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 이런 집에서 살 거예요 [사람]

미래의 내 집은 이렇게 생겼으면
글 입력 2019.12.2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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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을 좋아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신의 집을 직접 셀프인테리어 하며 살거나 멋대로 꾸며놓은 그 공간을 구경하기 좋아한다.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정서적, 육체적으로 독립해서 사는 이들의 모습은 내겐 동경의 모습이자 부러운 존재이다. 자신의 스타일을 집어넣어 꾸미고 실내장식 하는 것이 자기 표현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내 욕구를 충족시키는 집을 보는 것은 내 취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인터넷에서 셀프인테리어 전과 후 모습을 비교한 사진, 리모델링 과정, 자신의 집을 꾸민 사진이나 영상들을 포함한 집들이 영상 역시 좋아한다. 나는 꾸미거나 배치를 다르게 하는 거에는 영 소질이 없는 것 같은데, 지나가다가 아파트를 보면 저 아파트는 몇 평일지,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궁금해 찾아보곤 한다. 큰 집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거나 멋진 집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냥 궁금한 것일 뿐.


올해 설날 즈음이었다. 따분한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 여수로 놀러 갔다. 숙소 TV에서 MBC ‘구해줘! 홈즈’가 파일럿으로 방영되고 있었다. 방송을 보던 그때 그 순간, 기분 좋았던 때를 여전히 잊지 못한다. 다양한 집, 인테리어, 이사. 내가 좋아하는 키워드들을 중심 한 프로그램이었다. 나의 미래의 집을 구체화해준 데에 한몫한 덕분에, 머릿속엔 작은 투 룸이 그려졌다.


 

 

부엌



별 다섯 개. 이 글을 쓰기로 한 것은 부엌 때문이다. 내가 인디 핑크 계열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꽤 최근 들어 알게 되었다. 그것도 부엌에서 인디 핑크라니. 특유의 낮은 채도로 안정감 있게 받쳐주는 컬러에 금색 손잡이의 조화는 처음 본 그 순간에 반했다. 핑크와 골드는 최고다. 부엌은 핑크계열이다.

 

거기에 귀엽게 생긴 냉장고가 있었으면 한다. 토스트기나 커피머신은 내게 필수품은 아니니, 패스. 전자레인지, 작은 밥솥, 동그랗게 생긴 그릇 몇 개면 충분하다. 가지고만 있더라도, 아무리 작더라도 내 눈에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곁에 두는 건 무의식에서부터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단색의 작은 도자기 컵 연두색, 보라색 2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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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1, 2


 

방 크기는 크지 않아도 좋다. 한 곳은 포근한 침대와 작은 탁자만 들어가면 충분하고, 다른 한 방은 한 벌 사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사서 입겠노라는 나의 의지에 따라 (미니멀리스트로서의 내가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한 크기의 옷 방이다. 큰 거울과 함께. 행거의 네 면의 위쪽은 당시 계절 옷, 아래는 다가올 계절을 위한 옷을 걸어둔다. 입구 아래에는 좋아하는 레몬 향이 담긴 디퓨저를 둔다.




화장실



내겐 욕조가 필요 없다. 금색 수전이 요즘 유행이라던데, 나도 좋다. 오밀조밀하게 생긴 샤워 커튼 옆으로 금색 테두리의 거울을 두고, 아래 선반에는 핸드 워시를 둔다. 푹푹 거품을 내는 핸드워시 소리는 하루의 시작이자 끝을 장식한다. 타일 줄눈은 어두운 회색. 곰팡이가 덜 보인다고 한다.




거실



헤링본 마루를 좋아한다. 어두운 헤링본 마루에 커튼은 연회색과 흰색 두 개를 걸었다.


TV는 내게 필수품은 아니다. 그러니 없어도 되고, 가끔 라디오를 듣는 걸 좋아하는 내게 CD 플레이어를 겸용한 라디오를 탁자 위에 둔다. 소파는 무난한 베이지색이 좋으려나. 요즘에는 확장형을 선호해 베란다가 없는 것이 내겐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비 오는 날에 안쪽 문은 열어놓고 바깥 창 아래쪽만 열어 빗소리도 듣고 시원한 바람을 맞는 상상에, 단열 효과도 있는 베란다는 필수다.


나는 식물을 좋아한다. 내 책상 위에서 키우는 식물 하나가, 성인 이후 제대로 키우는 첫 번째 식물이다. 이 친구도 미래의 그곳에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베란다 한편에는 소소하게 식물 몇 개와 큰 몬스테라 하나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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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내겐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뚫리는 사진이 몇 개 있다. 스페인 여행 때 사둔 작은 엽서 사진이지만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사진을 걸어 둘 것이다. 매번 보아도 새롭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그리고 다리 아픈지도 모르게 넋 놓고 볼 수 있는 누군가의 창작물이 걸린다.


지금 내 방에는 내가 좋아하는 엽서 그림 두어 개가 걸려있다. 나만 보고 싶은 것들이기에 몇 개만 걸어두었는데 아마 미래의 내 집에는 참 많이 걸려있을 것 같다. 나를 향한 메시지나 좋아하는 문구, 생각하는 것을 적어놓은 포스트잇도 함께.

 

*

 

나는 사적인 나만의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한 사람인 걸 안다. 훗날, 집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가는 순간 그 모든 공간이 내 공간이라면 내가 숨겨놓았던 그 모든 것을 걸고, 보고, 감상하며 살고 싶다.


그런 바람과 더불어, 여기저기서 보고 들은 일화 중 하나도 이 글을 쓴 이유다. 과거에 본인이 바라왔던 일들과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글들이었다. 상상에 그치지 않고 한 발자국씩 다가갔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그랬으면 했다. 계획한 대로, 곧이곧대로의 줄기를 타진 못할망정 내가 바라는 ‘그 근처’ 어딘가에 점을 찍고 살았으면 하는 ‘꿈’이다.


이효리 씨가 그랬다. ‘꿈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대답한 그를 향해 MC가 ‘이뤄지기에 조금 힘들지 않나요?’라고 말하니, ‘꿈을 꼭 이뤄지는 것만 꿔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안 이뤄지면 어때요? 이뤄지지 않을 수 있으니 평생 꿈으로 둘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게 꿈이니까, 그럴 수도 있죠.’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생각하고 상상한다. 그리고 그곳엔 내가 있다. 안 이뤄지면 어때, 그냥 그렇대도 좋다. 욕심나면 내가 더 다가가면 되니까. 상상만 해도 좋은 이런 공간, 다른 이들에겐 어떤 곳일지 궁금하다.

 

 

[서휘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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