 동물이라는 범주에 속할 수 있는가? 감히 그렇지 못하다. 염치도 없다.

고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권을 누리면서, 차별을 일삼는 종족. 그 옛날과 달라진 것이 없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잘못된 행동을 고치지 못한 처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호주 산불 사태로 인해, 전문가들은 생태계의 총체적인 변화를 예상한다.

그동안 알고 있던 자연의 흐름과는 다른 메커니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인간은 영리하니, 또 적응해낼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차의 적응에서는,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할 책임 또한 인간에게 있다. 문화란, 문명이란, 다 잃어도, 할 말이 없을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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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lter Peeters (Fairfax Media)

 


[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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