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년에도 또 와줄 거죠? : 클라우스(Klau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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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 학교 최악의 학생으로 꼽힌 제스퍼는 북극 한계선 위의 얼어붙은 섬에 배치된다. 서로 앙숙인 이곳 주문들은 편지는 고사하고 말도 거의 섞지 않는다.
일을 거의 포기하려 할 무렵, 제스퍼는 마음이 통하는 교사 엘바를 만나고, 손으로 만든 장난감이 가득한 통나무집에서 혼자 사는 미스터리의 목수 클라우스를 알게 된다.
그들의 예기치 못한 우정 덕에 스미어렌스버그는 웃음을 되찾고, 마을엔 새로운 전통이 생겨난다. 이웃들 사이에서는 정이 샘솟고, 마법 같은 이야기들이 전해지는가 하면, 굴뚝에는 애정을 담은 양말들이 걸리기 시작한다.
이브에서 크리스마스로 넘어갈 때에 노트북을 켜둔 채 어떤 영화를 봐야 할까 고민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지만, 뻔하다고 생각하는 탓인지 사랑을 메인으로 하는 무게감 있는 작품은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중 클라우스라는 영화를 추천받았고 별 고민 없이 이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클라우스는 2019년 스페인 크리스마스 애니메이션 영화이자 넷플릭스의 첫 번째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넷플릭스를 꾸준히 이용하고 있는 나로서는 영화에 대한 별도의 금액을 지불하지 않고 이렇게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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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편지 6천 통을 배달하라고요? 소통은커녕 싸움만 일삼는 마을에서요?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에 좌절한 우체부. 그냥 포기하려던 차, 장난감 장인을 만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줄테니 편지를 쓰라고 하는 거야!
어떻게 이런 주제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영화의 제목이 클라우스임에도 불구하고 산타 이외에는 그 어떤 이야기도 예측할 수 없었다. 애니메이션이니 스토리 진행이 단순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스토리와 개연성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이 탄탄하게 만들어낸 영화다.
덕분에 가벼운 영화가 아닌 적당한 무게를 가진 영화인 것 같아 좋았다. 영화가 끝날 때 즈음에는 나도 모르게 이런 이야기라면 정말 산타가 있고 그와 함께 하는 우편 배달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였으니.
다른 나라에서는 산타의 선물을 받는 과정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편 배달부와 편지라는 요소는 이 영화의 메인이자 뻔한 크리스마스 영화가 아닌 특별한 이야기로 만들어준 중요한 키포인트였던 것 같다. 편지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클라우스와 제스퍼의 우정을, 엘바와 제스퍼의 사랑까지 이끌었다.
"선한 행동은 또 다른 선한 행동을 낳는 법"
클라우스는 단순히 산타의 전설을 담은 이야기와 감정적 울림뿐 아니라 교훈도 함께 전한다. 빨리 6천 통을 채우고 풍족하고 안락한 집으로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던 제스퍼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했던 행동이 어느새 의도치 않게 누군가로 하여금 선함을 행하도록 했고 클라우스의 말처럼 그 선한 행동은 또 다른 선한 행동을 낳는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허구한 날 싸우기만 하던 주민들은 서로 음식을 나누고 함께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희망이 없던 학교는 제 모습을 갖추고 학교를 다니지 않던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게 된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천천히 영화의 색은 한색에서 난색으로 바뀌고, 차갑기만 하던 분위기는 따뜻함으로 가득 찼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왠지 모르게 무언가 서서히 벅차오르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클라우스의 매력 중 또 하나는 그림체이다. 곡선과 직선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만들어낸 캐릭터들부터 섬세한 배경까지 넷플릭스가 정말 작정하고 만들었구나 싶었다. 이러한 캐릭터들과 배경을 한층 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는 색감 또한 정말 사랑스럽다.
이러한 색들은 산타클로스가 왜 빨간색을 입게 되었는지 설명해주는데도 한몫했는데, 결이 다른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반복하는 말이지만 정말 클라우스는 스토리가 탄탄하다. 억지스러운 부분 하나 없이 나도 모르게 영화의 모든 전제를 납득하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러한 그림체와 색으로 만들어낸 사랑스러운 캐릭터들 중 가장 좋았던 건 사미족 아이 마르구. 선물을 받고 싶었던 아이 중 한 명인 마르구는 편지를 쓰는 방법도 모르는 채 항상 줄을 서서 기다리기만 한다. 제스퍼가 단호히 거절해도 마르구는 항상 기다렸다.
이 기다리는 모습부터 말이 통하지 않는 제스퍼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까지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그렇기에 나는 마르구의 첫 등장부터 이후 나올 때마다 앓는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하나가 특출나게 좋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모든 것들이 좋았다. 크리스마스에 보면 더 좋겠지만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사계절 중 언제든지 원한다면 바로 포근한 겨울로, 그 크리스마스로 뛰어들 수 있는 영화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이렇게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넷플릭스뿐이라는 것 정도.
덕분에 이불 속에서 포근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의 시작을 했다. 그리고 이후 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다시금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절로 잔잔한 미소를 짓게 된다. 당신도 이 온기와 미소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이제는 이틀도 남지 않은 2019년의 끝자락에서, 채 가시지 않은 크리스마스의 여운을 다시 한번 클라우스를 통해 머금어보는 것은 어떨까.
[정두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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