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뮤지컬, 쉽게 손이 가진 않겠지만 - 빈센트 반 고흐 [공연]

글 입력 2020.01.0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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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쉽게 손이 가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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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뮤지컬이다. 뮤지컬을 처음 본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대학생이 됐으니까 뮤지컬도 한 번 봐봐야지 생각하며 친구들과 설레는 마음으로 먼 길을 갔다. 어떤 뮤지컬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소셜커머스에서 특가로 나온 뮤지컬을 제일 싼걸로 예매했던 것 같다. 돈도 없고 뮤지컬에 대해서도 잘 몰랐으니까. 유명한 작품을 좋은 자리에서 보고싶다는 마음보다는 뮤지컬이면 아무래도 좋다는 마음이었다.


그때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생각해보니 떨렸던 것 같다. 뮤지컬이 많이 대중적으로 다가오는 시대가 되긴 했지만 왠지 너무 예술적이거나 진지해서 재미없을 것 같았다. 취향에 맞지도 않는걸 보러 오느라 돈도 시간도 날리는 건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다. 처음은 언제나 두근거리고 떨리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처음 만난 뮤지컬은 그런 내 걱정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경쾌한 탭댄스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구두가 딱딱 소리를 내며 지나갈때마다 뮤지컬에 대한 편견과 걱정이 모두 부서져갔다. 눈 앞에서 직접 보는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화려한 조명과 연출. 짜임새 있는 서사가 내 맘을 흔들고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적어도 2~3달에 한 번씩은 뮤지컬을 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내가 본 뮤지컬을 몇 편일까? 겨우 세 편이다. 처음 보고 뮤지컬을 보고 감탄한 이후에 한참동안 보지 않다가 미국에 갔을 때 브로드웨이에서 본 뮤지컬을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영화에 비해 비싼 가격, 서울 위주로 진행되는 공연, 뮤지컬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인식 때문인지 뮤지컬이 얼마나 재밌는지 알면서도 선뜻 시간과 돈을 쓰기에 망설여졌다. 말 그래도 큰 맘 먹어야 볼 수 있는게 뮤지컬이다.


그래도 오늘 하고싶은 이야기는 뮤지컬이 참 재밌다는 이야기다. 나도 안다. 뮤지컬은 꽤나 비싼 편이고, 한 번 보려면 대학로나 서울 어딘가에 있는 공연장까지 가야하며, 시간이 있어도 영화나 책보다는 손이 잘 안 가는 장르라는 것. 그래도 뮤지컬은 관객을 쉽게 실망시키는 공연은 아니다. 평소에 쉽게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경험들을 선사해준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과 함께 나도 앞으로는 뮤지컬을 더 많이 향유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쓴다.

 

 

 

빈센트의 삶 위에서 그려지는 그림



<빈센트 반 고흐>는 빈센트 반 고흐를 그리워하는 테오 반 고흐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빈센트와 주고받던 편지를 정리하며 유작전을 준비하던 그가 유작전 개최를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며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하고, 중간중간 그와의 삶을 회상하거나 그림과 관련된 빈센트의 삶이 펼쳐지기도 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빈센트를 떠나보낸 절절한 그리움의 기록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 뮤지컬을 보고 난 후에 빈센트를 그리워하게 되는 건 테오 반 고흐 뿐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의 삶과 그의 그림을 이해하는만큼 아쉬움은 커져간다.


미술 작품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 중에는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울림을 느껴지게 하는 작품이 분명 있다. 취향에 따라서 색감이나 질감이 맘에 드는 작품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미술사의 흐름 안에서 어떤 시대에 어떤 기법으로 작품인지를 알고 보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화가 개인의 삶을 고려해서 삶의 어떤 시기를 지나며 어떤 마음을 가지고 그렸을지를 상상하면 감상이 더욱 풍성해진다.


따라서 작가(화가)의 삶을 다룬 작품을 보는건 그 사람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작품을 감상하는 맥락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중에 한 가지만 소개해보자. 빈센트 반 고흐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여러 개의 자화상으로 유명한 화가이다. 그리고 독특하게도 하나의 캔버스에 여러 개의 작품을 덧대 그려서 불을 끄고 뒤에 빛을 비추면 다른 그림의 실루엣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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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뉴욕 매트로폴리탄에 전시되어 있는 고흐의 자화상이다. 예전에는 고흐의 자화상을 보면서 친구들과 ‘고흐는 왜 이렇게 자기 얼굴을 많이 그렸을까? 스스로를 너무 사랑했던 걸까?’ 같은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기도 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자화상을 그리고, 캔버스에 여러 번 덧대 그린 이유는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대에 큰 인정을 받지 못했던 그는 항상 생활고에 시달렸고, 캔버스 살 돈과 모델료가 없었기 때문에 거울을 보고 그림을 그리거나 그림 위에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그의 삶과 함께 살펴보니 그림이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고흐의 그림에 담긴 고흐의 삶의 순간이나 그의 내면을 묘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인정받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열등감과 연인을 버려야했던 죄책감 등의 감정이 주축을 이루기 때문에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뮤지컬이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3D아트를 활용한 연출로 보여주는 고흐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은 인간 내면에 대한 가감 없는 기록이기도 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인 다역을 하는 뮤지컬이라는 점이다. 테오 반 고흐가 아버지나 다른 주요 인물의 역할도 병행하는데, 그 구분히 명확하지 않아서 몰입에 방해가 되는 구간이 일부 존재했다. 또, 뮤지컬의 특성상 배우 캐스팅에 따라서 공연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으니 선호하는 음색이나 연기 스타일을 가진 배우의 공연 날짜에 맞춰 예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3D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눈이 즐거운 공연이다. 개인적으로는 독특한 터치로 인한 질감을 가지고 있는 그의 그림을 영상으로 비춰 표현하면 그림의 매력이 반감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배우들의 연기에 따라 변화하며 움직이는 영상에는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미술을 좋아하시거나 좋아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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