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뭐야, 왜 이렇게 재미있어? 지하철 1호선 [뮤지컬]

다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
글 입력 2019.12.1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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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이 빗나갔다


 

지하철 1호선 프리뷰를 쓸 때까진 ‘지하철 1호선’이 마냥 어둡고 깊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래서 괜히 ‘지하철’이라는 단어에 꽂힌 나는, 학전소극장까지 가는 지하철 안에서 사뭇 진지하게 사람들을 바라보며, 의식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마구 끄집어냈다.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서울의 멋진 야경에도 사람들은 별 느낌 없어 보인다, 전투적으로 어딘가로 향하는 그들이 무섭다, 비좁은 지하철은 앞사람의 옷 위에 쌓인 먼지들, 흰머리까지 다 볼 수 있다, 답답하다, 힘들다’ 등의 생각.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작된 공연의 시작은 생각 외로 밝고 볼거리가 넘쳤다. 벽이라고 생각했던 곳 뒤에는 5명의 라이브밴드 분들이 각자의 악기와 함께 효과음까지 도맡아 내며 살아있는 날 것의 느낌을 부여했다. 소극장은 계단, 2층 무대 등 어느 한 장소도 허투루 쓰지 않고 꼭꼭 눌러 담아낸 알찬 공간이었다.


향수와 매연 냄새가 뒤섞여있고, 신문에는 명예퇴직 정리해고가 판치던 IMF 시절의 지하철의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었다. 곧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아 보이는 노부부, 장난꾸러기 아들 둘의 가족, 철없는 학생, 수녀, 스님, 고무장갑을 파는 아저씨, UFO를 지지하는 이상한 신앙인, 돈 한 푼이 필요한 노숙자 남매, 꼰대 부자 할머니들 등. 어떤가? 조금은 다르지만, 지금과 비슷한 부분도 있어 보인다.




어릴 때 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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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하철에서 물건을 팔던 상인은, 언제인지 모를 나의 가장 어렸던 시절의 기억 속 한 사람이었다.

 

성냥인지 이쑤시개인지 명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엄청나게 현란한 말솜씨로 가방에서 이것저것 꺼내며 랩 하듯 뱉어냈었다. 3명 정도에게 물건을 팔고 곧장 다음 칸으로 넘어갔던 그 아저씨처럼, 극에서도 ‘밖에 나가면 더 비싸다’는 멘트와 쇼맨십을 가진 상인은 그와 똑 닮아 있어서 정말 많이 웃었다.


하늘에서 들리는 듯한 음성을 하고 흰 가운을 입은 한 신앙인이 ‘내게 강 같은 평화~’라는 노래를 부르며, 성스러운 배경음과 함께 가슴팍에 UFO를 적어 걸어 다닌다든지, 어릴 적 내가 엄마 옆에 꼭 붙어 흘끔흘끔 쳐다봤던 어린 노숙자 남매의 차림새와 멘트는, IMF 후로도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은 나의 어릴 적 그때와 너무 똑같아, 웃기면서도 그때를 생생하게 기억나게 해주었다. 배우들의 열연이 느껴진 순간이다.


네팔에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참고 힘들게 살아가는 일용직과, 꼼보네 할머니의 노래는 슬픔과 명랑함이 대비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한다. 같은 장소에 있지만, 각자의 사정과 감정의 차이가 존재함은 참 공감된다. 꼼보네 할머니가 부른 노래처럼, 이래서 인생이, 사는 게, 재미있는 건가 싶다.




우리는 걸레에게



 

남들에겐 다만 조금 귀찮을 존재였을 뿐. 세상 무엇과도 아무 인연 맺지 못하고 버려졌던 그녀 삶에 무섭도록 소름 끼치는 우리의 이 무관심.

 

- 뮤지컬 지하철 1호선 中

 


“서로에게 무관심했다. 그렇다면, 관심을 가진다면 정녕 더 나을까?”


누군가를 향한 관심은 사람을 죽일 수도,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세상이 걸레에게 ‘무관심’했기에 그녀는 염세적이고 냉소적인 모습을 보인다. 선녀의 ‘관심’으로 차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걸레가 마음을 연 반면, 안경에겐 달랐다.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한 번도 같이 자자고 말하지 않은 사람이라 그녀가 좋아했다던 안경. 그의 뜻밖의 관심, 그 끝은 걸레의 자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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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자자고 말해버린 안경의 그 관심은, 평소 걸레를 향한 무관심에서 나온 어리숙한 관심이었다. 어쩌면 선녀와 같은 진심 어린 관심이 필요했을 그녀였다.

 

하지만 언제나, 매 순간 진심일 수는 없는 각박한 그때의 상황과 각자의 사연들이라, 사람을 살리는 관심은 모두에게 사치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무관심보다 못한 어리숙한 관심이 아니었다면, 오히려 걸레 그녀도 계속 살아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어리숙한 관심, 악이 담긴 관심, 선이 담긴 관심. 관심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그 시대의 풍속화로 남겨진 뮤지컬을 넘어, 지금의 현대에게도 던질 수 있는 살아있는 질문이 아닌가 싶다. 모두 알지 않나. 지금 현대의 삶 속에서도, 남을 향한 오지랖 아닌 따뜻한 관심은, 사치일 수 있는 동시에 ‘관심’이라는 단순한 단어로 그 모든 것이 포용 될 만한 힘을 가진 정답만은 아니란 것을.




그땐 그랬다는 거야.



 

현세대와 맞아떨어질 것이다, 그런 기대는 안 해요. 오히려 완전히 과거형으로 안착을, 그 시대의 풍속화로 그렇게 남겨두자는 입장이죠.

 

- 김민기 연출 인터뷰 中

 


‘우리가 풍속화를 보는 것은 우리 삶의 단면을 그 풍자와 해학 속에서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현재를 더 행복하게 살아나갈 위로와 에너지를 얻기 위함일 수도 있을 거다’라는 한 리뷰어의 말에 공감한다.

 

“그땐 그랬단다. 지금도 역시 그렇게, 그저 하루하루, 지하철 1호선이라는 서민들의 단상을 품은 그곳에 몸을 싣고 살면 돼.” 하는 위로, 뮤지컬이 끝난 후 여전히 매일을 살아갈 우리에게 웃음이라는 에너지를 주는 <지하철 1호선>의 울림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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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남산 타워 옆에 뜬 동그란 보름달을 보이며 끝이 난다. 꽉 찬 동그란 보름달처럼 뮤지컬의 무대, 출연진, 연출, 이야기는 꾹꾹 담겨있었다.

 

땅굴 파고 달리는 지하철 안의 다양한 인간 군상 뒤로, 어쩐지 처연하고 고달픈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는 건 피차일반이다. 그런 나에게, 당신에게, 위로와 에너지를 줄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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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
- 원작을 뛰어넘는 감동 -


일자 : 2019.10.29 ~ 2020.01.04

시간

화~금 19시 30분

토 14시, 18시 30분

일 15시

 

*

월 공연없음

12/25 (수) 14시, 18시 30분


장소 :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60,000원

 
기획/제작
학전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170분
(인터미션 : 15분)



 




[서휘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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